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추석 공중파 방송 KBS가 내보낸 구당 김남수옹에 대한 침뜸 방송은 많은 논란을 남겼다.
ⓒ KBS 홈페이지






















지난 11일 MBC 에 나온 구당 김남수 옹은 자신이 창시했다고 주장한 무극보양뜸이 "부작용이 없어 7살 어린이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침구학회 회장 이재동 교수(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는 "우리(한의학계)가 말하는 부작용이 화상을 입는다거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구당 김남수 옹과의 뜸 시술 논란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방송에서 나온 혈자리에 뜸을 뜨고 뒤늦게 찾아와 이곳(병원)에서 위암으로 판정받아 조기치료시기를 놓친 경우도 있었어요. 이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나요? 진짜 부작용이란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거예요."


뜸 시술, 자율화되나?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 2월 제출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뜸 시술의 자율화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법과 판례는 뜸 시술을 한방의료행위인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제출된 법률은 뜸 시술을 의료인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현 법규에 따르면 뜸 시술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자는 한의사와 일제 강점기 면허를 취득한 평균 70세가 넘는 고령의 유사의료업자 9명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뜸시술 자율화의 입법 취지를 "국민 누구나 질병의 고통을 받지 않고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책임질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춘진 의원실의 나상채 비서관은 뜸 시술에 대해 "국민 건강에 위험성이 없고 신체 부작용이 없으며 전문 의료인 이외의 사람들도 시술할 수 있다면 비영리적 목적에 한해 대체의료의 영역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뜸 시술을 통해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날로 늘어나는 국민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의학계의 생각은 다르다. 정확한 진단에 기반한 뜸 시술은 국민 건강에 기여할지 모르지만 비의료인의 부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한 뜸 시술은 오히려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재동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각 개인의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기능이 각자 다르게 태어난다고 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침이나 뜸자리도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한의대 6년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관한 것들이란 얘기다.


병 잘 고치면 모두 의사다?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그리고 한의사. 이들의 공통점은 '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면허'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특정한 경우에 허가하는 것이다. 많은 성인들이 소지하고 다니는 '운전 면허증'도 일반적으로는 금지되어 있는 운전 행위를 면허증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 허가를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구당 김남수 옹의 제자인 양동현 뜸사랑 봉사국장은 지난 11일 MBC 에서 "기득권, 면허 있는 사람들에게 이 전체적인 의료시장을 줘서는 국민들이 불행하다고 본다. 새 잡는 게 매라고 병 잘 고치는 게 의사인데, 꼭 면허가 있다고 의사인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국가에서 장려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한의계의 태도는 단호하다. 무면허자가 의료행위를 할 경우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의사나 한의사 운전자는 면허증을 취득하였을 경우 일반적으로는 허가되지 않은 의료행위나 운전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특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 면허증을 취득하기까지 적절한 교육과 실습을 받아야 한다.


김인범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국가가 자격이 필요한 면허 제도를 두는 이유는 오히려 전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김 부회장은 "현재 일부 뜸 관련 단체 등에서는 일반인들에 대한 단기 과정의 교습행위를 통해 교습료를 받고 있다"며 "뜸 시술을 자율화 할 경우 무분별한 강습행위가 난립할 것이고, 정확한 한의학적 교육을 받지 못한 많은 국민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면허증은 기득권 옹호 위한 수단?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면허라는 제도를 통하여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모든 직종에는 무면허자이지만 면허자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면허 행위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로 돌아간다. 바로 '실력'이라는 것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내주 수석부장판사)는 김남수 옹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침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의료행위는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의료인이더라도 면허 이외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에 부합한다"고 판정하고 있다. 법원도 실력이 있다고 알려진 제도권 밖 사람들의 치료행위를 허락함으로써 치료받고 도움을 얻는 국민들의 이익보다,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실력 없는 무면허 돌팔이들에 의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김인범 부회장은 "일부 실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무면허자들이 법을 벗어난 대접을 받겠다는 것은 전체 국가제도와 법률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실력이 있다면 면허를 취득해서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비의료인 의료행위의 부작용, 누구에게 책임이 있나?


과연 법안이 통과되고 비의료인에게 잘못된 진단으로 뜸을 뜨고 난 이후 결정적 치료시기를 놓쳤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현재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의료 소비자들에 의해 당하는 고소와 고발이다. 의료 소비자가 고소와 고발을 할 수 있는 것은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진단과 치료를 포괄하는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면허자의 의료행위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


결국 무면허자의 잘못된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는 치료를 받는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이재동 교수는 "무면허자의 잘못된 의료행위에 대한 피해는 제도를 만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국가가 정보가 비대칭적일 수밖에 없는 건강 문제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못했다는 것이다.


나상채 비서관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일부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쉽다"면서 "부작용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한의계의 걱정은 알지만, 법안의 취지는 일반 국민들에 대한 뜸 시술의 합법화가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4세로 OECD 회원국의 평균수명 79세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말이 너무나 진부한 말이 되어버린 지금 '뜸 시술 자율화 법안'은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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