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60대 여성환자분이 입원을 하셨더랬습니다. 오래 전부터 제게 다니시는 자매 분 중의 동생분이신데 어지러움증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가 숨이 가쁘고 구토를 하고 손발이 뒤틀리며 손발의 감각이 이상하다며 그 병원을 나와서 굳이 제게 찾아와 입원을 하신 분이지요. 원래 예민하고 불안증이 있어 그런가 보다..라고 했는데 혈압을 재려고 커프를 감으면 손이 뒤틀린다고 하셔서 이번에는 정말 저칼슘혈증이라든지 특별한 이상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입원을 시켜 드렸습니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열도 없으며 챠트를 뒤져보고 다시 물어봐도 최근에도 검사를 꽤 많이 했고 이상이 없는 것입니다? 이게 뭔 증상인가? 싶었는데 항불안제를 투여하니 증상이 점점 가라앉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분은 어지러움증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그 병원에 계시는 것이 뭔가가 불만스럽고 불안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원래 가지고 잇었던 불안증이 악화되었고 마치 공황장애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서 과호흡으로 이어지고 결국 손발이 뒤틀리거나 저림과 같은 증상까지...

오래 전부터 이 분과 이 분의 언니 되시는 분에게 제발 정신과에서 상담도 하시고 치료도 하시라고 그리 말씀을 드렸건만 죽어도 정신과는 안 가시더니 결국 이렇게 힘든 일을 당하시는군요. 2,3일만에 증상 많이 좋아져서 식사도 하시고 표정도 밝아지시더니 그래도 이번에는 정신과에 예약을 해 놓으셨다는군요. 본인도 자신이 과민한 것을 알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 그걸 자기가 알아서 조절해 보겠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신이 조절을 할 수 있다면 병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문제는 자신의 감정이나 불안감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그게 병이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제발 정신과에서 치료를 잘 받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비슷한 분이 한 분 오셨습니다. 제게 6년쯤 다니신 40대 여성입니다. 이 분의 표정은 항상 어둡고 우울해 보이고 걱정이 어린 얼굴입니다. 이번에도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심해지고 약을 먹어도 안 듣는다고 1년쯤 전 검사에서 거의 정상에 가까왔는데도 불구하고 내시경검사를 다시 받으신 분이지요. 이틀 전 검사를 하고 아주 깨끗하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약을 드려 보냈던 환자입니다.

4주치의 약을 드렸는데 이틀만에 오시다니...뭔가 짚히는 게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이 분은 또 걱정이 되어서 저를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검사를 하고서는 hiatal hernia (식도열공 허니아 : 일종의 탈장 같은 현상으로 횡격막의 식도열공을 통해 위가 식도 쪽으로 끌려 올라가 식도와 위의 사이가 벌어진 형태)를 설명드렸는데 그게 걱정이 된 것입니다.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을 찾아 봤다고 하면서 내미는 메모를 봤더니 achalasia (식도이완불능증)에 의해 생긴 식도확장증을 찾아오신 것입니다. 식도협착증...뭐 이런 것도 찾으셨고....에휴휴휴..ㅠ.ㅠ  찾아오신 병이랑은 아무~ 관계가 없는 질환이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오래 전부터 제게 질문을 해 오신 바렛식도를 다시 물어보지를 않나 이러다가 나빠지는 것 아니냐, 식도염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등등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십니다.

이 분도 그동안 제가 여러번 정신과 치료를 당부했습니다만 한번 가 보고는 "약을 너무 많이 주더라"는 이유로 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하는 분입니다. 그래도 위에 언급한 60대 여성은 제가 처방한 약 (항불안제)는 드십니다만 이 분은 그 약도 거부하는 게 차이이지요. 자기가 왜 그런 약을 먹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면서...그러면서 본인도 힘들어 죽겠답니다. 밤에는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잠도 못 잔다고는 하십니다.

이제 저도 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 정말 걱정입니다. 오늘은 환자도 별로 많지 않겠다 작심을 하고 30분을 넘게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사시지 말고, 본인이 본인의 마음을 다스린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이 것도 정말 큰 병이니 꼭 전문가를 만나 상의하고 치료를 잘 받으시라구요.. 정말 싸우다시피 소리 높여가면서 설득을 했습니다만...글쎄요. 효과는 거의 없을 듯 싶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과 병에 대한 공포심은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안 그런 척 해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살지요. 그런데 이런 불안감이나 공포심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극단적인 것 같습니다. "괜찮겠지 뭐~" 하면서 여전히 생활습관을 조절하지 않고 병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그리고 다른 한 편은 너무 과도한 집착을 가지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무관심한 (사실은 무관심한 척 하는 것이지만)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건강에 대한 너무 과도한 걱정을 하고 집착을 하는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이런 분들은 오래 살지는 모르지만 그 사는 동안의 삶의 질이라는 것은 정말 형편없어지는 것이거든요. 매일 언제 죽나, 언제 병이 걸리나..이런 걱정을 하고 살면 그 삶이 행복하겠습니까?

그러니...정기적인 검사를 받고 자신의 건강을 미리미리 챙기되..아무리 그래도 모든 사람이 120년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의 법칙을 인정합시다.  언젠가는 늙어 죽든, 병에 걸려 죽든, 사고로 죽든 죽게 마련 아닌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좀 긍정적으로 살자구요. 그리고..그런 마음을 가지려 해도 내 감정을 내가 조절하기 힘들거든 제발 정신과에서 진료도 받고 치료도 합시다.

"정신과는 정신분열증과 같은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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