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세계적인 임상연구 기관인 EORTC에 기관방문을 다녀왔습니다. EORTC는 European Organisation for Research and Treatment of Cancer의 약자로 1962년 벨기에 브뤼셀에 다국적 암 연구 기관으로 설립되어, 현재 30개국 300여개의 암센터와 네트워크를 이루어서 암에 대한 다학제적 임상시험(multi-disciplinary treatment)와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기관입니다.  

 





 

<사진 EORTC 전경>

 

벨기에 브뤼셀에 EORTC 헤드쿼터가 있고, 180여명의 전문가가 상주하며, 매년 50여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매년 5000여명의 환자가 임상시험에 등록됩니다. 과거 수 십년간의 임상연구를 통해 15만건의 환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매년 천삼백만 유로의 예산으로 운영이 되는데, NEJM JCO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다수의 연구 결과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EORTC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학제적 연구

2) 그룹 중심의 협력연구

3) 과학적인 독립성

4) 효율적인 연구자 네트워크

 





 

 연구자가 연구 아이디어만 내면 프로토콜 검토 위원회에서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아이디어가 타당하다고 여겨지고, 과학적으로 중요한 연구라고 판단이 되면, 그 다음에는 IRB 윤리위원회에서 검토를 하고, protocol help desk라는 곳에서 완성된 프로토콜 형태로 작성을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긴밀히 협력하여 web based e-CRF(case report format)도 만들게 되며, 임상의사, 통계학자, 전산전문가, 데이터매니저, 행정가 등이 함께 협력하며 일을 하게 됩니다.

 

 EORTC에는 여러 질환 별로 study group이 있는데, 프로토콜에 대한 준비가 끝나면, EORTC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기관을 모집하게 됩니다. 연구가 개시되면, 이에 따라서 환자가 모이게 됩니다. 일정 시점이 되면 정해진 중간분석(interim analysis)를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면 데이터매니저와 통계학자가 primary end-point에 대해 report를 해주게 됩니다. 이후 6개월 이내에 논문화되어 출판하게 됩니다.

 

 이렇게 EORTC는 임상연구가 수행되는데,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엄격한 질관리를 통해 양질의 임상연구가 수행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일을 하는 구조라는 점이고, 이것이 우리나라 임상연구와 차이인 것 같습니다. 

 

외국에 비해 개별 연구자의 능력은 우리나라의 연구자가 절대 뒤쳐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구를 해내는 능력과 부지런함은 외국 연구자가 우리나라 연구자를 따라 올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시스템입니다.

외국은 100만큼의 능력이 있는 연구자도 200만큼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system이 뒷받침 되어 주지만, 우리나라는 150만큼의 능력이 있어도 100만큼 밖에 낼 수 없는 system입니다. 효율적인 연구 시스템과 언어의 능력만 된다면, 우리나라의 임상 시험도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EORTC에서는 아시아 국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바탕으로 한 타겟항암제는 인종 별로 약효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아시아 인의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권에서 임상연구가 제대로 수행되는 나라라고 하면, 일본과 중국, 한국 정도인데, 13억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임상연구 허브로 도약해서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주도권을 이끌어 나가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1) 팀 접근법과 협업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2) 우리나라 임상연구자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3) 그룹스터디를 좀더 체계화 시킬 필요가 있고,  

4) 정부에서도 mind를 바꾸어 보다 임상시험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야 하며

5) 외국과 인적인 교류 확대 (인적 네트워크 구성)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EORTC 사람들을 만나보니, EORTC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 좋은 인상을 갖고 있고, 저희 일행을 너무 환영해 주어서 놀랐었습니다.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EORTC에서 1년 반 동안 머물면서 연구하신 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환중 교수님께서 워낙 열심히 연구하시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셔서 EORTC 사람들이 한국을 무척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근면 성실하고 excellent 하다며 연신 칭찬을... ^^: 윤교수님은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바쁜 시간을 내어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Scientific director인 Dr Dennis와 Data center director인 Dr Joke, 일정을 조율해준 Ms. Vicky Minas에게도 감사드리고, 따뜻한 환대와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 여러 EORTC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임상시험의 강국이 되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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