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Informational Technology, 정보기술)은 의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도 그랬습니다만 많은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하여 연관된 자료를 연결하고 검색이 되도록 한 것 만으로도 엄청난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유명 해외 의학 저널을 의학 도서관에서 사서를 통해서 복사해서 봤지만, 이제 온라인으로 의학 도서관에 접속후 계약되 있는 저널들을 특별한 로그인 없이 보거나 PubMed를 통해 검색해서 찾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DB(Database)의 발달과 웹의 발달 덕분입니다. 95년도를 지나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이런 변화를 처음 맞이 했을 때 굉장히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를 일찍 체험했다면 어쩌면 의대에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컴퓨터를 너무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현재 IT 종사하는 분들이 너무나 어려운 현실에서 일하시는 것이 남 이야기 같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컴퓨터 동호회에서 회원으로 열심히 활동했으나 이제는 그 변화가 너무 빨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니텔에 W3P 란 홈페이지 동호회가 있었는데 그 때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혹 그 당시 활동했던 회원분들 있으시다면 반갑습니다. 홈페이지 만드는 동호회였는데 매일 동호회에 살다보니 부시삽이 되었던 기억도 납니다. 번개도 재미있었고 ... 당시 번개란 말도 참 신선한 단어였는데 말이죠.


전공의였을 때 논문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자료를 정리한 것이 엑셀 파일로 아무리 저장을 잘 해 놓아도 장기간 저장이 어렵고 또 여러 병원에서 자료를 모아서 정리할 경우에는 자료 누락의 위험도 있어서 별로 효율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죠. 한 기관에서 많은 수의 환자를 모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여러 병원에서 함께 하는 다기관 임상 연구가 많습니다. 그래서 뭔가 효과적으로 바꿀 수 없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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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관에서 자료를 공유하는 시스템>


웹을 기반으로하는 임상 연구 시스템입니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 경과등의 정보를 웹을 통해 입력하고 서버에서 저장하는 단순한 디자인입니다. 임상 연구시 환자의 치료 경과를 정리하는 CRF (Clinical research files) 종이를 웹을 통해 바로 데이타베이스로 입력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종이에 적고 나중에 그 종이를 데이타 베이스나 소규모의 경우 엑셀 파일로 다시 재 정리를 해서 통계를 냈었거든요. 이 구상을 한 것이 2001년도 쯤 되었을 겁니다.


당시 해외에서도 이런 방법에 대한 초기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장점이 상당히 많은 방법입니다. 연구의 중간에도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고 누락된 항목이나 정상 범위를 벗어난 수치 (예를 들면 키를 3m로 입력한다든지..)는 입력과 동시에 메세지가 뜨니까요.


하지만 이런 중간 결과를 연구자들이 연구 중간에 알면 연구에 편견(bias)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관리자와 각 센터, 병원의 임상 연구자들은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그룹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그룹화와 권한 설정은 임상 연구뿐 아니라 전자 차트 시스템 (EMR)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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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접근 및 이용자의 그룹화>


이런 아이디어를 교수님에게 말씀드리고 금전적 지원을 받고 지인을 통해 웹프로그래머 한 분을 소개 받아 실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단순한 시스템입니다만, 웹 프로그램을 짜는데 애로 사항이 꽃 폈습니다. 임상 수치나 설문지 등을 입력할 때 정수로 저장 할 것인가 소수점까지 인정할 것인가 부터 시행 착오를 겪고 입력시 오류에 대해 바로 알람이 작동하게 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웹 전문가와 웹이나 프로그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교수님 사이에 절충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환자가 혹시라도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할 경우 어떻게 중복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환자분께 설명을 드린다고 하더라도 강제 사항도 아니니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당시 정보통신부에서 주민등록 번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고 의학 연구 자료에 개인 산상 정보를 넣는 것 자체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거든요.


