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무척이나 추웠고 응급실은 여전히 바뻤다. 지난 여름과 달리 복통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열감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고있는 신종플루 패닉은 열과 호흡기 증상을 주소로 내원하는 환자 수의 증가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었다.

 지난주 신종플루 임시진료소에서 3시간여 시간동안 50여명 환자를 진료했을 때보다는 괴롭진 않았지만 밤새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열만 있으면 배가 아프든 머리가 아프든 무조건 신종플루와 티미플루 이야기만 하는 환자들과 입씨름하느라 무척이나 고생스러웠다. 심지어 15일간 설사만 죽죽 뽑아냈던 한 환자는 히스토리하는 내내 타미플루 복용 중인데 계속 먹어도 되는지 타미플루 때문에 설사가 지속되는건 아닌지 반복해서 물어봐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혼란을 겪는 것은 비단 환자뿐만이 아니다. 정부지침이 수시로 바뀌다보니 일선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진료방향도 제각각일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해 일반인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플루 지침이 수시로 변하다보니 진단기준, 확진검사 및 타미플루 복용의 필요성, 약제 내성문제, 백신의 효용성 등에 관하여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사의 메세지가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속에서 일반인들은 열이나면 무조건 신종플루인지 혹은 증상이 미약한데 약을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등의 문제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을 찾을 수 없어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의 부모는 고열을 앓는 자녀가 증상만으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이미 하루분 복용했는데 약제 내성이 우려되어 복용을 중단하고 싶다며 개인적인 견해를 물어왔다. 타미플루를 처방한 소아과에서는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후 방문한 내과에서는 증상이 없어졌으니 확진검사(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결과가 나온 후에 복용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찌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또다른 환자는 복통을 주소로 내원했는데 3일전부터 타미플루를 복용한 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심지어 자녀가 신종플루 의증으로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있는 중인데 새벽녁 갑작스레 기침이 나온다며 신종플루 확진검사와 타미플루를 요구하는 한 아주머니도 있었다.

 확진검사는 일주일정도 소요되기에 결과는 당일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응급실에서 검사하면 비용이 두배 이상 소요되니 다음날 오전 임시진료소를 방문하여 좀 더 저렴하게(?) 검사 및 치료 받을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 하지만 두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도 좋으니 검사를 즉시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면봉으로 한번 긁어주고 10만원 가까운 돈을 받는 일 외엔 대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기침이 나와도 타미플루, 콧물이 나와도 타미플루, 가래가 나와도 타미플루, 호흡곤란이 있어도 타미플루를 외치는 타미플루 예찬론자도 많다. 심지어 두통이나 어지럼증에도 타미플루를 달라고 아우성대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면 타미플루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어버린 느낌이다. 고열로 해열제를 처방하면 왜 타미플루부터 안주냐고 호통치는 환자들도 있다. 이럴 때마다 무척이나 어이없고 당황스럽다.

 무섭게 번져가는 신종플루도 자체도 문제지만 수시로 바뀌는 진료지침 속에 잘못된 정보와 괴담만 양산되어가는 현실은 신종플루 패닉을 점점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뚜렷한 지침 마련을, 언론은 올바른 정보 제공을, 의료계는 통합 지침을 통한 일관성 있는 진료를, 국민들은 공포 및 괴담 확산을 자제하고 예방수칙 및 치료원칙을 지키는 노력을 통해 신종플루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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