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공중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어김없이 숙변 제거 광고를 만났다. 응가를 하면서 천천히 읽고 있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광고 어구에 혀가 절로 내둘러진다. 아침에 쾌변을 못 보고 자주 가스가 차는 분, 평상시 또는 술 마신 후 묽은 변을 자주 보는 분, 변이 검거나 가늘며 잔변감이 있는 분, 피부가 거칠고 여드름, 기미로 고민하는 분... 이 항목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한민국인이 과연 몇 %나 될까.  
 
숙변이란 없다


숙변이란 없다

 숙변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얘기가 ‘숙변은 오래된 변으로서 장벽에서 계속 부패하여 독소 및 가스를 배출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근원이 되는 것’이라고 떠든다. 만약 오래 묵은 변이 진짜로 우리 뱃속에 있다면, 어쩌면 가능해 보이기도 하는 떡밥이다. 문제는 숙변이라는 개념의 묵은 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현대의학을 공부하는 의사들은 아예 숙변이라는 단어는 배우지를 않는다. 왜냐? 우리 몸은 오래된 변을 절대로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 내시경이 범국민 건강검진으로 자리 잡은 지도, 이제는 꽤 되어가고, 자기 장 속을 확인해본 분들도 점점 들어가는 데 왜 아직도 숙변 드립이 사그라지지 않는지 답답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대장 내시경 사진을 하나 소개한다.

 
 매끈한 저 벽에 어떻게 숙변이 쌓일 수 있겠나, 소장의 벽 또한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심해서 숙변이 자리를 틀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숙변이란 것도 없고, 숙변에서 만들어지는 독소 또한 없다!
 
 숙변이란 말의 근원지는 일본 건강보조식품업체로 추정되고 있다.숙변 관련해서 내 믿지 못하겠거나 혹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여기서 확인하시라.


 
의사로서 괴로울 때 중 하나는 건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건강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생돈을 쓰는 걸 목격할 때다. 그렇다고 숙변 광고에 속았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시길. 이런 주장들은 너무나 그럴싸해서 만약 내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식이섬유를 사먹든, 관장을 하든 뭐든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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