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의 일반 외과 의사 아툴 가완디의 제안 5가지.



의학은 소매업과 같다. 의사들은 한 번에 한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의료는 고되고, 단조롭다. 좀더 큰 목적의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기계처럼 일하고 기계처럼 환자 보지말자. 하얀 가운을 걸친 톱니바퀴의 톱니가 되지 말자.


첫 번째, 각본에 없는 질문을 던져라.

‘어디가 아프죠? 또는 과거 병력은?’ 외의 다른 질문을 던지자.

“자란 곳이 어디죠?” “언제 서울로 오셨어요?” “어젯밤에 축구대표팀 경기 보셨어요?” 내밀하고 중요한 질문이 아닌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정도면 충분하다. 관심없어 하면 전형적 의사로 돌아가 병만 봐주자.

 하지만, 의외로 대답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단순 치질 환자에서 매일 음주와 과로에 시달리는 기러기 증권회사 과장인 치질 환자가 된다. 이런 경우, 기러기 애환에 대해 얘기가 흐르면 다음 진료가 흥미롭게 된다. 질문을 던질수록 기계 의사에서 인간 의사로 변신한다.
 

두 번째, 투덜대지 마라.

의료 현장에서 투덜댈 일은 많다. 하지만,  투덜거리는 의사 말만큼 기운 빠지는 것은 없다. 분노와 자신에 대한 연민만 쌓여간다.

 의사들끼리 모여서 하는 대화가 괴로움과 불만으로만 이루어진다면 기운만 빠진다. 좀더 흥미 있는 주제의 대화를 찾을 필요가 있다. 예술이나 시사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매사에 희희낙락할 필요는 없지만 의사의 무드가 환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세 번째, 수를 세라.

누구든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것이든 수를 세어야 한다. 특정한 합병증을 일으킨 환자의 수를 꼽아볼 수도 있고, 합병증이 금방 나타난 환자는 몇 명이고 나중에 나타나는 환자는 몇 명인지도 세어볼 수도 있다.

의료 행위의 준비, 과정, 결과 등을 숫자화하여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환자의 몸에 수술도구나 스펀지 넣은 채로 봉합하는 경우를 세보면서 원인을 알아내고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의사가 될 수 있다.


네 번째, 글을 써라.

블로그, 트위터나, 전문 저널에 실을 논문이든, 독서모임에서 낭송할 시 한 편이든 무엇이든 괜찮다. 무조건 써라. (그래서, 지금 이렇게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완벽을 기할 필요는 없다. 그냥 여러분이 속한 세계에 대한 약간의 관찰을 가미한 정도면 충분하다. 

글쓰기는 여러분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서 현재의 문제를 헤쳐가게 해준다. 또한, 의료계라는 닫힌 곳에서 벗어나 사회라는 더 큰 세상의 일원 임을 확인하게 해준다. 그리고, 사회에 뜻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의 선포다. 
 

다섯 번째, 변화하라.

의료에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아이디어에 반응하는 세가지 그룹이 있다. 소수의 얼리어답터, 다수의 후기 수용자, 그리고 끝까지 저항하는 고집불통의 회의주의자들이다. 소아마비 백신의 도입, 낭성섬유증 환자에게 더 많은 급식 튜브를 적용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선구자가 돼라. 변화의 기회를 노려라.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 아무리 의학이 성공적이라도 불확실과 실패는 넘쳐난다. 이것이 의학을 인간적이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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