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사랑동우회에 HBV DNA가 높다는 이유로 정상 간기능 상태에서 치료를 제안 받는 분들의 질문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만성B형간염의 치료는 HBV DNA가 높더라도 AST, ALT가 정상의 두 배 이상(80 이상)이 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의사선생님들은 왜 ALT가 정상일 때 치료를 시작하자고 하신 걸까요??







HBV DNA가 높다면 ALT가 정상이라도 하더라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은 2006년 대만 연구자들의 발표 영향이 큽니다.







Risk of Hepatocellular Carcinoma Across a Biological Gradient of Serum Hepatitis B Virus DNA Level[각주:1] 



(줄여서 ‘REVEAL 연구’라고 부릅니다 - 위 제목으로 검색하시면 논문 초록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B형간염보유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가장 높을 때는 인구의 약 20%가 B형간염보유자였고 적극적인
예방 접종을 통해(수직감염예방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절반으로 줄였지만 지금도 인구의 약 10%가
B형간염보유자입니다. 때문에 여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REVEAL 연구는 3,653명의 B형간염보유자를 평균 11.4년간 추적한 연구입니다. 장기간의 추적을 통해 어떤 요인이 간암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HBV DNA가
300copies/mL(검출한계) 이하인 간염보유자들과 1백만copies/mL 이상인 환자를 비교하니 후자에서 암 발생 위험이 10.7배 높았습니다. 





















HBV DNA가 암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죠. HBV DNA를 이렇게 장기간 추적한 연구는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요. HBV DNA를 300copies/mL까지 검사하는 방법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실용화 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가능은 했습니다만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었고 일반적인 진료 목적으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대만의 연구자들은 1991년부터 혈액을
얼려두었기 때문에 이런 연구가 가능했습니다.(대단하죠!!)



하지만 이 점이 이 연구의 중요한 단점입니다. 연구 시작 당시와 종료 시점의 HBV DNA만을 비교했습니다.(중간에 HBV DNA검사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만 연구 기간에 비해 그 횟수가 적습니다)







이 연구의 이런 한계를 지적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HBV DNA의 변화 양상에 따라 간암 발생 위험률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한 분들도 계신데요. 강남성모병원 선생님들입니다(이 연구는 2008년 미국간학회에서 매우 주목 받았다고
합니다). 역시 HBV DNA가 높은 분들에서 간암이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HBV DNA가 100-1000배 오르내리는
분들에서도 간암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연구기간이 3년으로 짧고 간암환자가 49명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각주:2] 







만성B형간염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는 간세포 손상을 가져오고(간염) 간세포의
교체가 100-1000배 빨라집니다. 증식하는 간세포가 많아지면 돌연변이가 누적되고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러나 간경변이 없이도 간암은 생길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B형간염바이러스가 간세포의 DNA에 직접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실재로는 대부분의 간암은 간경변이 진행한 후 발생합니다.

보통 간암환자의 80%가 간경변증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위 REVEAL 연구에서도 간경변이 없는 3,584명 가운데
131명에서 간암이 발병했지만 간경변이 있던 69명 가운데 33명에서 간암이 발병했습니다. 실재로는 연구에 참여한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간경변이 있을 때 위험률이 21.8배 더 높았습니다.





















대한간학회는 2004년과 2007년 만성B형간염치료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2007년 가이드라인은 그 사이 REVEAL 연구가 있었음에도 항바이러스 치료 시작을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2004년 가이드라인에서는 HBV DNA가 10만copies/mL 이상이고 ALT가 2배 이상이면 1-3개월 간 경과 관찰 후 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2007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경과 관찰 기간이 3-6개월로 늘어났습니다. (물론 실재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황달이 있거나, 중증 간질환 증상이 있으면 치료 경과 관찰 없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등등 여러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의 가이드라인(유럽간학회, 미국간학회, 아시아태평양간학회, US panel) 역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간경변이 없는 만성B형간염환자(보유자)에서 간수치가 정상일 때 치료를 권고하는 있는 곳은 없습니다. 또 기준 안에 들더라도 대한간학회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경과 관찰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주의 - 위 내용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HBV DNA가 높으면 간암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치료하지 않을까요? 현재 우리가 쓰는 항바이러스제들은
안타깝게도 완벽한 약은 아닙니다. B형간염바이러스를 박멸해주지도 않고, 환자 조건에 따라 치료 성공률도 차이가 큽니다. 약제에
따라 그 비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모든 약은 더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내성이 생길 수 있고 하나의 약에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바꾸더라도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격 역시 다른 만성질환 치료제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항바이러스제들은 e항원과 HBV DNA가 모두 음성이 되고 일정기간(보통 1년 이상) 더 복용한 후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 전에 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제픽스의 경우 ALT(간수치)가 정상인 환자들을 치료했을 때 e항원 혈청전환율은 약을 먹지 않은 환자들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제픽스, 헵세라, 바라크루드, 세비보, 비리어드의 효과는 다른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e항원이 음전되는 비율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약을 끊을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죠.[각주:3] [각주:4]









