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혹은 알비노 동물들은 실제 자연에서는 굉장히 찾아보기 힘든 존재들이다. 태양광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시력이 손상되거나 악성 피부암에 걸리는 경우가 많고, 또 흰색은 쉽게 눈에 띄는 색이라 손쉽게 사냥당하기 때문이다. 말도 다르지 않아 백마는 일반적으로는 찾기 힘든 종이라 사람들은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백마를 선택적으로 기르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짝에 쓸모없에 보이는 - 하지만 보기에는 좋은 - 흰색털을 가진 녀석들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이 흰색털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지는 않다는 것을 기생충들이 보여주고 있다.

흡혈파리(tabanid)는 말을 비롯한 여러 포유동물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기생충이다. 말의 덩치에 비하면 그저 보잘것 없는 이 흡혈파리들은 사실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질환을 매개하기도 하고, 말이나 소를 귀찮게 굴어 제대로 풀을 뜯지 못하게 만든다. 이렇게 흡혈파리에 자주 노출되는 가축들은 가죽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고, 몸무게나 우유 생산량도 크게 떨어지는 것은 목축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축에 큰 피해를 입히는 이 흡혈파리는 비교적 연구가 잘 되어 있는 기생충 중 하나인데, 최근 polarized light에 특히 잘 꼬여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흰털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짙은 털에 비해 polarized light를 거의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이 흡혈파리들에게 백마는 거의 투명망토를 입은것 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즉 흑마와 백마가 있을 경우 대부분의 흡혈파리들이 흑마에 달려드는데에 반해 백마는 유유자적 풀을 뜯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흡혈파리는 이런 행동양식을 개발하게 되었을까. Polarized light는 흡혈파리에게 비단 먹이가 있는 가축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뿐만 아니라, 암컷에게는 알을 낳을 수 있는 물가(흡혈파리는 물이나 진흙에 산란)를 표시해주고, 마찬가지로 이 물은 식수이자 체온을 식힐 수 있는 지표이며, 동시에 모든 흡혈파리가 모여드는 이런 물가 주변에서 짝짓기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또 이런 물가로 다른 먹잇감 - 말 소 같은 가축들 - 모여들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좋은 이유.

또 다른 이유는 polarized light의 양이 숙주를 고르는 데도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이다. Polarized light가 충분히 반사되고 있다는 것은 숙주가 충분한 햇살을 받으며 서있다는 뜻이다. 이런 충분한 태양열은 흡혈파리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지표다. 첫째로 태양광이 충분히 들어오는 장소라면 흡혈파리가 비행해 접근하고 도망치는데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며, 둘째로 태양에 의해 충분히 온도가 상승해 있어 흡혈파리의 몸이 충분히 데워져 숙주의 방어행동을 회피할만큼의 기동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복잡한 이익과 손해계산에 따라 흡혈파리의 숙주가 결정되는 것이다.

Reference:
1. Horvath G. et al. An unexpected advantage of whiteness in horses: the most horsefly-proof horse has a depolarizing white coat. Proc. R. Soc. B. 2010. 277:1643-1650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