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베컴의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킬힐과 그로 인한 족부변형이 화제다. 그녀는 일전에 한 인터뷰를 통해 '하이힐만큼 남성을 유혹하기 적합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힐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간에 일부 팬들은 높은 굽높이에 '직각으로 꺽인' 빅토리아의 발목을 걱정했지만 정작 본인은 킬힐을 신고 펄쩍펄쩍 뛰는가 하면 2살난 셋째 아들 크루즈를 안고 걸을 때도 킬힐을 신는 모습을 언론에 비치기도 했었다. 헌데 킬힐을 통해 그녀는 행복했을지언정 그녀의 발은 그렇지 못했나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수년간 무려 6인치(15.24cm)짜리 킬힐을 즐겨신은 빅토리아 베컴이 엄지발가락 안쪽에 염증이 생기는 건막류로 고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 여성들의 필수 아이템, 하이힐

 본 래 하이힐은 남자의 전유물이었다. 중세시대에 승마를 할 때 등자에 발을 넣으면 고정이 잘 되기 때문에 승마부츠에 힐을 단 것이 하이힐의 기원이다. 그 시대에는 하수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 길거리의 오물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었다고 한다. 키가 작아 열등감을 가졌던 루이 14세가 신으면서 유행하였고 18세기에서야 여성들이 신기 시작했다.

 오늘날 하이힐은 중세시대와는 다르게 여성들의 자존심이자 당당함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하이힐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해 여성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낮은 플랫슈즈, 발을 숨 막히게 하는 좁은 볼, 그리고 지나치게 높은 굽 등 하이 힐은 발과 관절을 괴롭히는 구조 투성이 이다. 멋을 강조하느라 발을 보호하는 신발의 본래 기능을 대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이힐 신은 여성이 멋지게 웃고 있어도, 속으론 한없이 울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이힐은 앞이 좁고 뾰족한 데다 뒤가 높기 때문에 발가락과 발 볼 부분으로 체중이 쏠리면서 발의 변형을 초래한다. 신발, 특히 하이힐로 인해 생기는 발 변형 질환으로는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이 대표적이다. 새끼발가락 뼈가 옆쪽으로 튀어나오는 ‘소건막류’, 발가락 감각에 이상이 오는 '지간신경종’도 생기기 쉽다.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무 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뼈가 신발과 마찰되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발이 평평하고 엄지발가락이 긴 사람이 하이힐이나 꽉 죄는 구두를 오래 신었을 때 잘 생긴다. 무지외반증이 생기면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밑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발가락의 변형까지 일으킨다. 몸 전체를 지탱하는 발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서 있거나 걸을 때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허리, 무릎, 골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무지외반증 초기라면 발가락 사이에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교정 깔창을 깔면 통증이 줄어든다. 아파서 걷는 데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엄지발가락의 뼈와 인대를 일자로 반듯하게 잡아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을 받고 약 3일 후부터 특수신발을 신고 걸어 다닐 수 있다. 무지외반증 예방에는 발에 편한 신발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굽이 7cm 이상인 구두나 5분 이상 신었을 때 발이 불편한 신발은 요주의 대상이다. 엄지발가락이 과도하게 꺾어지고 폭이 좁은 신발보다 발을 넉넉히 감싸주는 부드러운 재질의 신발이 좋다. 발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면 발가락 변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빅토리아 베컴을 괴롭히는 소건막류

 소 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의 뿌리 관절 부분이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발볼이 넓은 사람이 앞코가 뾰족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을 때 잘 생긴다. 소건막류가 있는 사람은 무지외반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발바닥 앞쪽에 압력이 가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쪽으로 힘을 주기 때문이다. 새끼발가락의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닿으면 걷거나 서 있을 때 아프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신발 속에 특수 깔창이나 패드를 집어넣으면 된다. 통증이 심해지면 튀어나온 뼈를 절제하거나 관절 윗부분에서 새끼발가락을 안으로 밀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무지외반증과 마찬가지로 소건막류도 편한 신발을 신어 발가락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스펀지를 발가락 사이에 끼고 힘을 줬다 빼는 스트레칭도 좋다.

 발가락 사이의 덩어리, 지간신경종

 지 간신경종은 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과도한 압력을 받거나 발가락 사이에 물혹이나 지방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걸을 때 발바닥 앞쪽에 통증이 오고 발 주변이 저리고 쑤신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가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간신경종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생긴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발가락 신경과 주변 조직이 긴장하고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무지외반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지간신경종은 특별한 외적 변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의사가 만져보거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초기라면 부드러운 패드나 기능성 깔창이 깔린 신발을 신으면 된다. 증세가 심하면 주사를 놓아 통증을 없애는 치료를 받거나 문제가 되는 부위의 신경을 없애는 신경종 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 앞볼이 넉넉하고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올리는 스트레칭을 하면 발 근육이 단련된다.

 그래도 하이힐을 포기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제언,

 조금만 걸어도 피로감이 몰려오고 훗날 발병의 원인이 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이 포기하기 힘든 유혹이다. 킬 힐이 마약(중독)과 바이러스(전파)의 속성을 갖는 이유다. 죽어도 하이힐을 포기 못하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닥에 쿠션을 깔아 충격을 완화시키고, 틈틈이 신발을 벗고 발운동을 해주면 좋다. 발가락으로 작은 물건이나 타월 집어 올리기, 발가락으로 움켜쥐었다가 펼치기 등 발가락과 발 근육 스트레칭도 발변형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하나 더, 꼭 신어야 한다면 굽 낮은 신발과 교대로 신거나 하루 6시간 이하, 일주일에 4~5회 이하로 조절하여 신는 것이 좋다. 항상 가벼운 운동화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많이 걸을 땐 운동화로 갈아 신는 지혜도 필요하다. 하이힐의 아픔을 알고 나니 이런 말도 있을 성싶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무슨 소리! 하이힐 멋쟁이가 제일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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