1년 정도 더딘 진행과 해결안되는 기술적 문제, 다시 회의... 중간에 지쳐서 방관하다가 우여 곡절을 겪어서 만든 것이 아래 IBMPRS(Internet Based Multi-institutional Prostate Research System) 입니다. 프로그래머분께서 거의 수고비만 받고 열심히 일해주셨기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비용이 비쌌다면 연구비를 지원받기 힘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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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PRS - 전립선 환자들의 인터넷 데이타 베이스>


만든 뒤 1년정도 실제 환자를 입력해보고 효용성을 평가했습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과거처럼 자료를 쌓아놓고 밤세워가며 컴퓨터에 입력하는 수고를 덜고 특히 먼거리의 병원, 더 나아가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병원과도 임상 연구를 함께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이 도메인은 쓰지 않습니다. 관리도 학회쪽으로 넘긴 상태입니다만 지금도 생각하면 굉장히 뿌듯합니다.


지금은 대규모 임상연구에 e-CRF (electronic clinical research files)가 흔히 쓰입니다. Phase foward란 미국 기업에서 대부분의 임상연구에 필요한 웹 기반의 CRF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임상 연구 요원들이 매번 연구가 시작될 때 마다 미국 필라델피아로 날라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 맞춤형 CRF이기 때문에 사용법을 매번 교육 받는 것 같습니다. 전세계에서 쓰는 매우 신뢰도가 높은 업체라고 생각됩니다. 시스템 자체도 세련되고 안정적입니다만, 워낙 대규모 임상을 하다 보니 밤 12시의 싸이월드처럼 버벅 거릴때는 좀 있는 것 같더군요. 요즘엔 싸이 버벅거리지 않나요? 안한지 오래되서 요즘은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FDA에서는 이런 e-CRF의 규약을 만들고 매우 활발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 식약청에서는 아직 이런 규약, 규제가 없습니다. 대부분 그렇듯 미국 FDA의 기준을 지키면 OK 하겠죠. 명색이 IT 강국인데 서버의 기종이나 백업 원칙, 정보 공개에 대한 규정등 오히려 미국보다 강화된 기준을 내세워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IBMPRS를 만들고 나서 e-CRF의 사업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얼마전 블로그코리아의 이메일 인터뷰에서도 의사로써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 e-CRF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 e-CRF하고 집앞에서 반찬가게를 여는 것이 우리 가족의 진지한 고민입니다. 좋은 위치를 발견한데다가 아내가 요리 솜씨가 좀 있거든요.


그런데 e-CRF에 대한 꿈은 이제 버리려고 합니다. 최근에 보니 몇 몇 국내 업체에서 임상연구 전문 기관들과 손잡고 개발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주) 헬스로드, (주) Dream CIS 에서 개발 및 판매를 하는 것 같습니다. Dream CIS의 경우 국/외 임상연구를 용역을 받아 시행하는 곳으로 자체 개발한 툴 이용이 활발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2003년도에 특허도 받았다고 나오는군요. 한때 병원에서 Dream CIS와 임상 연구를했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하고 있었을 줄이야..


현재 의학 관련된 IT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눈에 띄는 비트 컴퓨터나 대기업인 LG CNS는 전자 처방이나 전자 차트 개발 및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많은 분야는 아니지만 정확성과 안전성, 사용자의 편리한 인터페이스(이 부분이 매우 중요)등 장점만 있다면 선점하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눈을 돌려 보니 더 이상 블루 오션은 아닌 것 같습니다. 헛...


이런 이유로 e CRF 의 사업화의 꿈은 접습니다. IBMPRS를 만들 때 특허를 내자는 교수님의 말씀에 '뭐 이런 거 가지고 특허를...' 이란 반응을 보였는데 특허낸 업체도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블로그 코리아의 메일 인터뷰 내용도 급 변경을 하게 되었는데 확인 메일이 오지 않네요.


안녕 IBMPRS~! 안녕 e CRF~! 이제 고민은 반찬가게를 열 것인가 밖에 안남았네요.


