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한 것이 뭔가요?

칼럼과 수다/의학적 수다 2007/11/27 10:04 Posted by 헬스로그

'체한것 같다'는 표현을 상당히 많이 사용합니다. 전 의사면서도 아직 '체했다'는 표현이 어떤 증상을 말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아니하고 배 속에 답답하게 처져 있다'는 뜻인데 소화불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지역마다 특색있는 표현이 상당히 많아서 그 지역에서 오래산 분들이 아니라면 어떤 증상을 말하는지 이해를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제 가족들도 가끔 '체했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보통 '체했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기 보다는 '체했나?'라고 스스로도 의문을 표현 할 때가 많습니다. 환자분들도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식사후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는 증상만 표현한 것이 아니란 말도 될것 같습니다.


'체했다'는 표현은 한의학적인 정의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대부분 그러한 뜻을 알고 표현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소화 불량을 가지고 대개는 '체한것 같다'라고 말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명확한 복통이 있는 경우 진찰 할 때 '여기가 아프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했다'고 병원에 내원한 환자분들의 최종 진단명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단순한 소화불량이 가장 많겠습니다만 심근 경색도 있고 뇌출혈도 있습니다. 제 부모님의 표현이 '체한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뇌출혈로 진단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병원에 오지 않고 돌아가시게 되면 급체로 사망했다고 표현했을 것 같습니다.


지역마다 표현이 여러가지 있습니다. '얹히다', '아다리 걸리다', '앵꼽다', '얄굿다', '쎄리하다',  는 표현도 많이 씁니다. 이러한 표현은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의미인지는 파악할 수 있으나 사실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 표현입니다. 가급적이면 조금 더 세밀한 증상 표현을 하는 것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독특한 아픈 증상의 표현법 혹시 들어보신 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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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07/11/27 10:19
    • 양깡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증상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진료의 시작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대화의 이해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습니다. ^^

      2007/11/27 10:30
  2. 양깡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리 아플 때 '뻐리뻐리하다'란 표현도 있습니다. 뻣뻣하게 당긴다는 경상남도 일부 지역의 표현입니다.

    2007/11/27 10:38
  3. 양깡  수정/삭제  댓글쓰기

    배가 '부둑하다'는 표현도 소화 불량을 표현합니다.

    2007/11/27 10:44
  4. 브리드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그치만 여전히 체한것과 소화불량은 느낌이 좀 다른데..전 체하면 머리가 심하게 아픈데 그건 왜그렇죠?

    2007/11/27 10:45
    • 양깡  수정/삭제

      ^^ 글에 적혀있듯 체했다는 표현의 범주가 워낙 넓어서요. 체했을 때 머리가 주로 아프시다는 말씀이시죠?

      2007/11/27 11:06
  5. 레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술 마시고 체했어요 >.< ㅋㅋ

    2007/11/27 17:51
  6. 꼬깔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정말 '체했다.'란 것의 정의가 어려울 것 같네요. 굉장히 두리뭉실한 것 같고요. 아다리 걸리다란 표현은 참 재밌네요. :)

    2007/11/28 00:41
    • 양깡  수정/삭제

      네~ 바둑에서 단수도 '아다리'로 표현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딱 걸렸어~ 쯤 되는 것 같습니다.

      2007/11/28 02:34
  7. 과객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전에 정신과에서 '화병'에 대한 조사를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국가마다 그 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특히 호소 증상들이 있습니다만 이것이 서구 의학 기준으로 볼 때 그다지 의미가 없으니, 한국 의료가 이를 무시한 것이겠지요.


    1910년 한일합방이 되면서, 일제의 서양이 의학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조사한 것이 한국인이 사용하는 병명들입니다. 예를 들면 '당뇨병'과 같은 병은 이전 한국사람은 '조갈증'이라는 병명을 사용했습니다. 소변이 많이 나오니까 입이 마르기에 '조갈'이라는 말에 '증'을 붙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래 이런 용어는 과거 우리나라 의학인 한의학에서 했어야 합니다만, 당시 한의학이란 것 역시 우리 국민을 근거로 학문을 만든 것이 아니고 중국의학을 정리한 것이고 현재 한의학은 오히려 서양의학을 더 열심히 하고, 현재 서양의학도 역시 서구의학을 열심히 배워 한국 사람에 적용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지, 한국사람에서 의학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범위에서 '체하다'는 '갑자기 생기고, 주로 상복부에 증상이 있으며, cramping nature이고, 대개 며칠이면 좋아지며,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입니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서양 병명은 gastritis, acute가 가정 적절합니다. 가장 흔했기에 이와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담석증 등도 이런 주소(chief complaint)로 병원에 오겠지만 담석증은 빈도가 gastritis보다 드물므로 일반인에게는 gastritis가 인식이 되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과거 한국에서는 물을 끓여 먹는 습관이 없었기에, 위장관 감염이 많았을 것을 생각하면 gastritis는 매우 흔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chronic gastritis의 acute exacerbation도 같은 범주입니다. 이런 경우가 더 흔했겠지요.

