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률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우선 현재 환자들에게 적용해야할 수술재료, 치료에 필요한 장비등이 수입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입업체에서는 환률 상승으로 지금 수입해서는 국내 공급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을 바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건강보험으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정부는 뒷짐만 진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의료기기업체 등은 환율 인상에 따른 치료재료 전반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방사선필름에 대해서만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을 뿐 그 이외 치료재료에 대한 환율 연동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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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치료재료 가격은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998년 정부가 고환율을 고려해 일괄적으로 인상한 이래 단 한 차례도 인상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11월과 올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7,920품목에 대해 평균 12.74% 가격을 인하했으니 수입업체에서 이 상태로는 수입 안하는 것이 손해를 막는 것이란 뻔한 답이 나옵니다.





가격 인하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치료재료의 수입 가격이 정부가 정한 상한선을 넘어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관련 업체는 물론, ‘웃돈’을 얹어주고 치료재료를 확보해야 하는 병원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치료재료가격 조정 신청을 하는 업체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평원은 지난 11월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과 경기불황에 의한 판매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치료재료 업계의 실태를 파악하고 환율급등 관련 치료재료 대책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가족부에 건의했다고 하네요.





심평원은 그러나 의료기기업체 등이 요구하고 있는 환율 반영(환율에 따른 연동제의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최근 치료재료 가격 조정 신청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환율이 가격 결정요소는 아니기에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가격을 인상해줄 수는 없다”며 “그렇게 따지면 환율이 낮았을 때는 치료재료 가격을 다 내렸느냐. 지금은 의료기기업체만 힘든 것이 아닌 모두 똑같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치료재료 중 유일하게 가격 인상이 검토되고 있는 방사선 필름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디지털화 되고 있는 추세여서 생산량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봐도 수급차가 확실히 보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건의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방사선 필름 가격 인상 요인이 환율 급등이 아닌 수급 부족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죠. 환율 급등에 따른 특별한 대책이 없기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2009년도 건강보험료까지 사상 처음으로 동결돼 건강보험재정에도 여유가 없는 실정입니다.










복지부 역시 방사선 필름 가격 조정에 대해서만 긍정적일 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재료 전 품목에 대한 가격 조정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환율 인상 등으로 어려운 업체가 있으면 조정신청을 통해 충분히 수용될 수 있는 통로가 있기에 환율 인상 대책 방안이 현재에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치료재료 가격 환율 연동에 대해 부정적인 만큼 환율 급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관련 업체 등은 국내 환율 안정은 물론 세계 경제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자구책을 마련해 버텨야 할 상황이고 더불어 병원은 환자들에게 공급할 재료 구입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것 뿐만 아닙니다. 새로 병원을 개업하거나 확장 예정인 병의원들도 장비 구입이 힘들어지거나 비용이 갑자기 늘어난 상황이되었습니다. 4개월 후면 서울 서초구에 단일병원 최대 규모인 1,200병상의 서울성모병원을 개원해야 하는 가톨릭중앙의료원도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현재 공정률 99.6%로 내년 4월 오픈을 공식적으로 밝힌 이 병원은 당장 오는 1월부터 침대 등 기본 장비는 물론 고가의 의료장비들을 대거 들여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첨단 의료기관을 표방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은 총 5,000억원의 병원 건립비 중 1,200억원~1,500억원을 투입해 로봇수술기, 토모테라피, 암치료기, 선형가속기 등 최신 버전의 의료장비들을 들여온다는 계획이지만 고환율 탓에 부담이 부쩍 늘게 된 것이죠.





가톨릭중앙의료원 이승우 홍보실장은 현재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들은 환율 영향을 피하기 위해 장비 구입을 유보할 수 있지만 우리는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라 위기감을 갖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기관들과 병원경영 전문가들은 ‘구입 보류’라는 차선책을 통해 환율 폭탄의 후폭풍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의료장비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보류하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치료재료들에 대해선 복지부가 환율연동제를 실시해 탄력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북대병원 기획조정실 최호열 파트장은 “환율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900원에서 대폭상승한데다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처음으로 동결되며 의료계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치료재료비는 환자뿐 아니라 의료계와 관련 업계를 위해 한시적이라도 환율연동제를 적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아무쪼록 정부와 병원, 기자재 수입 업체 모두가 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해서 위기를 대처해나가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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