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토요일에는 Elsevier에서 주최한 Scientific Writing and Publishing for
International Journals 워크샵에 다녀왔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신 헬스로그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세부 내용은 헬스로그에 올라왔던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고.(http://www.koreahealthlog.com/1373)
혹시 Elsevier라는 이름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드리자면, 적어도 과학을 하면서 이 출판사 이름을 한번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만큼 과학 관련 저널 및 서적 출판에 큰 손이다. 간단히 워크샵의 주된 내용을 간단히
줄이자면 '어떻게 좋은 논문을 쓰고 어떻게 좋은 실험을 디자인 할 것인가?'에 대한 일련의 강의라 할 수 있겠다. 세션은 4개로
진행되었다. 각 세션 별로 어떤 내용이었는지 간단 리뷰.


'실험 디자인은 옳은 질문을 하는 것 부터 시작된다!'

1. Writing the article: the basic elements

일단 워크샵은 아티클을 쓰는 법에 대한 간단한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이 부분은 사실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듣는 강의나 교수님의 지도 내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IMRaD(Introduction, Method, Result and
Discussion) 각각의 파트를 얼마나 깔끔하고 적당하게 쓰는 것이 좋은지 부터 어떤식으로 figure나 table을
구성해야 에디터의 눈에 들기 좋은지까지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받았던 교육이 일반적으로 좋은
아티클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었다면, 이번 워크샵에서는 어떻게 해야 에디터의 눈에 들 수 있는지에 대한 쪽집게 과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역시 에디터 본인에게 듣는 포인트 강의는 느낌이 틀렸다. 이 강연의 포인트는 '제발 좀 Guide to
Author를 읽어라!'
로 요약할 수 있겠다. 각 저널마다 레이아웃도 틀리고 요구하는 사항도 틀리기 때문에, 각 저널에서
제공하는 Guide to Author를 확실히 읽고 보내는 것이 첫번째 관문이라는 것이다.


2. Designing research

이번 워크샵은 의학 아티클, 특히 의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리서치 디자인에 관한 강연은 clinical trial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임상 실험에 대해서는 별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좀 있었지만, 실험을
디자인 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지침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자신의 리서치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 것이 실험 측면에서나 논문 작성 측면에서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었다.
이 강연의 포인트는 '실험 디자인은 옳은 질문을 하는 것 부터 시작된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즉 잘못된 질문을 하면 실험
과정이 얼마나 깔끔하게 잘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고, 잘못된 결론으로 좋은 논문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3. Publication process

논문을 제출하고 나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논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저널에 실리게 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선발과 탈락이
결정되는지, 탈락했다면 왜 탈락했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에디터로서 왜 어떤 아티클은 게제하고 어떤 아티클은 리젝트 할
수 밖에 없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또 리젝트 당했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후속조치까지 설명해주고 있는것이
좋았다.


4. Writing and publishing research

마지막 강연은 지금까지 한 내용을
총 정리한 내용 정도로 볼 수 있다. 좋은 논문을 쓰려면 좋은 실험을 디자인 해야하고, 좋은 실험을 수행했다면 어떻게 이
데이터에서 좋은 논문을 써 내어 저널에 게제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종합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번 워크샵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논문 쓰는 법을 배우며 알아왔던 내용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 수준의 강연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랄까.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의학저널인 the Lancet의
Executive Editor의 강연이니 올해 수능 출제위원의 쪽집게 과외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에디터의 입장에서 정확히
어떤 부분이 좋고 나쁜지를 정확히 집어내어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논문 쓰던 스타일을 되돌아 보며 점검해 볼 수 있던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우리가 경험을 통해서만 모호하게 알고 있던 저널의 논문 선정 기준이나 방식, 그리고 세부적인
절차들을 세심하게 설명하여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과정을 밝혀준 것이 좋았다.

그리고 한가지 아쉬움.
특히 마지막 Q&A 시간은 그야말로 실망의 연속이었다. 주최측이나 강연을 해준 사람들의 실망이 아니라 우리나라 질문자의
수준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이미 밝혔다시피 이번 강연의 주된 내용은 '좋은 논문'을 쓰고 '좋은 실험'을
디자인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어떤 기술적인 질문이나 논문 자체에 대해 평가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시간에 등장한 질문에는 임상실험을 할 때 나타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들이 있어 답변자를 당황시켰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었다.

'어떻게 저널을 SCI에 등록시키고 Impact factor를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Impact factor는 저널의 영향력을 수치화 하여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데, 이전에는
유용한 지표로 생각했지만 의도적으로 IF를 높인다던가 하는 장난질이 늘어나면서 요즘은 이 IF의 공신성이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 되고 있다. 답변자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IF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 논문을 소신껏 싣는것이 중요한가에
대해 역설했는데, 한국 연구자과 '높으신 분'들의 IF에 대한 집착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은 '한국에서의 임상 연구는 보통 지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힘들다. 그래서 한국에서 나오는 논문이 적은것
아니냐'는 요지였는데, 이 역시 답변자가 약간 어처구니 없어 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보다 연구비 지원이 훨씬 적고
연구자도 적은 다른 동남아시아에서도 좋은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국제 저널에도 많이 실린다.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실험
디자인에 있어 '옳은 질문'을 하는 것, 그리고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실험 주제를 정하여 진행하느냐에 따라 자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답변자의 일갈이었다. 이것 역시 한번 생각해봄직한 문제다.

워크샵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이어진 Q&A 시간에는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가진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큰 실망감이
들었다. 어쨋든 이런 워크샵이 좀 자주 열려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넓고 올바른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