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30대 중에 A형 간염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최근에는 문근영씨 같은 톱스타가 감염되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A형간염이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3-4년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었고 저도 2년전부터 A형간염에 대한 경고를 이 블로그를 통해 해 왔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의사 및 관계자분들이 A형간염의 대유행에 대해 걱정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듯, 문근영씨 정도되는 스타라면 소속사가 미리 건강 관리를 잘 해서 예방 접종을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대스타는 아니지만 A형간염으로 인생이 바뀐 환자 한분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문근영씨는 잘 회복해서 퇴원했다고 합니다.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보통은 20,30대에 A형간염이 걸리지만 드물지 않게 40대, 심지어는 50대에도 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A형간염은 환자의 나이가 많을 수록 병의 경과가 위중해지고 회복도 매운 느린 특징이 있지요. 그 날, 40대 중반의 남자분이 황달이 생겼다고 오셨습니다. 이미 2주가량 심한 감기몸살 같은 증상과 소화불량의 증상이 지난 후 황달이 생겨서야 간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고 방문하신 것입니다. 한 눈에 보아도 심한 황달과 지친 기색의 환자를 입원시키고 검사를 해 봤더니 역시 급성 A형간염이었지요.

입원 치료를 한 후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는 호전되었지만...문제는 황달. 전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급성간염의 경우는 간효소치가 떨어지는 것이 회복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황달수치가 떨어져야 새로운 간세포가 생성되는 지표로 판단하여 회복기에 들어갔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도대체 황달이 감소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 저를 참 힘들게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분이 근무하는 곳이 국가재난방제와 관계된 곳이라는 것입니다.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작년에 경기지방에 호우가 내린 날이 많았지요. 그러니 이 분은 일주일 쯤 입원해 계시다가 결국은 며칠씩 직장에 나가 근무를 하고 다시 입원하고.. 이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말려도 본인이 아니면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하고요. 당연하게도(?) 황달은 제자리 걸음. 제대로 쉬어도 회복될까 말까 하고 있는데 그렇게 밤새 일하니 간이 좋아질 리가 없지요.그렇게 한달 가량을 끌고는 결국 대학병원으로 의뢰를 했습니다. 한달이상이나 황달이 떨어지지 않는데 저도 버틸 수가 없더군요. 환자 분도 그 상황을 이해하고는 대학병원으로 가셨지요.

그리고 다시 한 달이나 지났을까요. 외래로 그 분이 다시 방문했습니다. 지난 번 보다는 훨씬 황달이 엷어진 얼굴을 하고서요. 어찌 되었냐고 물어봤더니 대학병원에서 2주 넘게 입원하고 계셨다고합니다. 그리고서야 좀 많이 나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내심 '역시 대학병원 의사 말은 잘 듣습니다. 제가 그렇게 좀 쉬라고 할 때엔 일하러 가신다고 때쓰시더니...'라고 생각했죠. 어쨋든 환자 분께는 잘 하셨다고, 회복되었으니 참 다행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한 마디 하시더군요.

"그런데요, 선생님. 정말 A형간염이 무섭긴 무섭더군요.."

"그러게 말이예요. 제가 그러게 잘 쉬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아니...그게 아니라. 제가 결국 한직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회사는 바빠 죽겠는데 자리를 못 지키니 별 수 있었겠어요? 이제 승진이고 뭐고 다 틀렸네요...결국 인생이 바뀐거지요..."

"아... "

네. 정말 그렇습니다. A형간염 때문에 목숨을 잃을 확률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다른 질병에 비하면 높습니다.) 생고생을 하고 경제적인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높고, 때에 따라서는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A형간염에 걸린다면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요?  요즘 저는 환자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서 A형간염 예방접종을 권유하고 있답니다. 여러분들도 A형 간염에 주의하세요.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