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가끔 저에게 부끄러운 듯 또는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2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성기능에 대한 이야기고, 또 하나는 소변이 시원찮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소변이 시원찮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변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변을 보는 것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합니다만, 젊었을 때에는 그 고마움을 모르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중년이 되서, 20대와는 달라진 소변 줄기를 보며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노년에는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밤에도 깨서 화장실을 가야하고 낮에도 빈도가 늘어나는 것을 ‘늙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버스타고 손주 보러 도시에 나가지도 못하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자녀분들에게 여러 가지 이유로 둘러대십니다만, 사실은 휴게소에 들릴 때까지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난처해질까 걱정되어 버스를 타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때로는 밤에 화장실 드나드는 소리에 식구들이 깰까 부끄럽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뇨 증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변을 자주 보는 것(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증상(급박뇨),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 것(야간뇨), 소변보러 가서 소변이 바로 나오지 않는 증상(지연뇨),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잔뇨감), 소변 줄기가 약한 증상(세뇨), 소변 보고나서 소변이 찔끔씩 더 나오는 것 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이 모두 있을 수도 있고 일부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만, 증상가지고 진단을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배뇨 이상을 나타내는 질병역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립선비대증이 있습니다.





<그림 2. 전립선의 위치>


아마 전립선에 대한 이야기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을 통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 전립선은 방광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크기는 밤톨만합니다. 여자에게는 없고 남자에게만 있는 것으로 영어로는 프로스테이트(prostate)라고 합니다. 이 prostate라는 말의 어원은  보호자라는 뜻의 그리스어 "protector"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전립선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크기가 커져간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톱이 자라듯, 나이를 들어가면서 이 전립선의 크기는 점차 커져갑니다. ‘에이 그것 좀 커져간다고 무슨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하시지요? 사실 몸 전체를 봤을 때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가 이 전립선을 관통해 간다는 점이 문제가 됩니다.





<그림 3. 전립선 비대증 모식도 (상) 정상 (하) 전립선비대>



* 그림 설명 : 좌측은 모식도이고 우측은 내시경으로 관찰한 전립선임. 정상적인 전립선일 경우와 달리 전립선이 비대 된 경우 요도를 전립선이 압박하여 좌, 우측이 붙어있는 (kissing) 현상이 관찰됨.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전립선이 커지게 되면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를 압박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소변 줄기가 예전 같지 않고, 자주 보게 되고,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게 됩니다. 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고, 밤에도 깨서 화장실을 가느라 잠을 자도 피곤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림 4. 전립선 크기와 나이 변화의 상관 관계>


전립선은 점점 커져가고 커진 전립선은 소변이 나오는 길을 누르게 되니 결과적으로 나이가 들면 소변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되는 경우가 많겠지요. ‘늙으면 다 그렇지’란 말이 틀린 말은 아닌 샘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참고 지내시는 것 보다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단한 검사들을 통해 전립선비대인지 진단받을 수 있습니다.


간혹 치료받지 않으시다가 술을 한잔 하시고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아 응급실로 내원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술이나 일부 약물로 인해 전립선 비대가 있던 분들이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요도를 통해 관(도뇨관)을 넣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급성 요폐의 원인은 전립선비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전립선암, 신경학적인 원인, 당뇨, 약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림 5. 다양한 도뇨관>


이런 급성 요폐가 두려우니 치료를 받으라고 말씀드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전립선으로 인해 소변이 나오는 길을 누르게 되면 소변이 나오도록 수축하는 방광근에도 무리가 가고 배뇨 후 남은 소변은 증상을 악화시키고 또 다시 방광에 무리가가는 악순환이 오랜 시간 지속됩니다. 결국 이러한 기능장애는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갈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신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또 하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증상은 전립선비대가 아닌 질환 중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질환이 전립선암입니다. 식생활의 서구화되면서 전립선암이 증가되는 것인지, 과거와 달리 선별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많이 발생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전립선암은 전립선 비대와 달리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중요한 질환이라는 것입니다.


증상만 가지고 전립선비대와 전립선암을 구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통 전립선 암 피검사로 알려진 전립선 특이 항원 (PSA) 검사를 기본으로 하게 됩니다. 또 추가적으로 직장 수지검사, 전립선 초음파, 요속검사 등 몇 가지의 검사들이 있습니다.





<그림 6. 전립선 초음파 사진>


전립선 비대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가 있습니다. 상태에 따라서 권하는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최근에는 좋은 약물이 많이 개발되어 과거에 비해 수술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립선 크기와 상태에 따라 결정해야하고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약’만 사먹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배뇨에 불편함이 있다고 하신다면 더 이상 참지 마시고 가까운 비뇨기과에 방문하셔서 상담 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 연로한 아버님께서 화장실을 지나치게 자주 가시면 자녀분들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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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는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서울우유 (3.4월호)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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