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있기 때문에 다빈치 로봇이 늘어나는 것일까?


최근에 제가 존경하는 작가분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작가님의 건강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얼마전에 갑상선 암으로 로봇 수술을 받았다고 하시는데 로봇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로봇으로 수술해야할지, 복강경 수술로 해야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수술하고 나서 보니 복강경 수술 받은 친구보다 흉터도 작지 않았고, 비용도 비싸더라 후회를 하셨다고 하는데... 오늘은 로봇 수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 수술 로봇

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환자를 치료해주는 로봇이 나오는데, 현실 속에 로봇 수술은 인간을 대신하는 사람 형태의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봇 수술 장비는 다빈치 시스템이 대부분인데, 이 수술 장비는 로봇 카트, 수술 콘솔, 복강경 부분으로 나뉩니다. 로봇 카트는 실제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4개의 로봇 팔로 환자의 위나 옆에 위치합니다. 이 로봇 팔은 4개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에 수술 기구가 장치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복강경 부분입니다. 팔 하나에는 카메라가 달리고 나머지 3개의 팔에는 수술에 필요한 집게나 가위, 소작기 등의 기구가 달리게 됩니다.

마치 사람의 손동작처럼 움직여서 몸 속에서 자유 자재로 봉합을 하기도 하고 절개를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수술 콘솔이 있는데요, 이 콘솔은 로봇 팔을 원격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같은 수술실 내에 보통 있지만  수술대 옆 공간에 위치하고 있고 카메라에서 보내주는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면서 수술하게 됩니다. 현재 나와 있는 수술 로봇은 의사를 대신하는 로봇이 아니라 외과 의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수술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수술을 위해 크게 절개하던 과거의 수술법에 비해 작은 구멍만 뚫기 때문에 기존에 비해 수술 후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릅니다. 출혈이나 감염의 위험도 적기 때문에 회복도 빠르고 퇴원도 빨리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기존 복강경 수술에서도 똑같이 언급이 되던 내용이고 로봇 수술은 몇 가지 장점이 더 추가가 되는데, 기존 복강경 장비와 달리 로봇 장비는 관절이 360도로 회전이 가능하고 3D 영상이 지원과 고배율로 확대 기능을 활용해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수술에서 로봇을 사용하나?

로봇 수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수술이 전립선 암 수술인데요, 전립선이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하다 보니까 배를 절개하는 수술에서는 전립선이 절개 부위와 거리가 있어서 손으로 수술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손 하나 들어갈 공간인데 그나마 손이 들어가면 보이지가 않는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 고난이도의 수술인데요, 게다가 전립선 주변에는 혈관과 신경이 굉장히 복잡하게 엉켜있기 때문에 쉽게 출혈이 일어나기도 하고 신경 손상으로 발기나 배뇨에 후유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로봇 수술에서는 가는 팔목에 고성능 카메라가 있다보니 시야문제가 없고 이 팔목이 360도로 회전하다 보니 봉합도 쉬워져서 가장 많이 로봇을 이용하는 수술이 전립선 암 수술입니다. 작년 한해 국내에서 3000여건의 로봇 수술이 있었는데 이중 60%이상이 전립선 암이나 신장암과 같은 비뇨기계 암 수술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갑상선 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로봇 수술을 많이 하는 한 국내 대학병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 비뇨기과 질환으로 로봇 수술을 한 경우보다 갑상선암 로봇 수술 증가율이 두 배였습니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이 증가하는 이유가 있나요?

갑상선암 로봇수술 건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갑상선암 진단 자체가 건강검진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보이고요, 환자들이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로봇을 특별히 선호하는 데에는 흉터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갑상선 수술을 하고 나면 목에 희미하긴 하지만 5~6cm 가량 흉터가 남는다는 것이 단점으로 알려졌는데요, 로봇으로 수술할 경우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겨드랑이와 유륜에 작은 상처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미용적인 효과만 보면 복강경 수술도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미용적인 효과를 위해 로봇수술을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강경 수술에 비해 로봇 갑상선암 수술이 가지는 장점으로는 확대된 시야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고 로봇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수술도 충분히 안전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미용적인 부분으로 고민하는 분들 중 비용이 부담되는 분들은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복강경 수술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로봇 수술의 단점은?

사실 장점만 있는 치료법이나 수술법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장점이 많다고 하는 로봇 수술도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로봇 수술에 준비해야하는 시간이 숙련 정도에 차이가 나지만 상당히 깊니다. 때문에 긴급하게 수술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비쌉니다. 수술에 따라 다르지만 비용이 700만원에서 최대 1300만원까지 합니다. 올해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3개 암질환을 대상으로 전국 병원의 수술비를 포함한 입원비를 분석한 결과 전립선 암이 가장 비싼 곳이 487만원, 갑상선 암이 가장 비싼 곳이 238만원이였으니까 대략 계산하면 최소한 2~3배가 됩니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로봇 장비 자체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인데 가격이 한 대당 30억 가량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수술에 사용되는 수술 기구들이 정교함을 요구하고 환자 안전을 위해 제한된 횟수만 사용하도록 셋팅이 되있어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다빈치 로봇 시스템을 만드는 이튜이티브사 측은 장비 가격이 비싸 수술 비용이 부담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10년간 장비 가격을 올린 적이 없기 때문에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을 생각해보면 계속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모르겠지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사실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국내 로봇 수술 장비

2005년 국내에 다빈치 로봇이 처음 들어오고 나서 전국 대학병원 규모의 병원에 이 로봇 장비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다빈치로봇을 수입 판매를 하고 있는 업체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총 28대가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조만간 추가로 설치할 곳이 두 곳 더 있었기 때문에 올해엔 로봇 수술 장비를 갖춘 병원이 서른곳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가별 다빈치 로봇 수술 장비 보급 상황을 보면 2009년말 집계 기준으로 일본 7대, 중국 15대, 독일과 프랑스가 33대, 이탈리아가 45대였고 미국이 1028대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절대적인 수로 보면 미국이 가장 로봇 수술 장비가 많았는데, 전립선암 환자가 워낙 많은 곳이고 로봇 수술 장비를 개발한 국가라는 점, 통상 최신 의학 처치나 시술이 미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렇게 다빈치 시스템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도 높은 편인데요,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28대로 가장 많이 보급되었고 인구 대비 수술 건수는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합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다빈치 로봇이 늘어나는 것일까?

병원 입장에서 본다면 왠만한 수요로는 처음 기계를 도입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나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장비 자체 가격이 30억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용에 따른 유지 보수 비용이 1500만원 정도로 업체에 별도로 지불해야한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계산을 해보면 수지 타산을 맞추려면 최소 연간 수술 건수가 1000건 이상이 되야하는데 현재 이 수치를 달성한 병원은 몇군데 되지 않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그 몇군데 병원 이외 로봇 수술 장비를 도입한 병원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도입을 한 상황인데요, 그 이유는 유수 병원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최첨단 수술인 로봇 수술을 하는 병원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안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이렇게 고가의 장비를 도입한 후 병원의 경제적인 이유로 직/간접적으로라도 로봇 수술을 더 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로봇 수술을 하는 병원의 한 교수는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로봇 수술 적응증이 되지 않는 환자에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 바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검토는 앞으로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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