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심심치 않게 올라옵니다. 하지만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자나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늘 '사람과 사람' 코너에서 진행할 인터뷰 대상은 블로거 짜스님입니다. 최근 회사에서 일어난 상사의 성희롱과 기타 부당한 처우에 대해 소송 중으로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여느 사건들과는 달리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던 블로거인데다가, 자신의 신상을 밝히고 있으며, 블로그에도 관련글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과 관심을 받게 될 때까지 아주 긴 외롭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상대로 성희롱을 고지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고, 또한 그 이후의 회사의 입장이나 주위 동료의 시선도 괴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성희롱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참고 견디는 것이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것과 적법한 해결을 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만 믿고 기다려 왔다는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한겨레)

남성과 여성과의 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때로는 상대가 기분 나쁠 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나 행동으로 피해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악질적으로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 의도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피해를 받은 여성의 대부분은 남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회사에 적응하기 힘들어지며, 정신적인 고통이 심해질 경우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런 성희롱에 대한 교육과 대처 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짜스님과의 인터뷰에서는 실명을 밝히게 된 배경과 실제 성희롱 대처에 있어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지 알아봤습니다.


양깡: 요즘 많이 힘드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희롱 사건을 포함해 일련의 과정을 실명과 사진,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공개한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짜스: 차라리 지금은 속이 편해요. 함께 근무하는 직장 동료 분들의 시선도 지금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이전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지낼 때에는 더 힘들었어요. 주위의 도움 없이 외롭기도 했었고요. 심한 우울증과 대인 기피 증상 등으로 너무 힘들었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이 차라리 낫습니다. 도와주시겠다는 분들도 있고, 또 저도 비슷한 처지의 분들을 도우려고 하고 있고요.

양깡: 지금 법적인 문제와 공방이 되는 것은 비단 성희롱에 국한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 있었던 업무 차별 및 보직 변경 등의 불이익에 관련된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제가 그 모든 문제에 대해 인터뷰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성희롱과 그에 대한 대처 등에 대해 주로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괜찮으시겠죠?

짜스: 네. 사실 성희롱과 그 이외의 문제들이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성희롱에 대해 고민 고민 하다가 회사에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고민을 회사에 털어 놓고 나서 오히려 여러 가지 차별을 받았으니까요.

양깡: 삼성이라면 엄청나게 큰 규모의 회사인데 성추행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나 교육을 받지 않았나요? 아니면 그런 교육 자체가 없었나요?

짜스: 1년에 한번은 성추행에 관련해 교육이 의무적으로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에 도움되는 교육은 아니었어요. 통상적으로 성희롱 교육을 성희롱 강사 자격증을 가진 남자 과장이 진행했습니다. 성희롱 사례 등을 포함한 교육 말미에 '성희롱이 발생하면 인사팀에 조용히 예기하라'는 이야기를 강조해 왔죠. 올해 온라인 교육은 상당히 세련돼지고 원칙에 근거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녹취를 남기고 주위 사람들이 독려해줘야 하고, 외부에 알려야 하는 법령 등에 대한 자세한 교육이 올해에는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양깡: 어찌 보면 지금 짜스님의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생긴 변화일 수 있겠네요.

짜스: 그건 알 수 없지만, 제가 성추행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깡: 성추행이 발생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별도의 창구, 신고하라고 한 인사팀 이외에는 별도의 창구가 마련돼있지는 않았습니까?

짜스: 네, 제가 근무하던 당시에는.. 있었는데 홍보가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아애 없었는지 모르지만 사원이 이럴 때 어디 가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니, 있었다고 해도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던 것이죠.

양깡: 그렇다면 짜스님은 인사팀에 성희롱 사실을 알렸겠네요.

짜스: 네. 그런데 제가 이번 일을 겪어보니, 이 일을 회사 처분을 믿고 기다렸다가 형사 고발의 시기를 비롯하여 공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여느 사건과 달리 증거가 남지도 않는 일이기에 증명할 길이 요원해진다는 것도 너무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성희롱이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참고 또 참다가 한 때늦은 고지는 오히려 오해만 하게 되었습니다.

양깡: 구체적으로 늦게 고지한 것이 어떤 오해를 낳았나요?

짜스: 오히려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게 되고, 그럴 빌미를 준 것이죠. 처음에는 성희롱에 대해 전면 부인을 하였고 또 성희롱 고지에 대한 의도를 불순하게 몰고 갔습니다. 회사 내에서 이런 시선을 받는 다는 것이 큰 조직 속 한 개인으로써 어떤 차별인지 아마 겪기 전에는 짐작하기 힘드실 것입니다. 특히 노동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치성향불순자(?)가 이 사건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리는 것이 너무 억울합니다.