※ 제픽스 사용시 e항원이 양성인 만성B형간염보유자가 1년간 치료를 받았을 때 e항원 혈청전환율(e항원 음성 - e항체 양성되는 비율)


  ALT 정상(통상 40 이하) - 5%(대조군 2%)


  ALT 2배이상 5배 이내(통상 80~200) - 26%(대조군 5%)


  ALT 5배 이상(통상 200 이상) - 64%( 대조군 14%)








그리고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대부분 환자의 HBV DNA가 낮을수록, ALT가 높을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나온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 처럼 내성률이 매우 낮고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높은 약들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바라크루드는 5년 복용했을 때 내성률이 1-2%로 낮습니다. 또한 이들 약은 바이러스 억제 능력이 뛰어나 바라크루드는 5년
사용에서 HBV DNA 음전(300copeis/mL 이하)된 환자가 98%, 비리어드는(400copies/mL 이하) 1년에
76%였습니다. ALT가 정상이어도 바이러스가 잘 억제됩니다.[각주:5] 







이들 약은 ALT가 정상이라고 해도 써 볼 수 있습니다만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험급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월 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언제까지 써야 할지도 잘 모릅니다. ALT가 정상이라면 e항원 음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단
평생 써야 한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매년 약값으로만 240만원이 평생 드는 것이죠.







REVEAL 연구는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HBV DNA가 높으면 이후 간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고, 간손상이 더 심할 수 있고, 간염을 앓는 기간이 더 길 수 있다. 때문에 간경변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더 높아 결국 간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보면 ALT가 상승할 때까지 기다렸다 항바이러스제를 쓰는 것이 비용효과적입니다. 또한 장기간 사용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내성, 안전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ALT가 낮을 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근거는 2008년 대한간학회지에 실린 REVEAL 연구에 대한 논평 논문에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투여 시 필요한 비용과 간암 발생 방지효과를
비교한 비용효과 측면이 검토되고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야 한다. 물론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투여할 때 예상되는
약제 내성 바이러스 발현이라는 필연적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간 투여에 대한 안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각주:6] 






HBV DNA가 높다는 이유로 낮은 ALT에서 항바이러스 치료를 생각하는 분들은 한 번 더 깊이 고민하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 간 병원에서, 한 번의 검사결과가 '높은 HBV DNA-낮은 ALT, 간경변 없음'인데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한다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주의 - 위 내용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Chien-Jen
    Chen, Hwai-I Yang, Jun Su, et al; REVEAL-HBV Study Group. Risk of
    epatocellular Carcinoma Across a Biological Gradient of Serum Hepatitis
    B Virus DNA Level. JAMA 2006;295:65-73. [본문으로]

  2. Kwon
    JH, Choi JY, Woo HY, Kim JD, You CR, Bae SH,et al; Pattern of serial
    HBV DNA level and HCC development in patients with liver cirrhosis
    [Abstract]. Hepatology 2008;48:682A. [본문으로]

  3. Chien
    RN, Liaw YF, Atkins M. Pretherapy alanine transaminase level as a
    determinant for hepatitis B e antigen seroconversion during lamivudine
    therapy in patients with chronic hepatitis B. Asian Hepatitis
    Lamivudine Trial Group. Hepatology.1999 Sep;30(3):770-4. [본문으로]

  4. Hyang
    Ie Lee. Long-term efficacy and safety of oral antiviral drugs for
    chronic hepatitis B. Korean F Hepatology 2008;14:421-423. [본문으로]

  5. Chang
    TT, Lai CL, Kew Yoon S, Lee SS, Coelho HS, Carrilho FJ, Poordad F,
    Halota W, Horsmans Y, Tsai N, Zhang H, Tenney DJ, Tamez R, Iloeje U;
    Entecavir treatment for up to 5 years in patients with hepatitis B e
    antigen-positive chronic hepatitis B. Hepatology; Jan 2010. [본문으로]

  6. SG Hwang; Serum Hepatitis B Virus DNA Level and Hepatocellulor Carcinoma. Korean F Hepatology 2006;583-58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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