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보유자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 수칙은 최소 6개월에 한 번은 검사를 받는 것입니다. 간염과 간암의 조기발견, 적절한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검사를 병원이 아니라 보건소나 건강검진센터에서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제는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어 검사결과만 받아 본다는 분이 결과 해석을 문의하시기 위해 연락을 주시기도 했어요. 이런 분들이 그렇게 드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결과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검사에 대한 의학적인 판단 후 본인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고 관리 받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보건소와 건강검진센터에도 의사선생님이 있습니다만 이분들은 아무래도 간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소화기내과전문의보다 적을 수 밖에 없고 B형 간염 환자들이 꾸준히 관리받는 기관으로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결과를 주는 것 보다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주치의겠죠) 결과를 해석하고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관리에 더 도움이 되고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방법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나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B형 간염과 같은 만성환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저희 환우회 회원분들에게 이야기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 같지만 사실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어제 기사를 보니 대한한의사협회장님이 한의사들에게도 의료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한다는 기자회견을 하셨다고 합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한의사는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혈액검사, 초음파검사, CT, MRI 등을 할 수 없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네요.


그는 특히 “초음파의 경우 어군탐지기를 통해 어부들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사만 눈 가리고 귀 막고 진료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현대 문명의 이기는 모두가 공유해서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수련과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한의대 교육과정에 양방 생리, 방사선, 임상병리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의과대학에 비해 학점이 낮고 원론적인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한의사 국시에서 이 부분에 대한 출제문제도 원론적인 것이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상시적인 보수교육 체계를 준비 중이며 학회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한의협, 진단기기·의료기사 지도권 허용 주장 - 청년의사


네. 한의사도 어군 탐지를 위해 초음파를 쓸 수 있습니다. 어부들이 반대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도 어군 탐지를 위해 초음파를 쓰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물고기떼를 찾는 것은 진단방사선과 교수보다 어부가 더 잘 하겠죠? 작동 방법도 진단용 초음파 기계와는 다를 겁니다.

이왕 어군탐지 초음파 이야기가 나왔으니 비유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배위에서 초음파를 한다고 다 물고기떼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로 가야 물고기떼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지 알아야 하고요. 영상에 찍힌 물고기떼가 어떤 어종인지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 그물을 던질 것인지, 기다렸다 던질 것인지도 판단해야 하고 어쩌면 이 물고기떼가 아니라 다른 물고기떼를 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조업제한 기간인지, 조업제한 구역인지도 가려야 하죠. 잡음과 물고기를 구분하는 기술도 있어야 합니다. 제가 선주라면 초음파를 아주 잘 다루는 진단방사선과 교수라고 하더라도 어군탐지를 맡기지는 않을 겁니다. 돈을 들여 비싼 장비와 인건비를 들여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닐테니까요.

돌려 이야기 했습니다만, 한의협 회장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초음파나 CT, MRI를 하겠다고 하기 전에 검사결과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의 합의를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음파, CT, MRI에 대한 한의학 교과서라도 만든 후에, 아니 논문이라도 나온 후에 주장할 내용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본다면 건강과 비용을 생각해서 검증된 의료인에게 진료를 보고 싶으니까 말입니다. 현재도 한방대학병원에서 연구목적으로 초음파, CT, MRI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으니 한의학 발전과 연구를 위해서란 핑계는 하지 맙시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한의사의 자의적인 검사결과 해석'입니다. 현대의학 장비를 이용하고 나서 그 결과는 그 어느 곳에도 근거가 없는 '나만의 방식'으로 검사 결과를 해석한다면 환자의 피해는 경제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런 한의원을 지적해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저로서는 대한한의사협회장님의 말씀이 그리 와닿기는 커녕 환자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소비자 의료의 시대라는 말은 달리 보면 근거중심의 의료시대라는 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 저 같은 환자도 열심히 공부해서 적어도 이 치료법과 이 검사법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요. 이 기준을 모든 대체의학에 적용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학 장비를 이용한다고 하면 그 장비 결과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기준을 적용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학적 검사를 해놓고 자의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한의원의 광고를 보면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광고 심의필을 내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의협 회장님 말씀대로 개원 한의사들에게 현대의학 검사를 허락하게 된다면 이런 한의원이 더 늘어날까 심히 걱정되는 바입니다. 말씀하신대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수련과정이 미흡하잖아요? 앞으로 배워서 장비를 이용하겠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합니다. 그 장비만 몇년씩 배운 의사들도 실수한다고 하던데 설마 몇 시간 보수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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