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외임신이란 말 그대로 자궁 속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임신이 된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궁외 임신은 난관 임신이
95%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난관 염증으로 난관이 좁아져 수정란이 통과하지 못해 난관에 착상하거나 난관의 섬모 운동 등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여 수정란이 자궁 내막까지 이동을 못하고 난관에 착상해 발생하며 대부분 난관을 절제하는 수술로서 치료하게
된다. 산부인과 근무를 하면서 보게되는 가장 슬픈 환자 중 하나가 바로 자궁외임신 환자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예전보다 환자도
많이 늘었는데 최근 자궁내 장치 또는 경구 피임제 사용 증가 그리고 문란한 성생활과 성병 등으로 인해 골반염 등이 증가하면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더욱 그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공적인 낙태수술이나 복강경 불임술의 증가도 그 상승세에 한 몫하고
있다.



 눈오던 2009년의 마지막날, 복통을 주소로 응급실을 찾았던 30대 초반 여자 환자는 과거력 및 이학적
검사, 피검사, 소변검사 결과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응급실 의사들 까지도 충수돌기염을 강력하게 의심했었고, 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위해서 일반외과로 노티된 환자였다. 마침 퇴근하시던 과장님이 환자를 발견하곤 초음파까지 직접하셨고 충수돌기염보다는 다른
기질적 원인의 가능성이 높으니 CT를 찍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남기시고 떠났다.

 이후 시행한 CT에서
골반저에 물이 찬 양상과 함께 오른쪽 난관에 커다란 종괴가 관찰되었다. 이후 산부인과로 연락이 되었고, 레지던트 쌤이 한참을
환자와 씨름한 후에야 몇가지 단서를 잡아낼 수 있었다. 환자는 자궁내 치임장치를 갖고 있었기에 임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최근 성교를 했던 사실조차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히스토리 했던 LMP와 임신반응 검사 음성결과로는 자궁외임신
등의 부인과 질환에 대한 가능성은 떨어져보였고, 이학적 검사 결과는 누구나 충수돌기염을 먼저 생각할만한 소견이었다. 복통뿐만
아니라 하혈도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월경이라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초진의사의 하혈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없었다'라고
대답했던 차트 기록이 남아있었다. 증상이 발생한지 꽤나 지났기에 당연히 난관은 파열된 상태였고, 해당 난관 절제제가 필요한
상태였다.    

 1월 들어 산부인과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그 환자를 나는 또 만날 수 있었고, 반가운 마음에 그
때 수술은 잘했냐며 인사를 건넸다. 헌데 갑작스레 그 환자의 눈가에 눈물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양뺨에 주르륵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나 싶어 남편으로 보이는 보호자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담배 한대 피우자는 그
보호자의 말에 함께 흡연실로 가서 그간의 사연을 듣고서야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한쪽
난관을 절제한 것 때문에 평생 임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거기에 훗날 임신이 되더라도 혹시나 아이가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못하면 모두 자신 때문이라 여기는 죄책감 그 두가지가 그 여자를 한없이 괴롭히고 슬프게 한다는 것이었다.  

 아
무런 말도 건네지 못한 채, 나는 그 병실을 나섰고 그 이후 병원에서 그 여자를 더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 그 환자에게
괜찮을거라는 희망, 그리고 아직 한쪽은 남아있으니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꼭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꼬꼬마인
내게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학적 확신이 없었다. 장확히 산부인과에 대해서 잘 몰랐다. 이런저런 개인적 사정 때문에 병원을 쉬는
바람에 결국 사과조차 전하지 못했다. 아무런 말도 전하지 못해 미안했고, 한 사람의 의사로서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진작에 산부인과 공부 좀 할껄,) 공연히 안부를 전한다며 환자의 상처만 키운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아마 그 아쉬움과 부끄러움, 그라고 미안함 만큼 그 환자는 내가 의사생활을 하는 동안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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