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공항과 가깝다 보니 오늘도 젊은 항공사 승무원 여성이 내시경검사를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속쓰림과 트림등이 있었지만 겁이 나서 검사를 못 하고 약만 먹고 있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 내시경검사를 받은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식도나 위가 안 좋은 분들이 구역반응이 심합니다. 그래서 내시경 검사가 더 고통스럽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또 그로 인해 이 핑계, 저 핑계 내시경검사를 받지 않으려고 피해다니지요.

아무튼...벼르고 벼르던 내시경검사를 수면 내시경으로 했습니다. 검사 결과 아니나 다를까, 꽤 심한 역류성식도염이 있었습니다.


[본 글에 나오는 환자와 아무 관계가 없는 인터넷에 소개된 역류성 식도염 내시경 사진입니다.]


[본 글에 나오는 환자와 아무 관계가 없는 인터넷에 소개된 역류성 식도염 내시경 사진입니다.]

역류성식도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잘 모르지만 위산이 식도에 역류되어 오래 머무르면서 염증을 일으키고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런 위산의 역류현상은 식습관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구요. 그러니 이 역류성식도질환 증상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식습관도 꽤 공통점이 있답니다. 과식을 하고 밤에 늦게 먹거나 불규칙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막상 식습관을 조심하라고 설명하면서 직업을 물으면 식습관이 불규칙해 질 수 밖에 없는 직업들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즉, 밤새워 일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 3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 그리고 항공사 승무원이나 파일러트 같은 직업들이지요. 밤새고 일하고 나면 밥 먹고...그리고 잠을 자야 다시 일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과식도 잘 하고 식사 후에 금방 누워자야 하고 말이지요. 시차를 넘나들며 일하는 항공사 승무원들도 당연하고...사실, 제 자신도 역류성식도염이 꽤 심한데..이게 다 하루 한끼 먹기 힘들어 밤에 치킨 먹고 버텼던 내과 레지던트 생활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런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는 식습관 주의를 너무 강요할 수도 없어서...약 잘 드시고 그래도 조금만 조심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설명하는 제가 다 답답해지더군요. 농담이지만, 아무래도 역류성식도염도 "직업병"으로 분류가 되어야 할까 봅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