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4학년의 여름방학 때 오른 무릎을 다친 일이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다 넘어졌는데 약간 긁히기만 했는데 다음날 족구를 하다가 '꽈당'하고 넘어졌다. 오른무릅이 좀 아프기는 했지만 그런데로 버틸만 해서 버티다 다음날 정형외과 선배에게 봐달라고 했다.

우측 무릅의 십자인대가 손상 받은 것 같으니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으...

내시경을 이용한 십자인대 제건술을 시도했는데(마취 중이라 나는 몰랐지만), 여의치 않아 무릎을 열고 다른 근육의 인대를 떼어 후방십자인대로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수술 후에 고열과 무릎통증이 너무 심했다. 무릎에서 나오는 관절액이 고름처럼 나왔다. 수술중 또는 수술후 감염, 그래서 다시 무릅 세척을 위한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달 동안 누워지냈지만 감염은 점점 심해졌고,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MRSA)와 녹농균이 동시에 감염된 채로 회복이 안되었다. 복수까지 차고... 패혈증으로 계속 수혈을 받고... 의식도 가물가물 해지고... 그래도 다시 수술을 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2달을 간신히 버티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무릎을 완전히 다시 열고 세척을 하면서 이식한 후방십자인대를 몽땅 없애기로 했다. 살수만 있다면 무엇인들 못하랴~! 그래서 4번째 수술을 했고, 아직까지 살아 있게 되었다. 인대를 고정하는 스크류(나사)와 정강이뼈 깊숙히 고름집이 잡혀있어서 아무리 무릎 안에 항생제를 직접 부어도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동안 각종 혈액 수혈을 49병 받고 쓸 수 있는 항생제(반코마이신, 테이코프라닌, 세프타지딤 등등)는 다 맞아봤다. 퇴원 후에도 복발을 짚고 몸에 잠복해 있을 수 있는 MRSA 때문에 한달 동안 매일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아야했다.

덕분에 내 오른쪽 무릎에는 연골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당시에도 70대 노인의 무릎이라고 했다.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면 친절하게 가르쳐 줄 수 있게 되었다. 또 수술 후 못 움직이고 3달을 고정하고 있던 덕에 '구축'이 심해서 무릎을 굽히지도 펴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 이걸 조금이라도 다시 펴는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정말 이를 아무리 악 다물어도 눈물과 비명이 안나올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퇴원 후에도 6달 이상 목발을 짚고 다녀야했고, 그 후로도 3년을 보조기 차고 다녔다. 그리고 구축을 푸는 수술을 또 받아야했고... 지금도 무릎에 충격을 주는 일을 해서는 안되고, 완전히 펴지거나 완전히 굽혀지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 그럭저럭 적응해서 살고, 재활운동도 꾸준히 하다보니 요즘에는 빠르게 걷기도 할 수 있고, 올해 처음으로 계단을 오른발로 짚어서 완전히 오를 수도 있게 되었다. ^^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는 5년여 동안 지속된 새벽에 오른 종아리에 나는 쥐였다.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깨어나면 아파서 숨이 멎는 것 같은데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파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서러워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라고 해서 문득 그 때 있던 한가지 일만 이야기하고 싶다.

퇴원 후 6개월이 지나 무릎의 구축을 푸는 수술을 처음 수술한 병원에서 힘들겠다고 하여 서울의 어느 큰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 집에 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평일에 다른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는데 태워달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로 아쉬운 소리할 내 성격도 아니었고.

그래서 목발을 짚고 버스를 타고 강남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갔다. 그리고 지하철을 2번을 갈아 타고 그 병원까지 가야했다. 일단 지하철로 내려가는데 이건 거의 곡예에 가까왔다. 학교에서도 목발 짚고 계단을 오르락 내릭락 하기는 했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넓은 도로여서 난간을 잡고 깨금발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밀치는 지하철 계단을 목발을 짚고 내려가는 것은 정말 곡예와도 같았다.

다시 환승을 하러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바쁜 서울사람들의 길을 막을 생각은 없었지만 목발을 짚고 간신히 가는 나를 밀치고 비집고 빠른 걸음으로 가는 사람들과 부딛히며 중심을 잡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정말 멀고먼 지하도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저 멀리 계단 끝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웠다. 운동도 그럭저럭 하고 팔힘도 센 편이었는데도, 몇번을 쉬면서 간신히 계단을 올라갈 수 있었다. 조금 창피한 이야기지만 너무 힘들어 계단에 걸터 앉아 엉엉 울기까지 했다.

그렇게 올라온 지하철 역에서 병원까지도 3km는 걸어 가야했다.

이렇게 도착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MRI 예약만 잡고 다시 청주로 내려가야했다. 다시 MRI를 찍어러 이 일을 반복해야하고, 다시 판독결과와 진료를 받으러 다시 반복해야한단다. 와... 정말 미쳐서 죽고 싶었다.

몇일전 KTX 승강장의 휠체어 이용문제가 언론에 나온 것을 보았다. 이런 일을 할 때 휠체어 타는 장애인 한명에게만이라도 타당한지 물어보면 좋겠다. 점자블럭을 많이 깔아 놓기는 했지만, 시각장애인에게 물어보고 실용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계단이나 인도 등도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조언을 아주 약간만이라도 구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 쓸모없는 예산도 줄이고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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