Source : Internet Based Multi-institute Prostate Research System : Pilot Experience with a Convenient, Secure and Efficient System, KM Yang et al. J of Kor Urol.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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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도빙  수정/삭제  댓글쓰기

    "IT 강국" 보다는 "IT 소비 강국"이 맞는거 같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절대 강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07/09/19 09:38
    • 양깡  수정/삭제

      공감합니다. 인터넷 보급률가지고 강국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그나마 소비도 편중된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2007/09/19 09:40
  2. easysun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코리아 인터뷰 내용은 말씀 하신 내용을 반영해서 바꾸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내용은 게재일이 결정된 이후에 보실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09/19 10:04
    • 양깡  수정/삭제

      아~ 짤린 것은 아니였군요. 전 인터뷰 내용이 재미없어서 게재안하시는가 했습니다. ^^;;

      2007/09/19 10:20
  3. 영민C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아는 친구도 현재 의학 관련장비 기술부서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만 보더라도 많이 느껴지는 부분인것 같습니다.

    2007/09/19 10:47
    • 양깡  수정/삭제

      의학 분야쪽으로만 꾸준히 하신다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낮설고 힘들지만 그렇게 전문분야로 선점하면 굉장한 메리트가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2007/09/19 10:50
  4. 엔시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 주셨군요,., 항상 데이터 베이스라는 것은 무시 못하는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07/09/19 16:02
    • 양깡  수정/삭제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데이터베이스의 위력은 정말 무서우리만큼 대단한 것 같아요.

      2007/09/19 16:18
  5. 레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보기술의 발달을 법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쓰지 못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그리고 연세가 그리 많지 않은 의사 선생님 중에도 키보드 쓰시는 거에 지독한 거부 반응 보이시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예전에 그 쪽 마케팅일을 하면서 느꼈던 건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 걸림돌이 있던 걸요. 어쨌든, 세월이 지나고, 기술도 발전하고, 마인드도 발전하고 법령도 발전하면, 이 모든 것들이 인류의 건강을 위헤 제 기능을 하게 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

    2007/09/19 17:48
    • 양깡  수정/삭제

      전자차트 (EMR)이 실시되면 처방과 진료 내역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기 때문에 사실 의학 연구에 있어서는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저항도 있었어요.

      첫번째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노교수님들은 환자보는 시간보다 EMR 입력하는데 더 오래걸렸거든요. 지금은 익숙해지셨을 겁니다.

      두번째는 환자얼굴을 보는게 아니라 모니터를 보고 있다는 ^^;;;

      2007/09/19 20:40
    • 레이  수정/삭제

      아, 맞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내가 환자 얼굴 보고 진료해야 하는데 모니터 처다 보느라 환자를 못 본다고.. 그래서 EMR 싫다고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살짝 존경스럽더라는 ^^ 그렇게 존경받는 의사선생님 되세요~ ^^

      2007/09/20 09:34
    • 양깡  수정/삭제

      지금 저도 EMR 사용하고 있는데~ 환자와 대화하면서 진료 내용은 키보드로 입력하면서 모니터를 보는게 가끔 죄송할때가 있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2007/09/20 09:40
  6. 마래바  수정/삭제  댓글쓰기

    IT의 발달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바꾸는 발판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온라인 네트워크야 말로 혁명적인 변화인 것이지요.
    우리나라가 IT 기술 강국이 아니라 소비 강국이라고 하는 표현에도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런 소비시장을 발판으로 우리나라가 이만큼 왔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발전 요인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IT 발달로 양깡님과 이런 블로깅 네트워크도 만들어졌잖습니까? ^^
    그런 면에서 참 고맙고 또 행복합니다. ^^

    2007/09/19 19:16
    • 양깡  수정/삭제

      기술적 발달이 좋은 거죠~ 저도 마래바님과 이렇게 만날 수 있게 해준 IT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2007/09/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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