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어떤 여자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고 환자이니 상담을 하겠답니다. 며칠 전 다녀간 환자이겠거니...하고 진료 환자분을 잠시 기다리시라 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잘 모르는 분입니다. 작년인지 몇년전인지 남편 분이 제게 대장내시경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제가 대장내시경검사를 해 드린 분이 한 두이 아니다보니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기억에 남지 않은 환자라면 그리 자주 다니시는 분은 아니시거나 중한 병이 있으신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담하시는 내용이 좀 당황스럽습니다. 본인 이야기도 아니시고 그렇다고 남편분 얘기도 아닌, 제가 한 번도 보지 못 한 80대 후반의 어머니 얘기이십니다. 지금 거동을 못 하시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데 거의 한달간 설사를 하신다. 거기서는 설사를 못 잡는 것 같으니 어떻게 하면 좋냐. 미즈메디병원에 늑대별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알아봤더니 개원을 했다고 해서 수소문 끝에 전화를 하는 거다. 그런 얘기였습니다. 저를 특별히 생각해주신 것은 고맙지요. 잘 봐 주시고 찾아주셨다니..  전화 주신 분께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여기는 입원실이 없구요, 말씀을 들어보니 환자분이 많이 힘드신 것 같은데 병원에 입원해서 보셔야겠어요, 그러면 미즈메디병원으로 가셔서 입원해서 검사를 하시거나 치료를 받으셔야 될 것 같은데요"
 
"대학병원요? 글쎄요..대학병원에는 입원실도 없을 것 같은데요.."

"검사를 많이 할 것 같냐구요? 글쎄...원인을 알자면 당연히 어느정도의 검사는 해야겠지요"
 
"나을 것 같냐구요? 아니...환자 분을 제가 본 적도 없고 병명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을 지 안 나을 지 알겠어요? "

"계속 설사를 하고 아무 것도 못 드신다구요? 그러니까 입원해서 내과의사가 봐야지요."

"늑대별 말고 다른 의사들은 경험도 없을 것이라구요? 아뇨...경험 많은 좋은 선생님들 계시니까 걱정 마세요"

" 어쩌면 좋으냐구요? 아니, 이때까지 말씀 드렸잖아요...제 생각에는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다구요.."

"무슨 병 같냐구요? 아휴~ 제가 어떻게 알겠나요. 그러니 검사도 받으셔야 된다니까요."

"어떻게 방법이 없느냐구요? 아니...그럼 여기는 입원실도 없는데 90세가 다 되신, 설사를 많이 하시고 기력도 쇠하신 분을 여기서 볼 수는 없잖아요? 제가 미즈메디병원에 복귀할 수도 없구요. ㅠㅜ 제 의견을 잘 들으셨으면 이제 잘 판단해 보세요."

이상의 대화는 간단히 요약한 것이고..한 얘기 또하고 또 한 얘기 또하고..아니 저더러 어쩌란 말씀이신지.... 간신히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다음날 또! 전화가 왔습니다. 환자를 보는 도중에 말입니다.

어제 한 말 또 다시 반복....이번에는 입원을 하면 얼마나 있다가 퇴원할 것 같냐고 묻습니다. 내 참...배지도 않은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환자의 상태도 모르고 병명도 모르는데 입원치료기간을 저더러 점을 치라는 것은 또 무슨 경우입니까. 진료를 볼 환자는 기다리고 있는데 도대체 전화를 끊을 생각을 안 합니다. 참으려고 애는 썼지만 마지막에는 아마 제가 짜증섞인 목소리도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친절하게 답변을 해 드리겠습니다만...이건 좀 너무하십니다. 처음에는 저를 일부러 찾아주셨다고 하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듣다보니 저를 전혀 배려해주시지 않으시네요. 서로 배려해주는 마음, 상담할 때 꼭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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