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티 참사에 전세계에서 구호의 손길들이 답보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의 활동에 가장 눈길이 갔는데요.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간단하게 즉석병원을 설립하고 제대로된 진료활동에 들어가는 그들의 서비스 디자인은 여러모로 배울 점들이 많은 듯 합니다.


이들이 개발한 소위 "plug and play hospital" 은 여러 개의 부풀어 오르는 텐트들을 연결하고, 여기에 발전기와 필수적인 소독기기 등이 결합되어 있어서 특별히 전기나 물이 없는 비상상황에서도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이티에 설치한 병원은 9개의 텐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100병상 규모로 수술방과 중환자실(ICU, Intensive Care Unit)까지 갖춘 제대로 된 병원입니다.  

장비만 갖추어지면 플라스틱 타일로 바닥을 깔고, 텐트를 세우게 되는데 각각의 텐트의 크기는 약 100 제곱미터(약 30평) 정도로, 9개의 텐트를 세우면 총 900 제곱미터(300평)이 됩니다.  여기에 쉽게 접어서 옮기기 편리한 침대들과 2개의 수술방이 설치되고, 각각의 텐트에는 발전기와 물이 공급되고, 어떤 물이든 소독과정을 거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이렇게 완벽한 준비를 갖춘 준비성과 디자인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상황에 맞는 대단한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정립된 세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보르도와 브뤼셀에 R&D 센터도 가지고 있고,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이 되면 이를 풀어나가고 새로운 방식이 정립됩니다.  2005년 파키스탄에 병원을 만들었을 때에는 밤과 낮의 일교차가 심해서 밤에 텐트 안쪽의 압력이 낮아지는 바람에 텐트가 쭈그러드는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텐트 안쪽의 기압을 항상 측정하고, 공기를 적절하게 주입하는 프로세스가 만들어 졌습니다.



이런 즉석병원 아이디어는 미국의 야전병원 설립과 관련한 노우하우에서 많이 채용이 되었는데, 미국 육군에서는 이를 MASH 유닛이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이미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만 전담하는 연구자들이 최신기술을 도입하면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군대의 MASH유닛 보다 plug and play hospital의 기술력도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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