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류독감은 독감과 다른 것인가?
조류독감은 독감의 한 종류입니다. 독감은 influenza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 질병이며, influenza 바이러스는 A형, B형 등이 있습니다.
A형 influenza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두 가지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서 모두 144개로 분류될 수 있는데 조류독감은 이중 한 종류입니다.
2.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144개로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이러스 표면에는 hemagglutinin이라는 단백질과 neuraminidase라는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Hemagglutinin은 핏속에 존재하는 세포인 적혈구를 응집시키는 물질(적혈구 응집소)을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모두 16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Neuraminidase는 뉴라민산을 분해하여 시알산을 만들어 내는 효소인데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모두 9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 두 가지 종류의 단백질이 어떤 아형을 가지고 있는지를 가지고 hemagglutinin은 대문자 H, neuraminidase 아형은 대문자 N으로 표시하며 H는 1에서 16까지, N은 1-9까지로 표시합니다. 그러므로 16x9=144가지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3. 조류독감은 어떤 것인가?
조류독감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144가지 종류 중 5번 hemagglutinin과 1번 neraminidase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H5N1이라고 표시하기도 하지요. 이론적으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44가지가 존재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는 발견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어떤 종류가 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아주 어려운데 1910년대 말에 속칭 스페인 독감이라 이름 붙은 H1N1형이 유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고, 최근에 조류독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에게서 아주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4. 감기와 비교를 해 봅시다. 감기의 증상이 심하면 독감이 아닌가?
감기와 독감은 서로 다른 병이므로 감기가 심한 것이 독감인 것은 아닙니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나 기침이 주된 증상이고, 열이 나거나 추위를 느끼기도 하며, 목(편도선)이 붓는 경우도 있지만 근육에 통증이 생겨서 아픈 경우 아주 심한 경우에만 볼 수 있을 뿐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독감의 경우에는 콧물이나 기침보다는 우선 몸이 쑤시면서 심하게 아픈 것이(근육통이 심하고)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독감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감기로 오인한 채 그냥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5. 감기는 치명적이지 않은데 독감은 왜 이렇게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가?
그것은 두 가지 질병이 서로 완전히 다른 질병이므로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감기라고 하는 질병은 아데노바이러스, 라이노바이러스와 같이 일상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었을 때 컨디션이 나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 질병이니 우선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릅니다. 독감 예방주사는 있지만 감기 예방주사는 없는 것이 독감의 경우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한 종류이니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면 되지만 감기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워낙 여러 가지 종류여서 모든 것에 이용 가능한 백신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6. 독감 예방접종은 효과가 있는가?
당연히 효과가 있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라는 광고를 접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독감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모양을 자주 바꾸는 것입니다. 독감 예방접종은 학자들이 계속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추적 관찰하면서 금년 겨울에는 이런 형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백신을 제조합니다. 이 예측이 맞으면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지만 예상을 벗어나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되면 예방접종은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7. 조류독감도 독감의 한 형태이니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는 없는가?
그것이 일반인들이나 의학자들의 희망사항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단지 희망에 불과할 뿐,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조류독감 백신을 연구하는 분들이 있으니 앞으로 좋은 백신이 개발되기를 기대해야겠습니다. 지난 3월에 일본에서 독감과 조류독감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상용화하지는 않고 있으니 현재까지는 그림의 떡이라 해야겠습니다. sanofi pasteur, Inc.,에서 개발한 약은 미국 FDA에서 처음으로 인정받은 백신인데 아직 시판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8.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 닭고기, 오리고기를 먹어도 되는가?
조류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바이러스는 자체로 생존할 수 없으므로 다른 세포 속에 들어가서 숙주세포의 능력을 이용해야 생존 가능합니다. 바이러스가 생명력을 지니긴 했지만 자체적으로 생존능력이 없으므로 완벽한 생물이라 보기 어려워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에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바이러스는 대체로 숙주세포 내에서는 생존을 잘 하지만 주변환경 변화에 취약하므로 생존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매스컴에 보도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시식 행사를 가지기도 하듯이 닭이나 오리를 날 것으로 먹지 않고 뜨거운 온도에서 잘 요리해서 먹는다면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닭이나 오리가 감염되었더라도 요리를 제대로 한 다음 먹으면 조류독감에 감염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상 생고기를 다루는 도축업자나 요리사가 조류독감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이지 요리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조류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없습니다. 요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항상 가능성을 0이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 생고기를 다루는 사람의 몸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가 요리가 끝난 음식에 바이러스가 옮겨 붙는다든가 하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이러스가 홀로 생존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듯이 짧은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9. 최근 조류독감은 전파속도도 빠르고 시기적으로도 봄에 발생하여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전과 달라 보인다. 바이러스가 변이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바이러스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수시로 변이를 잘 일으키면서 적응을 해 갑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에 속하는데 이러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증식을 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RNA로부터 DNA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역 전사효소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역 전사효소의 기능이 그리 정확하지를 못해서 RNA로부터 DNA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러 엉뚱한 DNA 재료를 사용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변이가 발생하는 원인입니다.
