연상의 아내를 두고 있는 두 친구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얼마 전에 둘째를 가졌다더군요.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하루 간격으로 두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겁니다.


“병원에서 임산부 나이가 많다고 양수검사를 하자고 하는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돈 벌려고 권유하는 것 아니냐?”



리 의사들이 얼마나 인심을 잃었으면 친구들에게 이런 의심까지 사게 되었는지 참으로 씁쓸하더군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니나다를까
양수검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두려움과 오해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바늘로 자궁을 찔러 양수를 빼낸다는데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되겠습니까? 이게 다 우리 산부인과 의사들의 설명이 부족해서이겠죠.  


친구들 부인의 나이는 각각 만 35세, 37세였는데요, “꼭 검사해봐라.” 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이제부터 왜 제수씨들이 양수검사를 받는 것이 좋은지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먼저 양수검사를 왜 하는지 알아야 되겠죠?


태아가 혹시나 염색체 이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지, 이상이 있다면 몇 번 염색체에 어떠한 이상이 있는지 알아내고자 양수검사를 시행합니다. 보통 14~20주 사이에 시행하게 됩니다. 제일 흔한 염색체 질환은 21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원래는 2개여야 하거든요.) 다운증후군이고, 그 외에 13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파타오 증후군, 18번 염색체가 3개가 있는 에드워즈 증후군 등이 있습니다.


임산부 나이와 연관된 염색체 이상은 주로 앞서 말씀 드린 3염색체성(trisomy: 염색체가 정상적으로 2개가 있어야 하는데 3개가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죠. 양수검사로 다운 증후군을 진단해내는 정확도는 99%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운증후군의 염색체 이상 - www.csulb.edu >


위 그림을 보면, 21번 염색체가 다른 것들과 달리 3개죠? 참고로 우측 하단에 하나씩 있는 두 염색체는 성염색체 X, Y로 정상적으로 하나입니다.
 


2. 그럼 산모 나이 몇 살부터 양수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만 35세부터는 받으시길 바랍니다. 만약 쌍둥이를 임신하셨다면 만 31세부터 양수검사 받으시는 것이 원칙입니다.


쌍둥이 임신 시에 31세부터 양수검사를 권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쌍둥이 임신에서 염색체 이상의 빈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일반적인 임신 35세의 위험 확률을 쌍둥이 임신 31세가 가진다는 말씀입니다.

 

3. 왜 하필 만 35세부터일까요?


먼저, 임산부 나이에 따른 다운증후군의 빈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임산부 나이


다운증후군 빈도


모든 염색체 수 이상 빈도


33


1/417


1/208


34


1/333


1/152


35


1/250


1/132


36


1/192


1/105


37


1/149


1/83


38


1/115


1/65


39


1/89


1/53


40


1/69


1/40


41


1/53


1/31


42


1/41


1/25



(Hook and colleagues, 1983)



임신 중기에 위와 같은 빈도를 보이는데요, 이보다 훨씬 많은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기도 전에 이미 임신 초기에 유산되어 버립니다. 사실, 모든 임신의 8% 정도에서 염색체의 수가 많거나 적은 이상을 보인답니다. (어마어마한 수치죠?) 임신 초기 유산의 절반은 이 염색체 수 이상 때문에 초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만 35세를 기준으로 할까요? 많은 산모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 대략 35세부터는 다운증후군 등의 염색체 이상의 빈도가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염색체 이상을 발견해낼 가능성보다 양수검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의 가능성이 더 크다면 양수검사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바로 여기서 만 35세라는 기준이 제시된 것입니다. 수 많은 의료기관의 방대한 자료를 취합해보니까 태아를 양수검사의 합병증으로 잃을 확률이 최대 1/200~1/250로 35세 임산부의 다운 증후군 빈도와 비슷하더라는거죠. 이 중에도 많은 경우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궁 및 태반 이상에 기인하므로, 실제로 정상적인 임산부에서 발생하는 합병증 빈도는 훨씬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른 염색체 이상까지 다 합하면 35세에서 그 빈도가 더 올라가 1/132이므로 양수검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단 말씀입니다. 예를
들면, 40세 임산부의 경우, 다운증후군 빈도 1/69, 모든 염색체 이상의 빈도 1/40로 양수검사 합병증 빈도보다 몇 배나
높기 때문에 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죠. 최근에는 양수검사가 더욱 안전해져서 양수검사 권장 연령을 더 낮추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험 부담이 줄어들었으니 득과 실을 따져보면 연령을 더 낮춰야한다는 주장이 되겠지요.



4. 35세 미만인데도 양수검사를 받는 걸 많이 봤는데요?

1980
년대 중반 이전엔 나이만 가지고 양수검사 기준을 정했었습니다. 즉, 35세 미만 임산부들은 양수검사를 안 받았죠. 하지만 요즘은
임신 14주 정도 되면 다들 트리플 테스트니 쿼드 테스트니 해서 피검사를 하잖아요? (쿼드 테스트가 새로 나온 더 정확한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소위 기형아 피검사라고 하는데, 이 검사의 수치를 보고 ‘고위험군’으로 나오면 35세 미만이라도 양수검사를 시행합니다.



럼 이 수치는 도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피검사에서 나오는 수치와 임산부 나이에 따른 위험도를 감안해서 종합적인 검사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피검사 수치라 하더라도 최종결과는 임산부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것이죠.



리하여 나오게 된 ‘고위험군’이라 함은, 피검사 결과와 임산부의 나이를 종합하여 산출된 위험도가 35세 임산부의 다운 증후군의
대략적인 빈도인 1/200을 초과할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면 왜 35세 미만의 임산부들도 기형아 피검사 결과에 따라 양수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아시겠지요?



<초음파를 통한 양수검사 - www.childrens.com>

 


5. 정리

1) 만 35세 이상은 기형아 피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양수검사 하세요.

2) 만 35세 미만은 기형아 피검사 결과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오면 양수검사 하세요. 하지만, 미리 기형아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위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고위험군이라고 하더라도 그 확률은 낮으니까요.

3)
양수검사는 생각하신 것처럼 공포스런 검사가 아닙니다. 가는 바늘로 하니까 별로 아프지도 않습니다. (저야 당해보진 않았지만,
다들 그리 아파하지 않으시더라구요.) 특히 초음파를 통해 다 보면서 하니까 사랑스런 아기를 바늘로 찌르는 돌발사고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기 찔릴까봐 엄마들이 제일 많이 걱정하시더라구요.)


임신하신 모든 산모분들 다들 순산하세요~
 


Ref. Willimas Obstetrics, 22nd edition, 314-3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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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구자성 선생님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앞으로 다양한 부인과 질환과 임신과 출산에 대해 이야기 해주실 예정이십니다. 오늘 첫 포스트이신데요, 많이 환영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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