양깡: 성희롱 사건을 인사팀에 알린 것이 문제가 되었나요? 중립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짜스: 성희롱 사건을 담당한 부서가 인사팀이고 인사에 그 정보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듯, 인사 발령 대기와 업무 분담의 문제의 피해를 받았습니다. 회사의 성희롱 창구는 좀 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깡: 성희롱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다른 직장인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점을 하시겠습니까?

짜스: 먼저 성희롱의 증거와 목격자들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지를 하게 되면 주위의 동료들도 회사와의 관계 때문에 목격한 것을 이야기 하기 힘들어 집니다. 때문에 고지 전에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늦지 않게 고지를 해야 합니다. 늦게 고지하면 오해 받기 쉽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또 고지를 하고 나서 회사의 대처가 미진하고 무조건 기다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즉각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양깡: 늦게 고지해서 받은 억울함이 크신 것 같습니다.

짜스: 늦게 고지해서 그 의도를 오해 받은 것뿐 아니라, 정말 우울하고 회사 다니기 힘들 때 참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남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미소 지었던 행동들이 오히려 '쟤 그 때 웃고 다녔어'란 이야기로 오히려 저를 왜곡할 때 너무 비참한 심정뿐입니다. 사실 그 당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말이죠. 성희롱 피해자 분들 중 심각하게 우울 증상이 있다면 제 때 정신과적 도움을 받으시라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어요.

양깡: 블로그 활동을 그 기간에도 왕성히 해오셨기 때문에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이웃 블로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짜스: 업무도 별로 없고, 발령 대기하던 상황에 블로그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스스로 만든 일 거리라고 할까요? 그를 통해서 사람들과 말도 할 수 있었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양깡: 이웃 블로거들이나 친구분들께 하실 말씀은?

짜스: 그 동안 묵묵하게 따뜻하게 감싸주고 지지해준 친구들과 동료, 이웃 블로거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버텨올 수 있었고 싸울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제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마 회사 안에서 표면적으로 가깝게 지내지 못하고 또 사실을 증언해주지 못하는 동료 분들의 입장도 이해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어색한 시간이 끝나고 나면 다시 가까워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지 부지하게 이어지던 성희롱과 주위의 무심함 (그냥 참아라, 상사와 어색해지면 좋을 것 없다는 반응)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힘든 것이 공식적인 이의제기 후였습니다. 특히 시일이 지난 일이라며 의도를 왜곡하는 것에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고, '이럴 줄 알았다면 이의 제기를 하지 말걸'이란 생각도 순간 순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웃 블로거분들과 친구 여러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을 봐달라고요. 누구나 성희롱과 부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원칙적인 이의제기를 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사와 대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저의 이 경험이 이런 상황에 있어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누군가 성희롱과 같이 인격적으로 상처받는 일이 생긴다면 너무 오래 담아두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빨리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이런 문제를 혼자 안고 있다 보면 가해 정도는 심화되고 상처는 가해가 심화되는 정도는 보다 훨씬 급격하게 악화됩니다. 회복할 수 없는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 나중에는 소통할 수 없는 정도로 병들게 되어 피해를 고스란히 혼자 안고 쓰러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자신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귀 기울여 함께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가 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하시면 제게 연락을 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경험하면서 배운 것들 중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함께 공유하고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양깡: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뿐 아니라 회사라는 큰 조직 안에서의 차별과 왕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 까란 생각이 듭니다. 조직 부적응자라는 낙인이 조직 사회에서 다시 일어설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그런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어떤 빌미 제공이 있었을 것이란 당연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백 번 양보해 생각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이며 결국 상황이 악화되어 쌍방이 입게 되는 피해 역시 너무 커집니다.

<성희롱 대처 조언>

1. 성희롱을 고지하기 전 증거를 확보할 것
2. 실제 성희롱 발생 시점에 비해 고지 시기가 늦을 수록 불리
3. 고지 후 적법한 대처가 없다면 법적 조취를 취할것
4.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위 도움을 청할 것
5. 심각한 우울증상과 적응이 불가능할 경우 정신과적 도움을 받을 것

이번 인터뷰는 짜스님의 주장에 근거해 작성되었습니다. 회사와 법적인 공방 중에 있다는 점과 성희롱의 피해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기에 회사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인터뷰의 초점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 보다는 성희롱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한 이야기에 맞춰졌습니다. 내용 중에 사실이 아닌 것이 있거나 반론을 원하시는 분은 (gamsa@gamsa.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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