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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완전한 창조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창조활동역시 우리 인간들의 지혜의 집합에서 약간의 첨삭을 하고, 개인의 지식 및 경험을 일부 활용해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표절논란과 특허, 지적재산권 이야기가 나오면 현실은 어쩔 수 없지만 마음에서는 "그렇게 따지면, 모두들 표절이지 뭐 ..."하는 생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자신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서일까요?  크라우드 소싱(대중의 crowd와 외부 자원 활용의 outsourcing의 합성어) 생프로젝트가 나오면 언제나 흥분하게 됩니다.  실제로 인류가 발전하고 발달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잘하는 것을 조금씩 나누고, 협업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무질서함과 협상이라는 강력한 장애물을 잘 뛰어넘을 수 있는 도구와 절차, 그리고 분배원칙 등이 확립된다면 미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InnoCentive 의 크라우드 소싱 방식

오늘 언급하고자하는 프로젝트인 AIDS 백신 개발에 대한 크라우드 소싱 노력은 과거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InnoCentive에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위키노믹스(Wikinomics)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유명해진 이 기업은 2001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Eli Lilly)의 벤처로 출발을 했습니다.  InnoCentive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비교적 문제제기가 명확하고 테스트도 쉬운 유기합성화학 분야를 주된 대상으로 삼았는데, 현재는 화학, 생물학, 생명과학 등과 같은 다양한 연구영역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InnoCentive는 네이버의 지식인이나 다음의 신지식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합니다.  기술을 찾는 회사가 자사가 해결하지 못한 R&D 관련 문제를 포스팅하면, 전세계 150여개 나라에 있는 10만명이 넘는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합니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가 솔루션을 제출해서 채택이 되면 문제를 낸 쪽에서 내건 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문제가 해결되는 비율이 약 1/3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과학자이자 기술자은 Ed Melcarek은 60세의 나이에, 이미 InnoCentive에서 제시된 문제 중에서 7개를 푸는데 성공해서 $11만 5천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가 이 과정에서 제출한 답안은 31개 정도였고, 그 중에서 5개는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경험이 많은 과학자로서 자본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더라도, 이런 사람들의 지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AIDS 백신 개발의 난제풀이에 도전하다.

2008년 12월 InnoCentive를 통해 AIDS 백신 개발관련 연구의 난제 중의 하나인 HIV Env 단백질을 안정화하는 방법에 대한 도전과제가 포스팅 되었습니다.  이 도전과제는 IAVI(International AIDS Vaccine Initiative, 국제에이즈백신 이니셔티브)에 의해 2008년도에 포스팅이 되었는데, 상금으로 걸린 $15만 달러는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에서 지원을 하였습니다.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트라이머(trimer)인 HIV Env 단백질을 어떻게 하면 실험실 테스트 환경에서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Env 단백질 트라이머는 자연상태에서는 불안정하고, 인체에 들어가면 굉장히 쉽게 파괴되어 버립니다.  이 단백질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은 AIDS 백신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에, 이 단백질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제공된 Env 단백질 구조가 동물실험에서 충분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연구자에게는 $50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지고, IAVI가 추가적인 연구지원을 하게 되는 조건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도전과제는 올해 6월 11일에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고 종료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였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고, 어쩌면 IAVI의 내부연구에서 그 답을 찾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공여부를 떠나서, 전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지혜를 모아서 우리 인류가 풀지 못하는 난제를 풀어가려는 시도는 인류를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옛속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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