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너무 센거 같아서 쪼개 먹었어요.."


외래 진료 중에 가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나 서서히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서방정 제형은 그렇게 쪼게 드시면 안됩니다.


"제가 용량을 줄여드릴테니까 쪼개서 드시면 안되요~~~"



이런 분들이 많다보니, 최근엔 처방을 할 때 처음 쓰는 약이나 익숙치 않은 약의 경우 약의 제형을 꼭 확인하곤 합니다. 아무 약이나 쪼개거나 갈아먹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미리 환자분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요.

 


우리가 흔히 '알약'이라고 부르는 동글동글 약들은 모두 비슷비슷해 보여도 여러가지 제형이 있습니다.


흔히 무슨무슨'정' 이라고 부르는 것들인데 이 중 쪼개 먹으면 안되는 종류들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장용정 (enteric coated)


: 위에서 분해되기 쉬운 약물을 장내에서만 분해되도록 만든 제제입니다. 위산의 Ph에 잘 견디도록 하고 알칼리성이 되면 녹는 특수 코팅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위를 자극할 염려가 있거나, 장에서 꼭 효과를 봐야하는 약물인 경우 이런 처리를 해 놓는 것이죠.


만약 쪼개 드시면?


쪼개진 면을 통해 위산에 다 녹아버리게 됩니다. 효과를 못보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위가 안좋으신 분은 약물 부작용으로 속이 쓰리실 수도 있겠죠?

 


2. 서방정


: 서방정은 주성분이 지속적으로 조금씩 녹아나오도록 만들어진 제제입니다. 대체로 약물의 지속시간이 4-6시간인데 반해, 서방정은 8-10시간 많게는 24시간 지속형도 있습니다.


빈번한 투약을 줄여 환자의 편의성을 높히거나 약물의 혈중농도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흔히 CR, XL, SR, OR,`Retard`  `Slow` 등 영문이 표기가 되어 있습니다. 아마 타이레놀 XL은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제는 한 알을 그대로 복용하면 소장에서 24시간을 통해 서서히 조금씩 흡수됩니다. 쪼개서 복용하게 되면 급속한 약물 용출에 따른 혈중 농도 상승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약효를 낼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쪼개 드시거나 갈아드시면 안되는 약입니다.

 


3. 캡슐


: 약을 정제로 만들기 힘들 때는 알갱이를 캡슐로 덮는 캡슐제를 씁니다. 약이 습기에 취약해 정제로 만들면 변색, 변질되기 쉬울 때도 캡슐에 넣으면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약이 너무 써서 삼키기 힘들 때도 캡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분이 다르거나 흡수 시간이 다른 여러가지 약을 섞을 때도 사용됩니다.


먹기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캡슐을 벗겨 약을 빼내 먹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약을 만들 때 성분과 흡수 시간, 변형 우려, 맛과 냄새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그에 맞는 최적의 형태를 찾아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시고 함부로 캡슐을 벗겨 드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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