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4년제의 전문대학원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의학전문대학원제의 폐지가 언급되고 있는가 하면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약학전문대학원도 통6년제의 약학대학제도로 변경 추진될 모양이다.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왜 미국에서는 잘 운영되는 제도가 한국에서는 왜 벽에 부딪혀 있을까?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약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지금은 미국의 한 약학전문대학원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 전문대학원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미국의 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등은 모두 전문대학원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대학원은 최소 2년의 학부과정을 마친 학생을 대상으로 4년간 직업교육을 시키는 직업학교 (professional school)이다.  직업학교에서의 교육목적은 관련직업 종사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즉, 의사, 치과의사, 약사를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직업을 수행 (practice)함에 필요한 학문적 이론과 실습, 그리고 직업윤리, 직업정신 (professionalism)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 진다.

이 직업학교라는 개념은 전문대학원제를 운영하는 핵심적인 것이다.  직업학교이기 때문에 교육목적도 다르고 학생을 뽑는 기준이 다르다.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원의 경우 이 학생이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지가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라면 직업학교에서는 이 학생이 나중에 우리 직업의 발전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다.  따라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선호된다.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한 사람들보다 다양한 학부전공과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문대학원이 학생을 선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대학원에 들어오려는 동기가 뚜렷해야하고 공부할 직업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도 중요하다.  따라서, 약학전문대학원의 경우, 많은 지원자들이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약사가 무슨일을 하는지 잘 알고 지원한다.  이런 뚜렷한 동기와 풍부한 경험은 지원자가 중간에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학업을 중단하는 일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고등학교 졸업생을 바로 뽑는다면 직업의 발전에 필요한 다양성을 제한하게 된다.  통6년제로 운영될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슷한 교양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학부생을 뽑을 경우, 다양한 전공의 학생을 뽑을 수 있다.  또, 사회 경험이 많은 나이 든 사람들도 전문대학원에 들어올 수 있는 반면, 통6년제의 경우 이런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학부졸업생들이 고등학교를 바로 졸업한 사람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성숙하기 때문에 환자를 다룰 때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따라서, 직업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전문대학원제가 통6년제보다 훨씬 더 나은 제도인 것이다.  성적만을 가지고 학생을 뽑는다면 통6년제가 전문대학원제나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 전문대학원제는 나이만 두 살 더 먹은 학생을 뽑는 제도라고 하는 것 같다.  또, 나이와 위계질서가 중요시 되는 사회에서는 전문대학원제도가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전문대학원제도는 나이보다는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원제도의 부작용으로 학부교육이 전문대학원의 입시학원으로 변질되는 것과 이공계열/기초의약학 연구의 침체를 들고 있다.  전문대학원이 성적만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학부교육이 입시학원으로 변질되는 것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더 중요시하고 성적은 전문대학원의 과정을 따라올 수 있는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만 삼는다. 

전문대학원제도로 보다 적은 수의 이공계학생들이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이공계열/기초의약학 연구가 침체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문대학원제도를 가진 미국이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공계 연구논문을 내는 나라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의사/치과의사/약사가 될 생각이 있는 학생들은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그 길을 제한하여 다른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것이 그 학생을을 불행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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