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를 맨 채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중 누가 더 많이 다칠까요? 뚱뚱한 사람이 지방이 더 많으니까 쿠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덜 다치게 될까요? 과연 다치는 부위는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이 같을까요 다를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실험 연구 결과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조금 엽기적(?)인 연구방법!

연구의 내용도 독특하지만 연구 방법은 더욱 눈길이 갑니다. 우리가 보통 자동차 충돌 실험을 하면 사람과 비스무레하게 생긴 인형을 가지고 하지요. 당연하겠지만 실험 좀 하자고 진짜 사람을 태워서 사고를 낼 수는 없을테니까요.

문제는 그 인형이 뚱뚱한 인형 vs 날씬한 인형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몸이란게 뚱뚱해지면서 지방이 주로 쌓이는 특정 부위가 있기 때문에 인형으로 무게만 늘려 놓으면 실제 사람과는 차이가 많이날 수 밖에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연구는 사체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뚱뚱한 사체 3구와 정상 체중의 사체 5구를 가지고 충돌 실험을 하였습니다. 사체를 운전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맨 뒤 시속 48km로 충돌 시켰을 때 뚱뚱한 사체와 마른 사체의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았습니다.


뚱뚱한 사람 vs 마른 사람, 다치는 부위가 다르다!
실험에 참여한 사체의 자세한 정보



뚱뚱한 사람 vs 마른 사람, 다치는 부위가 다르다!


자 그럼 뚱뚱한 사람과 마른사람이 사고났을 때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요? 다음 사진을 보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마른 경우]



[뚱뚱한 경우]



(1) 엉덩이-골반, 하체의 손상

마른 경우와 뚱뚱한 경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엉덩이- 골반의 움직임' 차이였습니다. 즉 뚱뚱한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안전벨트가 잡아 주기 전 까지 엉덩이와 골반이 더 많이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엉덩이-골반이 앞으로 많이 전진하다보니 다치는 부위도 차이를 보일 겁니다. 실제로 뚱뚱한 사람의 경우 사고가 났을 때 엉덩이와 골반, 다리쪽의 큰 부상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엉덩이와 골반이 앞으로 밀리면서 자연스레 다리도 앞으로 쏠릴 것이고 자동차 아래 부분에 있는 구조물에 부딪힐 가능성이 더 높아질 테지요....


(2) 가슴의 손상

또다른 차이점은 안전벨트가 잡아 준 이후입니다. 안전벨트가 사람을 더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한 후에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될텐데요, 그때에도 뚱뚱한 경우와 마른 경우에 차이점을 보입니다.

가슴의 위쪽 부분은 쇄골과 갈비뼈가 조밀하고 튼튼하게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가슴 하부는 구조 자체가 조금 느슨합니다. 따라서 가슴의 '상부'에 충격을 받는지 '하부'에 받는지에 따라 같은 충격에도 다른 손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음 그림을 보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위에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마른 경우 엉덩이가 앞으로 거의 전진하지 않기 때문에 가슴 상부만 앞으로 갔다 다시 뒤로 옵니다. 따라서 가슴 상부에 충격이 몰리게 되고 쇄골과 갈비뼈의 조밀한 구조 덕에 손상을 적게 받는다는 것이지요.

반면 뚱뚱한 경우 몸 전체가 앞으로 쏠렸다 뒤로 돌아오면서 부딪히기 때문에 가슴 상부 뿐만 아니라 하부에도 큰 충격을 받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한 구조로 되어있는 가슴 하부에 많은 충격이 가면서 가슴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신체부위별 앞 쏠림의 차이


그 외 머리부분은 뚱뚱한 사람의 경우 전체적으로 앞으로 많이 나가지만 고개가 꺽이는 정도가 마른 사람에 비해 덜하기 때문에 이마 쪽 손상을 받을 가능성은 좀 적어보이네요. 그림만 봐서는 목 쪽 손상은 마른 사람이 더 많을 거 같기도 하구요.

아무리 현실과 비슷하게 하려 실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벨트의 위치, 사고나는 상황에 따라 다치는 기전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걸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따라서 단순히 뚱뚱한 사람이 더 다친다 또는 마른 사람이 더 다친다로 단정지어서 얘기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다만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움직임 자체가 다르므로 주로 손상받게되는 부위가 다르게 된다는 점을 눈여겨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참고문헌 : Is There Really a “Cushion Effect”?: A Biomechanical Investigation of Crash Injury Mechanisms in the Obese - Obesity (2010) 18, 749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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