    2007/11/29 18:47
    • 양깡  수정/삭제

      예시한대로 체하다나 조갈증이나 과거 한의학등에서 정의한 바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증상에 따른 질병 서술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그러한 정의가 증상에 따라 생겼지만, 그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단어를 사용할 때 그러한 정의를 모른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죠.

      상대에게 이해하기 쉽게 사용했던 말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픈 것을 표현할 때에는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는 생각도 듭니다.

      2007/11/29 19:01
  8. 과객  수정/삭제  댓글쓰기

    환자가 의사에게 정확한 표현을 하기를 원하시는 것은 조금 욕심이 아닐런지요?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표현하게 되어 있는데, 환자가 의사가 만족할만큼 표현을 하려면, 그만큼 병을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건 무리한 요구라로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단어는 그 나라의 수준에 따라 만들어지는데, 한국에서는 신체에 대한 단어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체에 쓰는 단어는 서양의학이 들어올 때 일본사람들이 만든 단어들입니다. 순수 한글로 해서 있는 신체를 지칭하는 단어는 몇개 되질 않습니다. 한의학에서 명병 역시 몇개 되지 않고, 현재 사용하는 병명 한자는 일본한자, 즉 서양의학의 영향입니다.
    (* 현재 한의학에서 언급되는 것은, 일제시대 서양의학의 영향이 많이 들어간 것이기에, 1900년 전 한의학이 아닙니다. 소설 허준에서는 의학 수준이 매우 높은 것처럼 나옵니다만 이는 모두 서양의학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입니다)
    (** 한의학이 발달하고는 관계없이, 대부분 국민은 의료를 이용할만한 경제력이 못되었습니다. 즉 의학 용어을 일반인들은 들을 기회가 그다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유교에서 신체를 감추는 문화, 해부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점, 한의학의 장기나 원인 위주가 아닌 기능 위주의 접근 등입니다.


    생각나는 한글말 장기들을 보면 50개가 되질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신체와 병에 대한 개념이 낮은 나라입니다.


    아마 옛날 사람들이 위장관과 관련된 표현하는 정도는 '못먹다', '토하다', '체하다', '배가 아프다', '설사를 하다'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각 문장이 의미하는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의학에서 보면 모호하고 갑갑한 표현입니다만, 당시 수준에서는 이 정도로만도 의사소통이 충분했으니 더 이상 증상을 세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용어의 발전은, 결국 필요성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당시 의학으로는 이런 수요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발전이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수준에서 전염병 한번 돌면 몇 십만이 죽을 때이고, 당시 조선 인구가 백만 단위였으니, 전염병에 관련된 병을 제외한 병에 대해서는 발달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는 의료보험 덕분에 의료 시설을 이용하기가 쉬워졌지만, 의료보험이 되기 전만해도 일반인이 중증으로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현대의학보다는 민간 요법을 많이 사용하던 상황이었고, 당시 민간 의료에서는 '체하다'라는 용어를 아직도 많이 사용을 했지요. 아마 1970년대 성인이었던 나이의 사람들(60대)와 그 자식(현재 20-30대)들이 지나고 나면 '체하다'라는 말도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말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는 합니다만.


    결론. 환자는 본인이 아픈 것을 그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단지 이를 듣는 의사들이 서양의학에서 배운 것이 아니기에 환자들이 증상을 모호하게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추)
    양깡님만 해도, '체하다'를 별로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서울올림픽 후로 한국 음식점들의 음식물에 대한 위생이 좋아져셔 위장관감염이 감소를 하였습니다. 그만큼 감염 빈도도 줄었습니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많이 먹는 나이가 20대 이후이고, 1988년 올림픽이 열려 20년 전이므로, 한국에서는 40살 이전과 이후가 다른 세대입니다.

    2007/11/29 21:24
    • 양깡  수정/삭제

      의사가 원하는 표현을 기대하는 것은 의사 욕심 맞습니다. 그렇게 까지 표현하기는 힘들지요.

      하지만 '체하다'처럼 모호한 표현 보다는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본인 스스로의 증상을 분명히 하기가 좋다는 뜻이지요.

