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 맹장염이라 수술한다고 할 때 맹장염은 사실 충수돌기염이라는 사실을 의학 드라마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 '압빼', '압페' (appendicitis에서 줄인말) 라고 표현하는 질환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맹장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맹장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진짜 자기 이름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글을 써봅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식도를 거쳐 위->소장->대장->항문의 순으로 소화작용이 일어나면서 이동을 하게 됩니다. 다음은 소화기계 모식도 입니다. 이 두 사진을 비교해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그림의 환자가 “맹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아 (B)라는 상태로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A) 그림에는 있지만 (B)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관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답을 찾으셨습니까?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분께서 찾으신 부위가 제가 생각하는 부위랑 같다면 바로 그
부위가 소위 우리가 말하는 “맹장염” 수술을 받을 때 제거되는 부위입니다. 바로 Appendix(충수돌기)라고 하는 부위입니다.





그런데 (A) 그림을 다시 잘 살펴 보시면 “맹장”이라는 구조는 “맹장염” 수술이 끝나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뭐가 이상한
생각이 드시나요?  우리가 흔히 생각해보면 식도에 염증이 생기면 “식도염”이라 하고 위에 염증이 생기면 “위염”, 장에 염증이
생기면 “장염” 이라고 하는데 왜 맹장에 염증이 생기는 “맹장염” 수술을 했는데 맹장은 남아있게 되는 걸까요?





이렇게 되면 맹장수술 (실제 충수돌기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도 맹장염에 걸릴 수도 있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용어를 잘못 사용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샘입니다. 바로 이점이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면 맹장이라는 구조와 충수돌기라는 구조가 붙어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맹장염” 이라는 병에 걸려서 수술을 받을
경우 제거되는 부위는 맹장이 아니고 충수돌기 라는 부위인데, 어쩌다 보니 충수돌기염을 맹장염으로 부르게 된 것이죠.





예전에 진단기술이 지금보다 덜 발달되었을 때 충수돌기 라는 부위와 맹장이라는 부위를 아마도 잘 구분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충수돌기염과 맹장염이 구별이 잘 안되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용어 사용이 굳어져 지금까지 오고 있을 수도 있죠.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실제 “맹장염” 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외과 의사들은 “충수염”이 의심될 경우 가능한 빨리 수술을
하자고 하겠지만 “맹장염” 이 많이 의심되면 빨리 수술하지 않고 오히려 항생제치료를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학용어 “맹장염” 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요?





맹장은 대장의 첫 부분을 의미하며 영어로 Cecum 혹은 Caecum이라고 합니다. 맹장염은 영어로 Caecitis 라고
번역되고, Wikepedia 의 정의로는 “ also called typhlitis or typhlenteritis, is an
inflammation of the caecum (part of the large intestine) that may be
associated with infection. “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맹장의 염증을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외래에서 환자분들에게 “맹장염” 에 대해 설명할 때 정확한 명칭은 “충수돌기염 또는 충수염”입니다 라고 말씀 드리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은 눈치를 보일 때가 있으셔서 저도 좀 난감해 집니다. 그래서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에게는 이해하시기 쉽게
“맹장염” 이라는 표현을 그냥 쓰기도 합니다. 그래도 항상 이 병의 정확한 용어는 많은 분들이 알아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이 글을 기억하셨다가 가족분 중에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분이 있을 때 “맹장염이 아니고 충수돌기염
이라고 하는 병일 수도 있겠군요” 혹은 친구가 “맹장염” 수술을 받았어 라고 하시면 “음 그게 사실은 잘못된 용어이고 실제
이름은 “충수염”이야” 라고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포털에서 “맹장염” 이라고 치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옵니다.






충수염이란 맹장 끝에 6~9cm 길이로 달린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잘못된 명칭이다. 충수염은 진행된 정도에 따라 조기 충수염, 화농성 충수염, 괴저성 충수염, 천공된 충수염 등으로 분류되며, 최근에는 항생제와 수액 치료가 발달함에 따라 만성 충수염도 발생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면 “맹장염”이라는 병이라고 알고 계셨던 병의 정확한 명칭은 “충수염”입니다. 우리 모두 충수염의 본래 이름을 찾아줍시다. 양깡님도 이전에 포스트에서 맹장염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앞으로는 충수염으로 써주세요~!






* 편집자 주 : 강정현 선생님은 저와 같은 병원에서 수련한 외과 전문의십니다. 다양한 외과 질환을 올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제가 맹장(?)이야길 안해도 되게 알아서 포스팅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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