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어떤 기준으로 피를 빠는 대상을 선호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비단 학문적 관심사를 넘어 이제는 사시사철 모기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이산화탄소, 젖산, 혈액형, 피부색, 성별, 질병 감염 여부 등등 수 많은 가능성들이 물망에 올랐고, 실제로 이산화탄소나 젖산 같은 요소들은 모기가 대상을 찾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footnote]Edman, J.D. and Spielman, A. (1988) Bloodfeeding by vectors: physiology, ecology, behavior and vertebrate defense. In The Arboviruses: Epidemiology and Ecology (Monath, T.P., ed.), pp. 153189, CRC Press[/footnote]


사람의 피를 빠는 많은 흡혈 곤충들은 말라리아, 사상충, 샤가스병, 수면병 등 다양한 질병을 옮기기 때문에 이러한 곤충들을 어떤 지표를 사용하여 사람을 무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지표들을 역으로 사용해 물리는 빈도를 줄이거나 궁극적으로 퇴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왜 이런 지표들이 모기가 특정 대상을 선호하게 만드는가?'에 대한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왜?'라는 질문은 즉 진화적으로 어떠한 제반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지표들이 선호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어떤 지표들이 선호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며 수많은 원인들이 밝혀져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들을 분류해 내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실효성을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예를 들어 수면병을 옮기는 체체파리의 경우에는 숙주에서 발산되는 최소 10가지 이상의 냄새와 화학물질, 호르몬에 반응하며 숙주의 크기와 색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footnote]Torr, S.J. et al. (1995) Responses of tsetse flies (Diptera: Glossinidae) to natural and synthetic ox odours. Bull. Ent. Res. 85, 157166[/footnote]


이미 밝혀진 것도 이 정도인데 얼마나 더 다양한 지표들에 반응할지는 체체파리만이 알 뿐이다. 또한 이를 실제에 대입해 보더라도 너무나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지표가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가지는지 역시 판단하기 힘들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으로 '왜' 이런 지표들을 선호하게 되었는지를 진화적으로 파헤쳐 보는 것은 보다 폭넓은 해석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


왜 모기들이 특정 지표들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피를 빤다는 것이 모기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흡혈 곤충들에 있어 흡혈의 가장 큰 목적은 번식을 위해 알에게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함이다. 즉 얼마나 흡혈하냐 보다는 얼마나 영양분이 풍부한 피를 흡혈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다. 피의 질에 따라 번식력이 최대 20%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footnote] Chang, H.Y. and Judson, C.L. (1977) The role of isoleucine in differential egg production by the mosquito Aedes aegypti Linnaeus (Diptera: Culicidae) following feeding on human or guinea pig blood. Comp. Biochem. Physiol. 57A, 2328[/footnote]


이와 함께 중요한 문제는 흡혈 도중 방해를 받는가하는 점이다. 흡혈 도중 방해를 받는다는 것은 숙주가 흡혈 사실을 알아채고 방어행동을 했다는 말이고, 이 경우 피의 질이고 양이고를 떠나 그자리에서 객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 보았을 때 젖산이나 열, 질병 감염 유무가 왜 지표로 작용하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운동량이 많아짐에 따라 분비량이 늘어나는 젖산이 많다는 것은 숙주가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어 방어 행동을 덜 하게 만든다는 지표가 된다. 열이나 질병 감염 역시 숙주가 흡혈 과정을 인지하거나 방어할만한 능력을 감소시키므로 역시 모기에게는 좋은 지표가 된다.


최근 영양실조인 상태에서 늘어나는 케톤(ketone) 역시 흡혈 곤충들에게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 해준다.[footnote]Kelly DW. Why are some people bitten more than others? Trends Parasitol. 2001 Dec;17(12):578-81[/footnote] 따라서 '무엇이' 더 어떤 사람이 더 모기에 잘 물리는지 보다는 '왜' 어떤 사람이 더 모기에 잘 물리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접근하는 것이 곤충 매개 질병을 대하는 더욱 올바른 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Reference:
1. Edman, J.D. and Spielman, A. (1988) Bloodfeeding by vectors: physiology, ecology, behavior and vertebrate defense. In The Arboviruses: Epidemiology and Ecology (Monath, T.P., ed.), pp. 153189, CRC Press
2. Torr, S.J. et al. (1995) Responses of tsetse flies (Diptera: Glossinidae) to natural and synthetic ox odours. Bull. Ent. Res. 85, 157166
3. Chang, H.Y. and Judson, C.L. (1977) The role of isoleucine in differential egg production by the mosquito Aedes aegypti Linnaeus (Diptera: Culicidae) following feeding on human or guinea pig blood. Comp. Biochem. Physiol. 57A, 2328
4. Kelly DW. Why are some people bitten more than others? Trends Parasitol. 2001 Dec;17(12):5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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