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염자가 주위에 1~2명 이상이 되는 시점이다.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의 다수가 신종플루 의심환자다.

그런데 신종플루를 진찰해야하는 개원한 의사가 신종플루에 걸리면, 어떤 선택을 할까?

1. 확진 판정 받고 병원 1주 쉰다.
2. 대진의를 구해 병원 문 열고 원장은 해외학회 갔다고 한다.
3. 확진 검사 안 받고 진료 보면서 타미플루 처방 받아 버틴다
4. 확진 검사 안 받고 진료 보면서 해열제, 감기약만 먹고 버틴다.

확신하건데 1번을 선택한 의사는 별로 없을 것이다.


3. 대부분 사람들은 의사가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환자에 많이 노출되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하기 보다는 병원의 위생상태나 대처의 문제라고 여긴다..


일단, 거점 병원까지 가지 않는다. 진료 중 장시간 자리 비우기가 어렵다. 기록이 남기 때문에 확진 판정 받고도 진료 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의 느낌으로 신종 플루 의심이 되면 자가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 1번처럼 하면 자신의 얼굴이 뉴스나 인터넷에 뜨고, 왔던 환자들은 패닉에 빠질지 모른다. 아직, 뉴스에 소아과 개업의 신종 플루 확진 판정이란 기사는 안 나왔다.

2번은 이순신 장군처럼 ‘나의 병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하는 경우이다.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출근은 못하고 집에만 있다. 심판에게 퇴장명령 받은 감독처럼 전화로 대진의와 계속 연락하면서 원격(?)진료를 한다. 의사 본인이 암 판정 받아 입원치료 해야 하는 경우 이렇게 많이 한다.

3, 4번 경우는 주위에 아무도 알리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다. 행동의 변화가 보인다. 항상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진료 할 때도 말은 최대한 자제한다. 점심식사도 혼자 한다. 집의 애들에게 전염될까봐 안아주는 스킨쉽도 자제하고 퇴근도 애들 자는 시간을 지나 늦게 한다. 퇴근 후 약속도 잡지 않고 외톨이를 자처한다.

타미플루 예방적 투여 사항에 ‘개인보호장구 없이 전염, 추정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이 있다. 이런 경우 진단을 받지 않아도 의사 본인에게 처방이 가능하다. 타미플루 먹는 것도 노출되기 싫으면 항생제, 해열제 총 출동시킨다. 환자가 눈치채면 안되니까 아픈 척 할 수도 없다.

대부분 개원 의사의 경우 3,4번을 택할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1. 종합병원은 대체할 인력이 있지만 여긴 혼자다.
2. 음식점에서 식중독 환자 생기면 망하듯이 개인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의원의 호재가 될 수 있다.
3. 대부분 사람들은 의사가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다. 환자에 많이 노출되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하기 보다는 병원의 위생상태나 대처의 문제라고 여긴다..

과연, 플루 환자 보는 의료진들을 확진 검사 하면 양성이 아무도 안나올까? 얼마 전 거점병원 의사들이 플루 걸렸을 때 언론에 노출 안되게 한 적도 있다. 뭐 요즘에도 진료 인력이 부족해서 타미플루 먹어가며 진료할 수 밖에 없다고 하긴 하더라. 간호사나 의사나... 내가 빠지면 가뜩이나 힘든상황에 남겨진 동료들이 더 힘들어지니...

아무튼, 이런 불안감에 요즘 하루에도 몇 번 내 귀에 체온계를 꽂고 재본다.

열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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