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3년전에 처음 관여하기 시작한 종합병원2도 5회를 남겨두고 있네요. 자문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고민하던 의료현장에서의 문제를 블로그를 통해 알릴 수 있다는데 개인적으론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할 내용은 4회와 5회에 걸쳐 방송된 강영원 환자에 대한 내용입니다. 일명 진상이를 신의손이라고 불리게 했고 오진논란을 더욱 부추기게 한 에피소드입니다.




응급의학과 교수가 DOA (응급실 도착시 이미 사망)를 선언하려는데 진상이가 달려들어 CPR을 하고 살려(?)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교수의 오진과 진상이는 신의손이냐며 말들이 많았습니다.









보통 평균 성인 남성은 안정상태에서 1분에 대략 250ml의 산소를 소모합니다. 그런데 우리 몸속에 있는 산소는 기껏해야
1.5L 밖에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산소가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길어야 6분 정도를 버틸 수 있습니다. 물론 훈련을 하면 조금
더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요.





산소공급이 안될 경우 가장 먼저 손상을 받는 것이 뇌입니다. 뇌는 3분 정도면 이미 치명적인 손상을 받고 신장과 간이
15-20분, 골격근이 60-90분, 혈관 평활근이 24-72시간 후 손상을 받습니다. 가장 오래 버티는 것이 머리카락과
손톱으로 수일동안 문제가 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죽고나서도 머리카락과 손톱이 길어지기도 하지요.





하여간 이번 에피소드는 진상이가 자신의 환자를 찾다가 응급실에 실려온 것을 보고 CPR (심폐소생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나온대로 응급의학과 교수가 동공반사를 확인하고 정황을 파악한 결과 이미 뇌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진상이는 자신의 환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환자의 심장은 돌아옵니다.  진상이로서는
자신의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들어온 것을 보고서 CPR을 안할 수는 없겠죠.



(종합병원1에서도 김도훈이 비슷한 에피소드를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CPR을 해서 살리기는 했지만 이미 뇌는 손상을 받았기 때문에 환자는 소생가능성이 없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 보호자는 물론 환자가 난감해지는 상황에 도달합니다. 뇌사가 되면 드라마처럼 장기기증이나
인공호흡기를 중단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식물인간 상태라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지도 못하고 장기간 병원에 있게되어 정신적
경제적 손실이 큽니다.





응급의학과 송혜수 교수는 이런 상황을 알고 DOA를 선언하라고 한 것이구요. 실제 대본에서는 이 사태에 대해 컨퍼런스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마도 방영시간이 너무 길어 편집이 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컨퍼런스의 내용은 뇌가 이미 손상되었는지가 명확한데 CPR을 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장기적으로는 큰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진상이를 질타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실제로 병원에서 보호자의 요구가 있기도 하지만 주치의의 판단으로 필요없는 CPR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살릴 수 있는 환자는 살려야 하지만 CPR을 해서 다행히 돌아오더라도 수시간 또는 수일내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DNR(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음)을 보호자에게 미리 받아놓게 합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보호자는 물론 의사도 DNR에 대해 치료를 포기한다는 느낌이 강해서 잘 활용을 하지 않습니다. DNR을
받고서도 치료는 열심히 합니다. 무사히 치료를 성공한 개인적인 경험이 많습니다. DNR은 단지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질병이
악화될 경우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개념입니다.





하여간 이번 에피소드와 같은 환자를 본다면 사망선언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이미 뇌가 손상을 받았고 소생가능성이 없고 심장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보호자가 겪게 될 심적, 물적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장 길게 무의미한 CPR을 해본 경험으 8시간 정도 입니다. 이유는 중국에 가있는 큰아들이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으니 그때까지 살려달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남이 임종을 봐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고 전공의라 힘도 없으니 장시간 CPR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면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희두 선생님이 이런 내용의 만화를 그리신적이 있습니다. 신문에 연재를 한 건데 심의에 걸리는 건 아니겠죠?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CPR 팀 이외에 MAT(Medical Alert Tea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CPR을 하는
환자는 장기 생존가능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그런 상황에 빠지기 전에 환자를 미리 찾아내서 치료를 해 주는
것입니다. 경험이 많은 의사는 환자의 예후를 짐작하고 대처를 하지만 1년차들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의무기록에서 생체활력징후의 심각한 이상이 있거나 검사결과 이상이 있으면 자동적으로 MAT에 연락이 됩니다. 또한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환자가 이상하면 MAT를 호출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CPR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는 것은 물론
환자의 생존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호자와 미리 상의를 할 수 있어 중환자실 치료나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
DNR여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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