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 9시까지 신종플루가 의심되는 환자들만 따로 진료를 봤습니다.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도 많고 다른 환자와 섞이는 것도 문제고 무엇보다도 인력이 달려서 임시로 주말에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기로 한 첫 날이지요. 첫날인데다가 비가 오고 날씨가 을씨년스러워서 그랬는지 예상보다는 환자가 그닥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녁 먹느라 30분 쉬고 난 후에는 끊임없이 환자가 내원하시더군요.


<신종플루 모니터링센터>
1. 주로 10대, 20대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한번에 보통 3-4명, 많게는 10명정도의 아이들이 독감증상으로 학교를 오지 않거나 조퇴를 한다고..

2. 열이 심하지 않고 이제 막 기침이나 콧물정도의 증상이 있는 환자도 있었지만 인플루엔자가 강력히 의심되는 고열 (39.2도까지)과 근육통이 있는 환자들도 꽤 많았습니다.

3. 14살된 한 중학교 여학생은 울먹울먹...왜 그러냐고 했더니 "죽을까 봐요..ㅠ.ㅠ" 너무 걱정말라고 다 잘 낫는다고 안심시켜 주면서 "중학생들이 광우병파동때도 괜한 겁을 많이 먹고 그러더구만.."이라고 했더니 안 그래도 자기는 아직도 쇠고기를 안 먹는다고..쯔쯔...어른들이 어린 청소년에게 잘 못 하는 게 많군요.

4. 며칠전 저희 내과에서 신종플루 의심되어 약을 받아 먹은 환자의 부모에게서 항의전화가 왔다고 해서 제가 받았습니다. 타미플루 먹으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데 함부로 약을 줬다나요? 챠트를 보니 고열에다가 호흡기증상, 전형적인 인플루엔자 증상이더구만..검사는 나갔지만 아직은 며칠 더 지나야 결과는 나오고. 내성 운운 하는 얘기가 뭐냐고 했더니 주위사람들이, 그리고 신문에서 내성이 생기면 위험하다고 그랬다는군요. 그 "주위사람"들이 의료인이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고.."저기요, 내성이 생길 위험은 항상 있지만 그 내성 걱정되어 당장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그리고 내성이란 약을 남용하거나 복용원칙을 지키지 않고 먹었다 말았다 할 때 생기는 것이랍니다. 만약 자제 분이 제 아이라면 저는 당연히 약을 먹였을 겁니다."라는 말로 설득시켰네요...

5. 7시간동안 약 30여명을 봤고 그 중에 25명정도의 환자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했습니다. 검사는 6명에서 나갔구요. 치료여부에는 검사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확진검사를 원하는 경우 검사를 보냈습니다.

6. 환자와 보호자를 보다보니 환자의 증상도 심한 편이었고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보다 신종플루에 대한 위험성이 과장되어 있고 공포심도 높다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주로 진료실에서 설명한 것이 너무 걱정마셔라. 신종플루란 독감의 한 종류일 뿐이고 비교적 전염력이 높아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치명적이지 않다...그런 설명들이었습니다.

7. 이제 날씨가 더 차가워지는군요. 수능도 다가와오고 수험생이나 학부모님들의 걱정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신종플루는 그동안에도 많이 겪었던 독감의 한 종류입니다. 개인의 위생관리와 충분한 휴식, 그리고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잘 한다면 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만약 감염이 되었다면 빨리 진료를 받으시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질환이랍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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