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유명한 사회심리학 관련한 포스팅을 할까 합니다.  사회심리학 논문 중에 50년이나 되었지만, 지금도 전설적으로 남아있는 심리학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자기자신에게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또 왜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한 것인데, 이 실험에서 우리 인간의 내면적인 동기부여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밝혀집니다.

 

실험은 1959년 스탠포드 대학의 Festinger와 Carlsmith 가 수행하였습니다.  스탠포드 학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학생들은 '성취도를 측정' 한다는 명목하에 실험에 참가를 합니다.  실험은 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학생들에게 미리 알립니다.  

일단 실험실에 들어오면, 이 실험이 자신의 기대치(expectation)가 일을 하는데 있어 실제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룹을 둘로 나누는데, 반대편 그룹에서는 이미 작업을 방금 마친 학생들이 작업에 대한 브리핑을 해주고, 우리의 그룹에서는 특별한 기대나 브리핑이 없다고 합니다.

작업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굉장히 지루한 작업을 줍니다.  30분 동안 박스에 있는 실감개를 옮기게 하고, 다음 30분은 보드 주변에 있는 쐐기들을 옮기게 하는 등의 작업입니다.  일이 끝날 때가 다되어서 피험자들에게 작업이 어땠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작업이 "꽤 재미있었다"고 대답을 했다고 학생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면 실제로 학생들은 '재미없었는데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의아해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음 학생들에게 작업에 대한 브리핑을 할 때 '작업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1달러를 준다고 제안을 합니다.  1959년에 1달러는 그렇게 작은 돈이 아니기에 보통은 돈을 받고, 그 다음 그룹의 학생들에게 '작업이 무척 재미있다'고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의 학생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을 하고 작업실로 들어갑니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한 학생들은 다음의 학생의 기대치를 올린 것에 대해 굉장히 후회를 하겠지요?  그러면서 다시 학생들에게 다가가서는 "실험이 정말 다들 재미있었다고 했고, 당신도 그렇게 느꼈기를 바랍니다"는 말을 합니다.

이제 학생들은 자기가 마친 일에 대한 인터뷰를 합니다.  얼마나 일이 재미있었는지를 묻는데, 상당수가 금방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의외로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기가 수행한 일이 처음 생각처럼 그렇게 재미가 없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심지어는 그런 단순노동에서 그것이 왜 재미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까지 찾아냅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은 "약간 재미있었다" 수준의 답에 체크를 합니다.

실험이 끝난 뒤에 동일한 실험을 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데, 그 친구는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20 달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정말 일이 재미없었고, 최고로 나쁜 점수를 주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1달러를 받은 학생들은 그렇게 재미없지 않았고, 잘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는 일이라고 항변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현상 아닙니까?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이런 현상을 바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 고 합니다.  이 50년된 실험은 인지부조화 현상을 너무나 잘 재현하였습니다.  인지부조화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은 전혀 반대의 2가지 생각들이 어떻게 타협을 보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였습니다.  앞의 실험의 경우 작업이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일단 재미있다고 말을 한 뒤에 돈을 받은 뒤에는 자신이 남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 싫기 때문에, 자신이 그 작업이 재미있었다고 믿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20 달러를 받고도, 재미없었다고 하는 친구의 경우에는 단지 자신은 거짓말을 하는 대가로 $20 달러를 받았을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합니다.  이 친구는 인지부조화 현상을 겪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실험 이후에 인지부조화와 관련한 많은 실험들이 수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우리사회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그룹에 들어가려고 할 때, 들어가기 어렵게 만들면 만들수록 멤버쉽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막상 해당 그룹의 멤버쉽을 얻고 나서 들어가보니 별로 대단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이 그룹이 정말 대단하고 좋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면서 가치를 변경시키는 일을 자주하게 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두고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객관적이지 못한 훨씬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객관적으로 믿는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믿도록 자신에게 강요를 하는 것입니다.

인지부조화 현상을 이해하게 되면, 극단적인 오류나 정말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한번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이 지금 인지부조화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고, 자기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참고문헌

Festinger, L., & Carlsmith, J. (1959). Cognitive consequences of forced compliance. Journal of Abnormal Psychology, 58, 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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