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전문 서비스인 이글루스 중 과학 관련 글만 모이는 과학 밸리에서는 한의학 논쟁이 한창입니다. 그 시작은 제가 작성한 글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과학을 주제로 글을 쓰는 과학블로거들에게 공이 넘어간 상태입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이글루스의 어부님의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개인의견(1)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개인의견 (2)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위의 글로 촉발된 '한의학은 과학적인가 논쟁'은 적어도 이글루스의 과학밸리에서 만큼은 이제 거의 합의가 되어가는 분위기 같습니다.

의사는 특히나 저 같이 환자를 직접 보는 일선의 임상의사들은 과학자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의사지만 과학자로써 기초연구를 하는 분들이 있고 임상의사지만 기초연구를 하고 있는 분들도 있어서 의사가 과학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와 같은 진료만 하는 의사는 과학자라고 하긴 어렵죠. 오히려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가능한 진단을 추리해내고 적합한 진단과 치료과정을 찾아가는 탐정 같은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매우 재미있어하고 즐기는 편입니다.)

그래서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심리학, 인문학등에 대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것이지요. 의술을 예술적인 것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환자를 보고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그 바탕에는 반드시 "과학적"인 지식과 인식이 깔려있어야함은 아주 당연합니다. "과학적"이라고 함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아주 많은 분들이 정의를 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다시 중언부언할 필요는 없어보이구요..

한의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의학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효과"에 대해서는 이 논쟁에 참여하셨던 분들 중 아무도 부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저 또한 한의학과 한약과 또는 침술에 대해서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그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그 "효과"를 설명할 분명한 이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어부님 말씀처럼 한의학의 효과를 검증하다 보면 결국 그 것이 현대의학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겠습니다.

결국 답은 검증을 통한 "의료일원화"일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효과"가 있는 한약재등을 검증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려고 하면 말이지요. 사실, 그동안 한의학 논쟁을 보면서 선뜻 나서지 않은 것은 제가 소위 말하는 양의학, 실은 현대의학에 속해 있는 현직의사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의사들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 논쟁의 본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소위 "밥그릇 싸움"이라는 편견으로 보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진행된 논쟁에서 보듯이 이 문제는 "의사와 한의사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과학과 비과학의 싸움"인 것이지요.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래없이 한의학 (즉, 민속적인 의학)을 정식의료로 인정해 준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체계를 마냥 끌고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의대에 성적 최상위권들이 몰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상위권의 학생들은 기초과학에 입문해서 과학의 발전에 이바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의대도 아닌, 그리고 그 근본원리가 도대체 알 수 없는 한의학에 우리나라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한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 아닐런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들어가면 엄청난 문제가 있을 겁니다. 그동안 배출된 한의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한방병원들은 어떻게 할 것이지 말이지요. 인정을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고. 그렇지만 의료산업을 발전시키자고 이상한 법을 만들고 어쩌고 하는 것 보다는 이런 쪽의 문제를 직시하고 풀어나갈 포부를 가진 장관이나 대통령은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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