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쯤의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연초에 약 1주일간 여행을 갔다 오신 뒤에 기침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침이 2주일 이상 지속되는 것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기침 좀 어떻세요?”

“좀 좋아졌어.  그저께 동네의원에 갔더니 기관지염이래.  그래서 주사도 맞고 약도 이틀치 받아왔어. “

약으로 밥을 먹고 사는지라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무슨 약 받아오셨어요?”

“ 잘 모르겠어.  잠깐 처방전 가지고 올께.”

그리고는 약 이름들을 쭉 불러 주셨습니다.  들어보니 우리나라에서 기관지염이면 으레 들어가는 약들 소염제, 항히스타민제 등   이었습니다.  기관지염이니 당연히 항생제가 있으려니 했는데 마침 오그멘틴 (Amoxicillin/clavulanic acid)을 처방받으셨더군요.

“어머니, 오그멘틴은 항생제인데 언제까지 드시래요?”

“의사 선생님이일단 이틀 먹어 보고 차도가 없으면 다시 오랬어.  좀 좋아졌는데 더 먹어야 할까?”

“어머니,  기관지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는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씁니다.  이틀은 너무 짧아요.  참, 오늘 토요일이잖아요.  빨리 병원에 가 보셔야 겠네요.”

3일뒤 걱정이 되어 어머니께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기침 어떻세요? “

“음, 이제 많이 나아졌어.  예전에 기침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가끔해.  그런데 몸이 좀 피곤해서 그런지 설사를 좀 하고 있어.”

“설사는 아마 항생제 때문일 거예요.  오그멘틴은 설사를 잘 일으키거든요.  의사나 약사가 오그멘틴 부작용에 대해 설명 안 해주었나요?”

“아니.”

“그럼 좀 물어보시지 그랬어요.  먼저도 기관지염이면 어떤 약을 처방해 주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내가 뭘 알아야 물어보지.”


내가 뭘 알아야 물어보지
 

아마도  많은 환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약이 이름조차 어렵고 그래서 전문가들인 의사나 약사에게 약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잘 알고 있으면 물어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가 낯선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면 음식을 주문한다면 보통 메뉴판에 있는 음식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또,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먼저 알아보고 주문합니다.   음식도 무엇이 들어갔는지 알고 난 다음 먹는데 음식보다 생리작용이 훨씬 강한 약도 당연히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환자몸의 주인은 환자 자신입니다.

약을 먹을 때 다음과 같은 것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기관지염 문이 아니라) 왜  이 약을 먹는 지 (예를 들면, 염증을 줄이기 위해 또는 재채기를 줄이기 위해 등), 한번에 먹는 약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몇시간에 한번씩 먹어야 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먹어야 하는지,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부작용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입니다.  어떤 약들을 먹었느냐는 정보는 특히 환자들이 다른 의사를 볼 필요가 있을 때 중요합니다.  왜냐 하면,  의사들이 먼저 썼던 약들의 반응을 판단하여 다른 약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드시는 환자들이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부작용이 일어났을 때의 조치도 빠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의사나 약사들이 약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사와 약사에게 약에 대하여 물어보아야 합니다.

환자 여러분, 다음에 병원에 가거나 약국에 가시면 꼭 약에 대하여 먼저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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