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때는 쉴 수 있게

칼럼과 수다/의학적 수다 2008/04/14 08:47 Posted by 헬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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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경제부분만 아니라 문화도 수출한다고 하며 더 이상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인권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과거 관행적으로 해왔던 체벌, 군대에 있어 얼차려도 상당 부분 인식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국민적 인식 변화가 제도적 변화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플 때에도 참는 것이다. 참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서, 학생들은 학업이 중요하기 때문이거나 부모님과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아서, 병원 가기 귀찮아서 등등...

콜록거리며 눈물 콧물 흘리며 진료받으러 온 공장 직원, 농협 직원, 학교 선생님, 학생들을 보며 ‘오늘은 쉬는 것이 좋겠네요’라고 이야기 할 때마다 다양한 사연이 나온다. 일부 학생들은 ‘그럼 선생님 소견서 써주세요’라며 당당히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 그놈의 ‘눈치’ 때문에 쉬지 못한다. 병가라고 하는 제도가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나 역시 그러한 눈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 내가 없으면 당장 동료와 선후배들의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아파도 적당히 참아가며 일해야 했고, 감기 몸살정도로 병가를 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의사가 아픈 것을 참으면서 일한다는 것이 때로는 환자를 위해서라는 사명감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자신의 건강조차 돌보지 않는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한 분위기는 계속 되물림 되어 내가 의국장이 되었을 때에도 바뀌지 않았다.

아플 때 쉬는 것이 권리라는 측면을 벗어나, 생산성과 질병 관리의 측면에서 보자. 아픈 몸으로 비효율적으로 앉아 있는 것 보다는 빨리 회복하도록 해서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조직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전염 가능성이 있는 호흡기 질환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때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한다. 손님의 입장에서도 직장 동료의 입장에서도 유쾌한 일이 아니고 기업의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심한 기침으로 하루 쉬시는 것이 좋겠다고 했을 때 학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현실은 우리가 만든 현실이다. 제도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직장을 향한 잘못된 충성심과 서로에 대한 불신, 편협한 사고가 만든 우리의 현실이다. 내가 아플 때 동료가 그 자리를 기꺼이 메워줄 수 있고, 동료가 아플 때 내가 기꺼이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지금의 현실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 편집자 주 : 좋은 생각 5월호에 기고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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