실제로 바이러스에 변이가 일어났는지 여부는 바이러스로부터 RNA를 분리하여 그 염기서열을 확인해야 알 수 있으나 현재는 거기까지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며, 단지 앞뒤 정황만 보고 변이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을 뿐입니다. 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빨리 통제가 이루어져야겠습니다.
10. 변이 중에 대변이, 소변이라는 말이 있던데 이건 무슨 뜻인가?
유전정보가 변하거나 유전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변하는 현상을 변이라고 합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외부에서 들어온 침입자이므로 사람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의 침입을 인식하고 면역 기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런데 면역기능은 이미 경험해 본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잘 가동됩니다.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바로 경험에 의해 면역기능을 획득해 놓았다가 다음에 노출이 되면 훨씬 더 빠르고 강하게 면역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면역 기능의 대표적인 것은 항체를 생산하여 대항하는 것인데 항체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가 항원의 역할을 해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즉 외부의 병원체가 "나는 네 몸에 들어온 이물질이다"하고 자극을 주어야 "그래 알았다. 내가 너를 물리쳐주마"라고 하며 인체 면역기능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체의 면역기능을 자극하는 성질을 항원성이라 하는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항원성이 약하게 바뀌는 현상을 소변이라 하고, 강하게 바뀌는 현상을 대변이라 합니다. 대변이가 일어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예전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성질을 띠게 되므로 소변이가 일어난 경우보다 인체에 훨씬 큰 해가 될 수 있습니다.
11. 다른 질병에서도 유전자의 변이가 발생하는가?
물론 그렇습니다.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원인이 되는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를 일으키는 능력이 아주 출중합니다. 그러므로 백신을 제조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백신은 특정부위를 선택하여 이 부위를 인체가 인식하여 항체를 생성해낼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수시로 모양을 바꾸어 버리니 백신제조에 이용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이러스에서 볼 수 있는 예이고, 암을 비롯한 생활 습관과 연관있는 병이나 유전성 질환에서 정상적인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여 질병이 생기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12. 조류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현재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조류독감 치료제는 타미플루(Tamiflu)라는 약입니다. 이것은 neuraminidase의 기능을 억제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제대로 생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1997년에 질레드 회사에서 개발하였습니다. Neuraminidase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증식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약으로 1993년에 개발된 자나미비르가 있지만 사용하기가 번거로워서 지금은 세계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라고도 하는 타미플루는 현재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질레드로부터 권리를 사들여 제조하여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만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단점입니다.
13. 잘 팔릴 것 같은데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무슨 이유인가?
로슈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5000만명 이상이 타미플루를 복용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조류독감 외에 독감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들의 수를 포함한 것입니다. 이중 약 7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일본인입니다. 일본의 中外製(춘가이 제약회사)은 로슈가 5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에서 타미플루를 대량 생산해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조류독감에 잘 듣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타미플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타미플루의 생산시설은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로슈와 관련회사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14.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가에서 치료제를 대량 비축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전국민의 20%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타미플루를 비축해 놓고 있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타미플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15. 그렇다면 조류독감이 자주 발생하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어떤 대비책을 세우고 있나?
문제는 나라의 경제사정이 나쁠수록 대비책이 허술하다는 데 있습니다. 최근 수년 동안 각종 전염병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동남아 몇몇 국가와 중국에서는 별다른 대비책 없이 일단 질병이 유행을 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기관의 구호활동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기까지 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양계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죠.
이제는 국제사회의 감시가 심해져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대비책이 허술한 것은 과거의 우리 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굳이 전염병에 대한 대비책뿐 아니라 위생상황이나 경제를 보는 태도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하자면 자본주의에 충실한 선진국 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걸핏하면 세계시장의 단일화를 외치는 선진국 회사들이 값싸게 필요한 물품(약)을 넘기는 일은 거부하면서 이익만 챙기자고 하니 당장은 이익을 남길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한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지구 전체를 순식간에 덮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16. 다른 치료방법은 없을까요?
애석하지만 적절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환자의 증상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대처하는 대증요법만 가능할 뿐입니다. 이론적으로 항바이러스약 중에는 어떤 바이러스에든 적용 가능한 것들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타미플루 외에 적당한 약제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면역기능이 뛰어난 건강한 사람들은 다행히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17. 예방백신도 개발되어 있지 않고, 치료약도 적당한 게 없으니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 게 상책인데 예방책으로는 어떤 게 있나?
개인위생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출 후 손을 씻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조류독감 유행지역에 가지 않는다거나 가금류의 생고기를 피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접촉을 피하거나 살아 있는 가금류와 접촉해야 하는 경우 장갑을 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태국에서는 닭싸움에서 부상을 입은 닭이 피를 흘리는 것을 빨아먹는 풍습이 있다는데 조류독감이라는 질병이 탄생한 지금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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