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고 입시 개혁의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외고 입시 문제가 중학생 수준에서 너무 어렵다 보니, 외고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고, 이것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학교 교육 파행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사교육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의 문제를 떠나서, 이미 심각한 가계 부담의 원인이 되었고, 급기야는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수십 조원의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고, 지금 이순간에도 애들 학원비를 보태고자 밤에 대리운전을 하는 투잡족 아빠들과 고된 식당일도 마다 않는 엄마들이 있다. 

 

 자식을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이 이를 이용한 상술을 만나고 부실한 공교육을 만나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고,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하면서도, 내 아이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사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학교교육만 믿고 있다가는 좋은 대학에 못 갈거라 생각한다.

 

암환자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러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남편이나 부모를 암환자로 둔 40,50대의 중년여성분들이 대부분인데, 사교육을 믿하고 공교육을 불신하는 이들은 정규병원진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교육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듯이, 암치료에도 정규 병원진료만으로는 2% 부족하고, 좋은 치료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과 같은 보완대체의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필자가 느끼기에 이분들의 사고방식은 아래와 같다.

 

l  병원 진료 = 공교육

l  보완대체의학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 사교육

 

비싼 학원에는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듯이 비싼 건강보조식품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학부모 모임을 만들어 학원 정보를 교환하듯 보호자모임을 만들어 민간요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이들은 심지어 담임선생님에게 촌지를 주어야 우리 애를 잘 봐주듯이, 주치의에게 돈봉투나 선물을 건네야 우리 환자를 더 잘 봐줄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은 보호자의 학력과 무관해 보이며, 경제력과도 무관해 보인다. 이들은 어느 학원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 학교 담임선생님과 상의하지 않듯이, 어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이 좋은지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는다. 잘못된 건강보조식품으로 간수치가 나빠지고 의사로부터 뭐 다른거 먹은 것 있냐는 추궁을 받아야만 그때서야 실토하곤 한다.

 

사실 교육 시장과 의료 시장은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 보호자(학부모)가 환자(학생)를 의사(교사)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점

- 의사(교사)의 역량에 따라서 치료 결과(입시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 정부에서는 의료(교육)는 모두 똑같은 의료(교육)이라며 같은 진료비(교육비)를 받는다는 점

- 보호자(학부모)들은 좋은 결과를 위해 추가로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다는 점

 

그러다 보니 집 근처 병원을 놔두고 좋다는 병원을 찾아 멀리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환자들이 생기고, 좋다는 학교를 찾아 지방에서 강남으로 이사를 오기도 한다. 이러한 보호자들의 마음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근거 없는 맹목적인 사교육이 오히려 피해를 일으킬 수 있듯이, 근거 없는 맹목적인 보완대체 의학 역시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곤 한다.

 

최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한국인의 보완대체의학 이용 실태에 대해 보고한 논문1)이 발표되었다. 30세 이상 일반인 3,000명을 조사한 결과, 74.8%가 최근 1년간 보완대체의학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하였고, 1년에 평균적으로 20만원 정도를 보완대체의학에 쓴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인구 4,500만명 중 30세 이상의 인구가 적어도 2,500만명은 될텐데, 2,500만명이 1년에 20만원씩 쓴다면, 어림잡아 대략 5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논문에 나온 수치를 성급하게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청난 돈이 보완대체의학에 사용되고 있음은 틀림없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점 한가지. 이렇게 많은 돈을 보완대체 의학에 쏟아 붓고 있는데 비해 그만큼 효과들은 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이 돈은 제대로 검증을 하고 사용되는 것일까? 무조건 비쌀수록 좋은 학원이 아니듯이, 비쌀수록 좋은 것은 아닐 텐데, 한번쯤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서 고민은 하고 사용하는 것일까?

 

하지만, 사교육의 현실에서 보듯이, 무언가 특별한 플러스 알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병원 치료만 열심히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해봐야, 이야기가 잘 먹히지 않는다. 마치 매년 수능 수석이 과외 안 받고 학교 수업만 열심히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기는 듯싶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검증되지 않은 보완대체요법은 환자에게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점이고, 무언가 특별한 플러스 알파를 이야기 하는 상술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
Ok SM et al. The Use of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in a
General Population in South Korea: Results from a National Survey in
2006. J Korean Med Sci 2009; 2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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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Ok SM et al. The Use of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in a
General Population in South Korea: Results from a National Survey in
2006. J Korean Med Sci 2009; 2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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