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쿠바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료 보건 제도를 갖춘 나라에서도 감염성 질환들은 여전히 10대 사망원인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급격한 기후 변화, 백신에 대한 불안감과 대체의학으로의 회귀 같은 요소들은 오히려 더 많은 감염자를 낳는 기현상까지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쿠바는 그야말로 열대 감염성 질환들의 낙원이다. 주변 국가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미국 남부나 멕시코, 중남미와 주변 섬들은 매년 뎅구열과 황열병 및 모기로 전염되는 각종 바이러스 질환에 시달리며 말라리아 다른 기생충 감염률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질병 통계를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쿠바에서 마지막으로 홍역이 보고된 것은 1995년이고, 2005년에는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풍진, 파상풍, 황열병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HIV 감염률은 전체 인구의 0.05% 미만이며 감염자는 누구나 필요한 만큼의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고 있다.



-From: http://www.who.int/immunization_monitoring/en/globalsummary/countryprofileresult.cfm


그렇다면 이 업적은 과연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서 이뤄낸 일일까?


쿠바의 국민 일인당 의료비 지출은 250달러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성 질환의 유병률이 낮은 이유는 인구가 적고 섬이라는 특징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점이 있다.


이 의문의 답은 위의 테이블에 있다. 이 테이블은 쿠바의 백신 접종률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백신의 접종률은 99%에 달한다. B형 간염 예방 접종의 경우 쿠바에서 사용 승인이 된 것이 2004년임에도 불구하고 99%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담당 의사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백신 접종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는데 정말 엄청난 집념이다. 이렇게 제한된 자원으로 집중적인 투자를 이뤄낸 쿠바는 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질병에 대한 걱정은 크게 덜어낼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이 꽁생원 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쿠바와의 관계도 그렇다. 쿠바는 바이오테크 강국인데, B형 수막염 백신을 최초로 개발해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을 정도다. 지금도 다양한 백신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뎅구열 백신이다.


이 백신은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에서 10대 연구과제로도 선정되어 70만달러 규모의 선 지원을 약속 받았는데 미국의 통상 제약 때문에 결국 한푼도 못 받게 되었다. 자선단체의 연구 후원 같은건 좀 놔두지 참 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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