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분야에서도 전산화의 열풍입니다. Web 2.0의 열풍처럼 건강에 있어서도 Health 2.0이라고 하며 관련 업계에서는 희망찬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Health 2.0 사업인 PHR/EHR에 자신의 색을 가지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대학병원에는 전자차트(EMR)가 들어와있으며, 필름 대신에 PACS 시스템을 이용해 모니터로 판독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와 필름의 마지막 세대였던 저로써는 희.비가 교차합니다. 더이상 의사면허를 소지한 배달부 역할은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입니다. 환자의 차트와 필름을 들고, 하루 종일 뛰던 인턴 시절은 저희 동기들이 마지막이였습니다. 근무시간에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의무기록 미비를 쓰려고 비상키를 가지고 의무기록실을 열고 들어갈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병원내 컴퓨터 어디서든지, 미비를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연구를 하기도 좋아졌습니다. 특정 질환 환자를 모니터링 하기도 좋아졌고, 통계도 수작업이 줄어들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장기적으로 필름비 지출이 줄어들고, 인력 낭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라진 것도 있습니다.

기록에 애정이 사라집니다. 예전에는 차트에 설명을 하며 큼지막하게 그렸던 그림이나 환자가 새로 시행한 검사 결과 그림이 더이상 들어 갈 곳이 없습니다. 병동에서 차트에 처방을 쓰던 것도 이제는 입원했다는 연락과 함께 등록된 약속처방 중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것들만 클릭하면 됩니다. 편리함과 동시에 무언가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오래된 장비에서 출력되는 사진은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검사자들이 스캐너를 이용해 서버에 저장합니다. 육안 소견을 그림으로 그리던 검사들은 스캔 대상입니다. 환자와 함께 공유하던 차트는 갈 길을 잃어버리고, 일부 의사들은 자신만의 의무기록을 별도로 보관하기 시작합니다.

어려운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이 환자에게 써야할 시간을 줄어들게 만들었습니다. 진료실에서 한 환자를 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말이죠. 빨리 진료를 보기 위해 EMR을 전담하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생깁니다. 아마 종이와 필름이 사라진 병원에서 잃어버린 가장 큰 것은 환자와의 소통 시간 감소일 겁니다.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 얼굴보다 모니터를 바라봐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합니다.

Web 2.0 이 해당 산업에서 마케팅을 위한 개념이라고 버블일 뿐이라고 하듯, Health 2.0 역시 버블일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해당 분야의 발전에 있어서 사용자인 의료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거나 더디게 반영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앞으로의 사용자인 환자나 그의 가족이 지금 Health 2.0의 개념에 대해 이해해줄까요?

안타깝게도 지금 확산되고 있는 Health 2.0의 개념이 매우 매력적이고, 실용적이고, 의료소비자의 권리를 향산 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PHR/EHR의 연구나 개발도 이러한 산업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 사용자가될 환자나, 또 다른 사용자인 의료진의 관심은 거의 없죠.

PHR/EHR로 인해 만성질환 관리, 예방이 가능해지고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 기록을 자신이 소유할 수 있게 됩니다. 국가적으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로써는 자신의 건강, 치료에 더 많은 주도권을 가지게되며, 합리적인 의료소비뿐 아니라 같은 질환, 같은 병원 이용자들끼리 정보 공유도 더 쉽게 되겠죠. 그러나 이렇게 이용해야할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령이란 점은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져도 인터넷,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이용하지 못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합니다.

해외와 다른 국내 여건, 의료 시스템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 역시 크기 때문에, 해외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해 들여온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클 것입니다. 종이와 필름이 사라진 병원. Health 2.0. 환자와 의료진간의 소통을 살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용 할 수 있게 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 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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