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때문에 힘들어하는 선배(여의사)의 이야기를 보고 생각이 나서 적습니다. 좀 더 실감나게 그 선배의 글을 올리고 싶지만 허락을 받을 수 없어서 올리지는 못합니다. 요약하면

......4살, 2살 아들만 둘인데, 시댁도 친정도 육아를 해줄 수 없어서 입주 아주머니를 쓰고 있습니다. 사실 참 좋은 아주머니 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입주 아주머니는 모시는 것이 시어머니 모시는 것보다 힘들어질 정도이고, 새로 구하려고 해도 남자 애 둘이 있는 집에 온다는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선배는 병원에서 주 1회 정도는 당직 근무도 해야하고 가끔은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하며 진료하는 시간 외에 강의와 연구도 해야합니다. 그러니 낮 시간 뿐 아니라 저녁이나 밤, 가끔은 주말에도 애를 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 선배의 남편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남폄들 보다 가사나 육아에 호의적입니다. 그런데도 결국 지금은 입주 아주머니, + 주 1회 살림만 하시는 아주머니 + 주 3회 대학생 베이비시터 알바까지 동원해서 겨우 겨우 육아를 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가끔 인터넷에서 직장여성의 육아문제에 대해 다루는 것을 봅니다만, 여자 의사들의 육아 문제도 사실 매우 심각합니다.  제 주변의 여자 의사들은 티를 내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육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질문 : 4살, 2살 애가 둘이 있는 직장여성의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시댁에 맡긴다
2. 친정에 맡긴다.
3. 돈 들여서 아주머니 구한다.
4.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다.
5. 본인이 직장을 그만둔다.
6. 기타

아마 보통은 1, 2, 3 중에 한가지를 고르겠지요. 직장 여성의 육아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에는 직장에 있는 시간 - 대부분 오전 9시 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에서 1~2시간 추가하여 - 고려하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 동안에 부모, 특히 엄마를 대신할 사람을 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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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정말 큰 함정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들 중에서 자기 업무가 8시간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업무가 끝나면 회식하는 시간도 업무이고, 업무를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추가로 습득하는(자.기.계.발. 이라고 하죠..)것도 업무이고....때로는 출장을 가서 연달아 며칠간 업무를 하기도 하고.....이러 저러한 것들을 다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업무시간외에 벌어지는 직장의 행사에도 참여해야 하고, 출장도 가야합니다. 일상적인 가사의 부담을 빼고서라도 육아를 담당할 시간은 남편들 만큼 아내들에게도 부족한 것이지요.

사실 위에 언급한 선배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육아로 인한 갈등은 바로 이 정상적으로 직장에서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시간 - 오전 9시 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에서 1~2시간 추가하여- 외 시간의 육아 문제로 인해 빚어집니다. 위의 문제의 답 1, 2, 3은 전적으로 일상적인 업무 시간의 육아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 외의 시간"은 마땅한 답이 없습니다. 그런데 소위 "그 외의 시간"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여자의사들에게는 더 그렇습니다. 물론 어느 과를 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임상 진료과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자 의사들에게 "그 외의 시간"은 당직, 회식, 연구, 발표, 학회, 강의, 연수강좌, 응급상황 등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업무시간입니다.

그러나 "그 외의 시간"의 육아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친정이나 시댁은...그래도 사정을 잘 봐주시지겠지만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낮에도 밤에도 육아를 하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애 보는 아주머니를 구해도, 설령 입주아주머니라고 해도, 낮 시간 외에 육아를 맡기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 (심리적, 물질적) 이 필요할 뿐 만 아니라 요즘은 댓가에 상관없이 저녁 이후, 주말에는 육아를 맡아주려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 이외의 시간"의 육아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입니다.

제 주변의 여의사들을 보면 위에서 보는 것 처럼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 외의 시간" 동안의 육아를 해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일단 돈이 매우 많이 들고, 이것도 사람을 고용하는 일이라 신경쓰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물건을 만드는 공장의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를 키우고 내 아이의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니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족을 달면, 나중에 애를 잘 키우기 위해서 피부과나 영상의학과를 하겠다는 여의사는 봤지만 애를 잘 키우기 위해 그런 과를 한다는 남자의사는 본 적이 없습니다. 육아에 대한 태도는 정말 남녀가 다른가봅니다.)
또 다른 경우는 "그 외의 시간"을 온전히 포기하는(혹은 줄여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상을 전공하고서도 진료를 하지 않는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 그 예가 되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회식에 불참은 기본이고, 연구는 포기하고, 의사로서의 자기계발인 연수강좌는 학회는 당연히 참석하지 않으며 정말 기본적인 진료만 하며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럭저럭 힘든 몇년을 보내고 애들이 커서 혼자 지낼만 해지면 여러가지 이런 고민은 많이 줄어들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에게 손길이 필요한 그 몇년이 부모 - 남편이든, 아내이든 - 에게도 중요한 시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 중반에 이르는 이 시간이 여의사들에게는 전공의로서 수련에 집중해야 하고, 이런 저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아야 하며, 향후 10~20여년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잡기 위한 시간입니다. (남자 의사들의 경우 이 기간 중 3~4년을 군의관, 혹은 공보의라는 조금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시간을 정말 정말 힘겹게 보내는 여의사들을 많이 봤습니다. 버티는 방법은 여러가지이지만, 힘들기는 다 비슷합니다. 혹 나중에 애들이 자라서 속을 썩이면 그 때 잘못했다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그 외의 시간"의 육아.....

피할 수는 없고, 답은 없는 문제입니다. 사실 직장여성, 특히 여의사의 육아 문제는 정상적인 근무 시간 외의 시간에 발생하는 육아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 4살, 2살 애가 둘이 있는 여의사의 육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시댁에 맡긴다
2. 친정에 맡긴다.
3. 돈 들여서 아주머니 구한다.
4.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다.
5. 본인이 직장을 그만둔다.
6. 기타

답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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