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원이 다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치과의사로써 제가 실제로 제안 받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C) 달려라 꼴찌 - 환자들 사진 : http://blog.daum.net/gnathia/7824295


유명한 맛집들을 가면 그 곳을 방문했다고 하는 연예인들의 사진과 싸인들로 벽면이 잔뜩 도배된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와... 연예인들도 여기서 많이 먹는구나... 내가 이렇게 유명한 맛집에 왔다니... "

어깨가 으쓱해지며 연예인들과 동질감도 느끼게되고 왠지 더 믿음이 가고, 왠지 더 맛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집을 소개할 때도 연예인 누구누구가 자주가는 맛집이라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

일반인들에게는 하염없는 동경의 대상인 연예인들이 맛나다고 보증하고 사장님과 사진도 찍고 싸인까지 곁들었으니 일반인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에는 이보다 더 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명 연예인이 즐겨간다고 소문난 맛집들은 대부분 대박집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부 상업적인 치과나 한의원 및 병의원에서도 연예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런 심리들을 이용하여, 연예인들을 마케팅 수단으로 하여 홈페이지나 인테리어 등에 열심히 도배하는 곳들이 있는데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거래하는 사람(환자)과의 믿음과 신뢰가 치료 결과의 성패는 물론 개원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이러한 것을 라뽀라고 하는데, 물론 이 라뽀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연예인들을 이용하는 경우가 이따금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업종에 종사하는 지인을 통해 치과의사인 제가 실제로 연예인 마케팅 제안을 받았던 결과 일부 상업적인 치과들 사이에 몰래몰래 쉬쉬하며 암암리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연예인 마케팅의 실체를 알고 나서, 놀랍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서 그 자리에서 펄쩍뛰며 거부하고 말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고백하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연예인 한명 당 치과에 와서 원장과 다정한 포즈로 사진 찍는데 수백만원

2. 연예인이 원하는 치료, 그것이 라미네이트 치아성형이나 임플란트 등 고가의 치료비가 나오더라도 무료로 해 줄 것

3. A급 연예인의 경우 연예인 본인 뿐 아니라 가족들 치료까지도 무료로 해줄 것

4. 되도록 강남 소재의 치과일 것 : 그래야 연예인이 찾아오기 편하다는 겁니다. ^^;;;


모든 연예인들이 다 이런식으로 병의원 마케팅에 동원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런 것들을 당연한 관행인 듯 요구하는 해당 연예인들의 도덕적인 문제를 말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이 그만큼 효과가 확실히 있으니까 일부 상업적인 치과나 기획사에서도 소속 연예인들을 이런 병의원 마케팅에 동원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듯 연예인 마케팅 기획사가 별도로 중구난방 차려지는 걸 보면, 비단 치과같은 병의원뿐만 아니라 어떤 직종이건 연예인들만 앞세우면 효과가 확실히 만땅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일부 상업적인 치과들에 의해 결국 그 손해는 아무것도 모르고 낚이는(?) 순진한 환자들일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결코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소요된 어마어마한 경비와 손실로 인해 사심과 경영압박감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 결국 일반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려져 과잉진료나 무리한 진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들 보다는 치료를 마친 일반 환자분들과 다정히 찍은 사진들이 오히려 더 정감있고 사람냄새 나지 않을까요?

맛집도 아니고, 사람 몸을 다루는 병의원에서는 일반인들의 신뢰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일반 환자들을 현혹하는 일부 상업적인 치과의사들의 자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곳일수록 교과서에 수십 수백년에 걸쳐 검증된 치료법이 아닌 대부분 치과의사도 처음 들어봄직한 생소한 이름의 브랜드를 붙힌 검증되지도 않은 새로운 치료 술식의 실험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도 합니다.

양심적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대학에서 배운 그대로 묵묵히 진료하며 환자들을 대하는 대부분의 분들입니다.자신의 부모형제, 자녀들에게도 한결같이 똑같은 진단과 치료계획이 나와야 하늘을 우러러 그리고 땅에 허리를 굽어서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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