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효자인 아들이 있었다. 
어머니가 어느 날 '남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복어 한번 먹어보았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회로....'라고 했다. 
복어회 값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어머니가 드시고 싶다는데....
큰 맘 먹고 어머니를 복요리집 모시고 가서 복 회를 주문하였다. 드디어 복어 회가 나왔는데 정말 얇아서 접시가 다 비친다. 
한 입 먹으니 입술가와 혀가 아릿하고 저린 것이 참...신기하다. 씹으니 그 맛이 더욱 좋다. 
회 한접시를 다 먹었다. 탕도 먹었다. 그리고 집에 왔는데 그 아릿한 느낌이 가시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 그러더니 구토가 날 것 같다. 어머니는 그에 구토를 하고야 만다.

2. 
바닷가에 사는 60대 노부부. 남편은 복어를 무척 좋아한다. 사실 그러면 안될 것 같기는 한데 남편은 이미 수십년 전 부터 복어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곤 한다. 오늘도 늘 그렇듯이 남편이 직접 요리를 했다. 맛나게 먹었다. 그런데 오늘 요리는 어째 잘 못된 것 같다. 입술이랑 혀가 얼얼하더니만 급기야 말이 잘 안나온다. 남편이랑 응급실에 갔다. 남편은 나보다 더 많이 먹었다. 걱정이다. 
응급실에 누워 있으니 괜찮아 지는 것 같은데.....어째 남편은 조용하다........의사들이 남편 옆을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실제 이야기이다. 잘 먹은 음식이 원인이 되어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응급실에서 종종 보는 케이스가 바로 복어 중독, 엄밀히 말하면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중독이다. 
복어에 독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고, 복어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으면 맛도 맛이지만 입가를 아릿하게 하는 그 느낌 때문에 먹는다고 한다. 그 아릿한 느낌은 다름아닌 tetrodotoxin 때문이다. 

식객 중 '죽음과 맞바꾸는 맛'(허영만) 에도 나왔지만 한번 복어에 맛을 들이면 죽을 줄 알고서도 먹게 된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맛이 있는지 먹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복어에 정말 독이 있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복어의 독은 주로 간을 비롯한 내장과 생식기, 그리고 껍질에 주로 분포해 있고 살에는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복어의 종류나 잡힌계절, 잡힌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역시 다 알고 있듯이 복어는 자격을 가진 요리사가 요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대부분복어를 먹은 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복어를 조리한 경우에 발생한다. 

역사적으로 1700년대 영국의 탐험가인 James Cook의 배에서 한 선원이 복어를 먹은 뒤 호흡근 마비가 발생하고, 나머지 복어를 먹은 돼지가 사망한 것이 처음으로 보고된 것이라고 하는데(Wikipedia), 이건 서양 이야기인 것 같고, 식객에서 보듯이 중국 송나라 때부터 복어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그보다 훨씬 일찍부터 복어를 먹고 죽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복어의 독은 얼마나 먹으면 사망할까....정확한 수치는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나이가 많을 수록 증상이 오래가고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미국의 CDC(CentersforDiseaseControl and Prevention)에서는 복어 40g(아마 한입 쯤 되지 않을까?)을 먹은 뒤에사망한사례도 있다고 하니 적게 먹었다고 안심할 것은 아니다. 또한 복어의 독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끓였다고 안심 할 것도아니다.


복어의 독에 의한 증상은 처음에는 입술과 혀에 감각 이상이고 그 이후 얼굴 전체의 감각 이상과 사지의 감각이상으로 발전한다. 이런증상은 복어를 먹은 뒤 빠르게는 15분 이내에나타나며경우에 따라서는 20여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기도 한다. 곧 이어서 침이흐르고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기도 한다. 그리고배가아프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이 증상들은 복어 독이 신경세포의 전해질 이동통로를 막아 신경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신경세포 뿐 아니라 근육세포의 전해질 이동통로를 막아서 근육의 수축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걷고 뛰는 데만 근육이 필요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숨을 쉬는 데에도 근육의 운동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심장이 근육으로만들어진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복어 독에 의한 중독이 심하다면 사지의 근육에 힘이 빠지는 것 만이 아니라 호흡근육에도 마비를 유발하고 때로는 심장근육의 기능도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저혈압이 발생하며 부정맥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감각이상을 유발하는 말초신경 외에 중추신경에도 작용하여 중요한 뇌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 런 일련의 사건들이 몸에서 일어나면 견딜 재간이 없다. 그래서 복어 독에 중독이 된 경우 보통 4~6시간 만에죽게된다.(불행히도 이보다 빨리 죽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 환자도 있었다. 삼가 명복을.....)

불행히도 복어의 독은 해독제가 없다. 민간에 알려진 것들은......직접 시험해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믿을만 한 것 같지는 않다. 

복어를 먹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느낌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교과서대로라면 응급실에 방문하여 가능하다면 위세척을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집중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50~60%가 사망한다고 하니 병원에 올 정도가 되면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많이 먹지 않았다면, 병원에서 호흡보조(소위 인공호흡기) 치료, 심혈관계 보조 치료를받으면서 24시간 이후 부터 호전되기 시작하여 수일 내에 합병증 없이 회복 될 수 있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독은 독이다.복어를 꼭 먹고 싶다면 반드시 자격이 있는 조리사가 있는 음식점에서 조리한 복어를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도데체 얼마나 맛있기에저 옛날 사람들 조차도 죽음과 맞바꾸어 먹는 다고 하는지......

1. 
어머니와 같이 복어를 먹은 아들 내외는 다행히 다음날 증상이 호전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령인 어머니는 3일 간 복통과 구토에 시달렸고 이후 회복되어 정상적으로 퇴원하였다. 

2. 
아내는 3일간 복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였으나 이후 점차 회복되어 정상 퇴원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응급실 방문 후 약 40여분 만에 호흡정지가 발생하여 인공호흡기에 의한 호흡보조를 받아야 했고 심근 수축 저하로인한 저혈압으로 여러가지 보조 약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하루 동안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었고 2일째부터의식과 호흡이 회복되었고 3일째에 심장기능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일반 병실에서 치료 중이다.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나온 환자에게 물었다. 
"이렇게 고생하고도 복어 드실 거에요? " 

"그 맛있는 것을 당연히 먹어야지. 죽어도 먹을거야!!!"


p.s. 사진에 나온 가시복은 독이 없는 복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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