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매운 음식, 하이힐 그리고 에로 영화. 여러분,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바로 불황에 뜬다고 하는 것들입니다.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고, 하이힐은 위태로울 정도로 더 높아지며, 식당가에서는 매운 음식이, 극장가에서는 에로영화가 불황기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겨우 녹여냅니다. 물론 정확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위 업계에서 만든 이야기란 말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체감하기에는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불황엔 어김없이 이렇듯 자극적인 것이 인기를 끄는 것 같은데요, 오늘 소개드릴 영화, ‘오감도’ 역시 그렇습니다. 오감도는 6명의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인데요, 오늘은 오감도에 나온 명대사를 중심으로 영화 속 건강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에로틱한 장면을 볼 때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
사랑에 빠지면 이성이 마비되나?
"혼자 다니는 사람에게 좌석티켓이란 일종의 즉석복권이다"
오감도 중 첫 번째 에피소드, 업무상 KTX 열차를 자주 타는 남자, 장혁의 말입니다. 섹시한 다리의 그녀를 만난 건 그러니까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죠. 그런데, 그녀 앞에서 그는 자꾸만 실수를 반복합니다. 작업에서 모든 문장은 의문형으로 끝나야 한다는 기본을 무시하고, 맥을 뚝 끊는 말을 하는가 하면, ‘고등교육을 받은 내가 중요한 회의를 두고 이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그녀를 따라 기차에서 내리고 말죠. 사랑을 할 때는 왜 이렇게 바보 같아지는 걸까요? 우리 뇌에서 무슨 이상변화라도 생기는 걸까요?
2006년, 벨기에 루뱅대학의 브람 반 댄 베르그 교수팀은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남성은, 매력적인 여성을 볼 때 판단력이 흐려지는데,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터스테론의 분비가 많은 남성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합니다. 18세부터 26세 사이의 이성애자 남학생 1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실험은 정말 단순한데요, 두 명씩 짝을 지어 돈이 걸린 게임을 하되, 그 중 한 명에게만 중간에 매력적인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성적암시를 한 다음, 이 들의 차이를 관찰한 것입니다.
실험 결과 `성적 암시'에 노출됐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부당한 제의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고, 특히 테스터스테론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최악의 판단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여성에게도 같은 시험을 해봤지만 시각적 자극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너무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심리학자, 조지 필드먼 박사(영국 버킹엄셔 칠턴스 대학)는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기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는 성적인 매력 앞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게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는 거죠.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괜찮았던 장혁편! 취향은 각자 다르겠지만 ...
자극에 둔감한 사람을 깨우려면...
"고독을 함께 나누는 예술적 동지가 하나도 없다"- 이 말은, <33번째 남자>편에서 괴짜감독 봉운찬의 말입니다. 그는 지친 스태프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영화관과 영화의 완성도만을 추구합니다. 덕분에 신인 여배우는 같은 신을 130번 넘게 찍고 나서도 ok를 못 받았는데요, 술자리에서 폭탄주 서른 잔에 야릇한 노래와 춤으로 유혹도 해보지만 그의 이성은 절대 무너지지 않죠. 이에 노련한 여배우 팜므 파탈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성으로 욕망을 통제하는 사람을 다루는 건 간단해. 짜릿한 자극을 줘서 욕망을 깨우라고" 이 대사에는 생각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프로이드 이론에 따르면, 사람이 이성적인 것은, 쾌락의 원칙을 따르려는 이드와 사회적 도덕규범, 양심이 그 바탕인 초자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결과입니다. 섹시한 여성 앞에서 남성은 본능적으로 욕정을 느끼지만, 이를 억누를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초자아라는 거죠. 이렇게 볼 때, 노련한 여배우의 말은, 더욱 더 짜릿한 자극으로 이드와 초자아 사이의 균형을 깨뜨린다면, 그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결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에로틱한 장면을 볼 때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에로틱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반응도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침이 꼴깍 삼키는 분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더 조용해진 분위기가 어색해서 그런지 헛기침을 하는 분도 있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분도 있었는데요, 왜 이런 신체변화가 나타날까요?
에로틱한 장면을 볼 때 우리 몸은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근육에 긴장도가 높아지고, 침이 분비도 증가합니다. 보통 침은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될 때, 즉 긴장이 풀릴 때 분비량도 증가하지만 이렇게 정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에로틱한 장면을 볼 때 침을 삼키는 건, 그만큼 긴장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따라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민망한 분이라면, 그런 장면이 전개될 즈음에 음료수를 미리 한 모금 마셔서 긴장을 푸는 것도 좋겠죠.

자극에 자주 노출되면 우리 몸은 병든다
비록 대역이였지만 가장 자극적인 노출신이 있었던 캐릭터
자극에 자주 노출되면 우리 몸은 병든다
자,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보다 시시하다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너무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웬만한 자극에는 놀라지도 않는거죠. 최근 비뇨기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인용 비디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남성들 중에는, 친밀감으로 이루어지는 성행동에 대한 욕구가 저하되고, 일부 선택적인 발기부전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지나친 자극에는 몸도 병든다는 것이겠죠? 과하면 좋을 것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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