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일부터 2월 5일까지는 KCOC(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서 국외 자원활동 파견자들을 위한 합숙 교육이 있었다. KCOC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는 달리 국내 NGO들의 연합체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국가에서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 해외봉사단으로 보는것이 맞을 것이다. 교육은 전부 마음에 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전반적으로 재미없고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생각할 거리는 많았다. 트위터에 잡상의 조가리들을 올리기는 했지만 여기에도 몇 기록해보려 한다.

KOICA에 대한 이야기. 주워들은 이야기이므로 신빙성은 보장하지 못한다. KOICA는 국가에서 파견하는 해외봉사단이다. 때문에 NGO처럼 여러 압력에서 자유롭기 힘들며, 파견지역도 오지나 정말 도움이 필요한 지역이라기 보다는 정부에서 보기에 물밑작업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 곳, 혹은 안전사고에서 자유로운 지역으로 보낸다 한다. 이미 한국 대사관도 있고 보통 KOICA 본부도 이곳에 있는데다 파견인원도 수십명씩이라 일이 힘들거나해서 돌아오는 사람들보다는 서로 아귀다툼에 질려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물밑작업 이야기를 했는데 나라이름을 걸고가는 해외봉사단만큼 이미지 메이킹에 좋은것도 드물기 때문에 이번에 중동 원전 수주 때문에 KOICA의 중동 파견원이 급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공무원 집단이니만큼 관료주의나 경직도가 높아서 재미도 보람도 적다고. 이야기를 듣고나니 KOICA로 안나가기를 잘했다는 생각 뿐. 국가에서 보냈다가 인명사고가 난다거나 하면 정부에서 골치아파지기 때문에 분쟁지역이나 긴급구호가 필요한 지역에는 파견을 꺼려한다고 한다.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오지 지역은 대부분 NGO들이 들어간다고. KOICA에서 나갔으면 기생충 연구를 못했을것 같다.
마음에 들지 않은 교육 내용. 왜 한국에서는 훈련나가면 일단 레크리에이션 강사부터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저 불쾌할 따름. 좋아하는 사람들 보다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 친목도모라고 해도 결국 노는 사람들 끼리 놀게 되는 것을. 억지로 엮어봐야 다 헛짓일 뿐이고 결국은 개인적인 관심사나 사고가 공유되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놀기 마련이다. 멍석 깔아놔봐야 방해만 될 뿐.
이번 합숙훈련에서 사람들과 말을 섞어본 것은 개인적으로 좀 놀라운 경험이었다. 나는 이렇게 꿈과 희망으로 반짝거리는 사람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좋은 분들이므로 이런 말 하긴 좀 미안하지만 굉장히 나이브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나에게는 너무 반짝거리는 생각들이다. 물론 잘못되었다 잘되었다 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고 나랑 잘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 나는 보다 현실 비관적인, 하지만 꿈과 이상을 버리지 않는 그런 쪽이 더 좋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도저도 다 싫은 타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이렇게 반짝거리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도 꽤 즐거울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앞으로 많이 보게될테니 익숙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트위터에도 적었지만 진보 계열 사람들과 나는 잘 맞지 않는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본 상당수의 진보들은 자기 흥에 취해서 열심히 문제점을 물어뜯고는 사라진다. 들을때는 재미있지만 듣고 나면 어쩌라고 라는 생각밖에 남지 않는다. 현실과 괴리된 순수한 이상은 그래서 짜증난다. 여러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모여 사로의 목소리를 잘 내줘야 그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건 이성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그냥 나는 그쪽으로 엮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예를들어 이 사람은 현재 국내 NGO활동이 일방적이고 일차적인 지원(즉 직접적인 식량/보건 지원 같은)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 경제를 살리지 않는 한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물론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장기적인 자립이 가능해지고 수백년간 이어진 일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나설 수 있으리라는데는 나도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이런 일차적인 지원이 의미가 없을까. 단순 식량/보건 지원은 의존성을 높인다고는 하지만 당장에는 그것이 정말 필요하다. 보건쪽을 보자. 보건소 지어줘봐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헛거라. 제대로된 보건의료인력을 키워내려면 외국에 인재를 보내 키워낸다고 해도 10년-20년은 바라봐야하는 계획이다. 제대로된 의료시스템이 자리잡으려면 그것보다 오래걸리리란건 자명하다. 그런데 당장의 의료지원이 헛것인가. 그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을때 까지는 지원은 필수적인것 아닌가. 이상론에 빠져 현실을 무시하면 죽어가는건 현실에 닥친 사람들이다. 책상머리에서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외치고 있는 그 사람이 내가 보기에는 책상머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든 생각인데 아프리카의 근본적이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일방적인 관계'에 억눌려 살아왔다. 지난 수백년간은 노예제도와 자원약탈, 식민지로 인해 서구열강에 의해 '일방적'으로 착취되어 왔고, 2차대전이 지나 독립한 이후에는 '일방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몇몇 성공적인 국가들 이외에는 이 패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런 관계의 일방성이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일방적인 관계 이외에 다른 관계로의 모색을 하는 것이 힘든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것과 관련해. 근래에는 자원봉사라는 말 보다는 자원활동이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자원봉사는 가진자가 없는자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를 암시하는데 반해 자원활동은 서로가 교류하는 관계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NGO 활동가들 이외에 처음으로 파견나가는 사람들은 뭔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것은 옳은 단어선택인것 같다. 가서 해주고 오는 것 보다는 자신이 배워오는 것이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선배 파견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기생충 이야기가 빠지면 섭섭하니 기생충 이야기 조금. 스와질랜드는 현재 의료인력 및 시스템 전체가 HIV 감염자 관리 및 확산 방지에만 전려투구해도 모자랄 형편이라 다른 질병들에 대한 조사 자료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인구 130만에 의사가 171명 뿐이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일단 HIV와 관련된 microsporidia 같은 기회 감염은 확실히 많을 것 같고, 수도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 giardiasis같은 수인성 기생충 감염도 많을 것 같다. 주혈흡충은 이미 몇차례 문제가 된 바 있으니 일단 가서 urine stick으로 저학년 학생 대상으로 확인을 좀 해봐야겠다. 고산지대로 모기가 많지 않아 말라리아가 별로 없다는게 저지대쪽은 여름에 40도까지 올라간다니 좀 알아보는게 좋겠다. 일단 말라리아 diagnostic kit은 가져가므로 비슷한 증상이 보일때 바로바로 테스트 해볼 생각.
현지에 계신 분의 말씀으로는 입으로 기생충이 나온다는 말씀을 해주셨으니 회충이 있는 모양. 그정도로 heavy infection이 일어난 아이가 있다는 것은 soil transmitted helminth의 유병률이 적지 않은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mass drug administration을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약품수급이 원활치 못해 지속적이진 못한것 같다. 이럴 경우 재감염이 쉽게 일어나 결국 일시적인 효과만을 보일 뿐이다. 때문에 Novatis나 Merck, GSK의 아프리카 지부쪽에 문의를 좀 넣어서 저가에 정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좀 알아봐야겠다. 주혈흡충이 꽤 있다면 Praziquantel도 필수이니만큼 지원을 받으면 좋은데 한국에서는 신풍제약에서 생산중이라니 어떻게 국내에서 구입해서 보내던지 지원을 받아보던지 문의를 넣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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