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외국에서도 돼지발 가지고 연습 하나보다.

우리 병원 응급실에서 성형외과로 오는 노티의 99%는 안면부 열상이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열상 환자들이 많이 오는 날이면
1년차 선생님은 잠 다 잔거다. 내가 응급실 돌 때 안면부 열상 환자가 있어 성형외과 노티하면 정말 늦게 봐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성형외과를 돌아보니까 워낙 할 일이 많고 바쁜 걸 알게 되어 그럴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사람은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
아무튼...





하루에도 몇 번씩 1년차 선생님을 따라 응급실에 가서 안면부 열상 봉합을 돕고 있다. 그러다, 환자가 한꺼번에 몇 명 몰리거나,
아니면 간단한 봉합의 경우 내가 몇 번 해 보기도 했다. 특히 얼굴이다보니 엣지있게 봉합해야 하는데, 이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 선생님들이나 교수님들 하시는 모습 보면 휙휙 쉽게 잘도 하시던데, 역시 경험과
연륜이 중요한가보다.








미군 부대인가본데, 여기는 소세지로 연습을? :)

봉합을 하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응급실 돌면서도 느꼈지만, 대부분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린 아이들이
놀다가 넘어지거나 부딪혀 찢어지는 경우가 많고, 술 취해 맞거나 넘어지거나 쓰러져 찢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나라면 절대
해 낼 수 없어 보이는 무척이나 비협조적인 환자, 그러니까 마구 저항하고 흔들어대는 환자들의 봉합을 척척 잘 해 내시는 것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 이런 생각하고 있다. :)






그러고보니 나도 봉합을 두 번 받았다. 한 번은 대여섯살 때 즈음 공놀이 하다가 넘어져 두피 열상이 있었고, 또 한 번은 열 한
두살 즈음 그네 타고 놀다가 넘어져 안경이 깨지면서 오른쪽 광대 부위 열상이 있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찢어져 피 흘리는
아들 보고 놀라신 부모님께서 나를 들쳐 없고 가까운 응급실에 뛰어셨을거고, 지금의 나 같은 애송이 의사가 먼저 봤겠지. :)
나도 종종 두피 봉합은 직접 하니까 그 쪽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데, 광대 부위 열상이 있었을 때 CAUMC에서 날 꼬매주었던
성형외과 선생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시려나? :)






그나저나, 봉합을 마치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나면 100이면 100, 흉터 남느냐고 물어본다. 아마 날 들쳐 업고
응급실에 뛰어가셨을 우리 부모님도 똑같이 물어보셨을거고. 안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니 100% 안 남을 수 있겠는가. 그 흉을
덜 남기기 위해 오늘도 성형외과 인턴은 열심히 소독하고 봉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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