      의학에서 표현하는 환자의 증상 자체도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장기를 나타내는 말들로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를 말하기를 바라는 것은 더구나 아니구요.

      '체하다'는 표현이 어떤 상황을 나타내는 아이콘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그 아이콘이 링크된 상태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뒤의 링크된 상태를 나열하려고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거죠.

      과객이라고 하시더니 과객이 아니시네요. 조선시대 이야기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무슨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07/11/29 22:01
  9. 체했다고 하는 것.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론 충수염이나 협심증, 뇌출혈등에서도 체한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체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체했다는 표현을 하고 나타나는 환자들의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답답함과 함께 흔히 메스꺼움, 어깨결림, 흉추 5,6,7,8,9 레벨의 근육결림, 두통, 어지럼증을 동반하며 간혹 설사나 변비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원인은 환자들이 다 알고 있지요. 본인이 본래 잘 체하거나, 음식을 급하게 먹었거나, 식사중에 기분나쁜 일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대개 이럴때 환자들은 내과를 먼저 찾는데
    제가 주변의 처방전을 보면 소화제와 더불어 통증에는 nsaid를 처방하거나,
    어떤곳에서는 루틴으로 심전도 검사를 하며,
    어지럽다고 하는 경우에는 이비인후과로 보내기도 하는데
    간혹 내시경도 해보시는 분들도 많으며, 대부분 별다른 이상이 없으므로 환자분은 급성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약이든지 내과에서 증상을 소실시켜주지 못하면 한의원으로 내원하게 됩니다.


    그럼 한의원에서는 위의 증상을 통칭해서 체한데 먹는 평위산 같은 약이나 위실격 침처방, 혹은 사관을 따거나, 소상 상양 방혈로 치료를 합니다.
    물론 위의 병용 증상들은 자연히 함께 소실이 됩니다.

    환자들은 경험상 아~ 이게 체한거 맞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지요.

    우리 의사 선생님들은 체했다는 것을 새로나온 증후군 즉, "체 syndrome"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참고로 체해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내가 체했다" 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고, 내과 처방을 먹어도 안 낫더라 라는 경험을 갖고 있으면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한의원만 찾게 되는 것이죠.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지구상에 없는 것이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불과 10년전만해 침(IMS), 자하거(태반), 봉침(아피톡신)등을 얘기할 때도 역시 지금 "체했다" 라는 것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시각과 동일한 얘기가 계속되었었지요 ^^

    2008/05/23 19:32
  10. 지나가던사림1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체한것 같아서 알아보던중에 이글을 보았네요!~ 도대체 체한것이 어떤 상태일까?? 궁금해서요!~~ 제가 체했다고 생각한 주 된이유가 위장(이라고 생각되는) 내에 음식물이나 다른 무언가가 꼭 막혀있는듯이 답답한 증상입니다. 억지로 손가락을 입깊숙히 넣고토해봐도 물론 넘어오지를 않죠. 가끔 트림을 하면 조금(잠시)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함니다. ( 상한 음식을 먹고 체하면 그음식 냄새가 납니다) , 마치 식도 직후에 막혀있는 듯합니다. 또한 가끔은 큰 덩어리를 삼켰을 때처럼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흔히 '얹히다' 라는 표현은 먹은것이 위장의 어느 부분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것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마치 위 속에 선반같은것이 있고 먹은것이 거기에 얹혀져 안내려 간다고 생각된 때문 아닐까요?? ~~ 제가 아는 대부분의 경우에 위에 말한 다른 여러가지 증상이 있더라도 얹히다, 라는 의미의 증상이 없다면 체했다고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혹시 보탬이 될까하여 댓글 남깁니다! *** 궁금증 한가지... 상한 음식을 먹고 체했을때(ㅎㅎㅎ) 며칠씩이나 체증이 계속되며 트림을 할경우 그 상한 음식 냄새가 납니다(난다고 생각되는건지??) 실제로 위장관 속에 그 음식이 남아 있는 걸까요?? 며칠 씩이나?? 2일 이상후에도 토하면 하루전에 먹은 음식은 소화가 된것 같은데,... 그때먹은 상한 음식일부가 넘어오기도 하는데 그러면 체증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실제로 이런 음식 일부가 위속에 갇혀있는걸까요??.---

    2008/07/04 10:24
    • 양깡  수정/삭제

      체했다라는 표현은 다양한 상황에서 환자가 표현하는 것이기에 사실 어떤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저에게 체했다란 표현을 하면 전 소화 불량인가보다라고 생각하는데, 체했다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배운 적 없는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은 하나의 표현이죠. 속이 불편하고 울렁거리는 증상... ^^;

      2008/07/0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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