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30대 중반의 남성이 갑작스런 열과 근육통등으로 내원했습니다. 다른 증상이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목도 쉬고 코막힘 증상도 있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감기나 또는 독감 증상...

그렇지만 왠지 찜찜해서 요즘 유행하는 A형간염 가능성에 대해 설명을 하고 혈액검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환자 분은 제 설명을 이해해 주시고 혈액검사도 받아 주셨지요.

다음 날...결과를 보니 간기능이 약간 상승되어 있습니다. SGOT/PT가 150/130 정도..정상이 대개 40이하니까 아주 많이 올라간 것도 아닌 것이...그렇다고 정상도 아니고...해석이 영 까다롭습니다. A형간염의 아주 초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전화를 해 보니 증상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시고...

지난 주 토요일, 다시 내원한 그 분은 열이나 근육통은 나아졌지만 영~ 소화가 안된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이것은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은 아닙니다. 겨우 사흘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혈액검사를 하기로 하고 결과는 오늘 나오니 전화를 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혹시는 주말에 증상이 심해지면 입원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가시라는 당부와 함께....오늘, 아침 일찍 확인해 보니 간기능검사사 1500이 넘는, 분명히 급성 간염이고 A형간염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부리나케 전화를 했더니 부인이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오늘 아침,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있고 거기서 검사한 결과는 3000이 넘는다고. 입원 수속 중이라고 하십니다.

아니나 다를까...불길했던 예감이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잘 낫지만, 그리고 A형간염이라고 특별한 치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의심하지 않고 단순한 감기나 독감으로 치부하였다면 어쩌면 저는 돌팔이로 매도 당할 수도 있었던 순간이기도 하구요.

오늘...오랫동안 저한테 다녔던 환자와 이런저런 애기 끝에 졸지에 돌팔이가 될 뻔한 이 경우를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 왈...진짜 그런 예가 있답니다. 주위에 사는 분인데 어떤 병원에서 감기몸살로 치료받다가 급성간염으로 밝혀졌다는군요.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그 병원을 잘 찾아가지 않는다고....

이런! 제가 그랬습니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그 의사분은 억울하신 거예요. 급성간염이라는 병 자체가 정말 초기에는 그냥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 증상하고 똑같다니까요. 오해를 푸세요...^^;"

거꾸로 생각해 보면...어떤 환자가 본인 생각으로는 감기몸살이라고 추정하고 병원을 찾았는데 난데없이(?) 급성간염 운운하면서 혈액검사를 권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는지요. 아마도...

"이 의사, 나한테 바가지 씌우려는 것 아니야? 감기인데 무슨 피검사를 하래?"

라고 생각하지는 않을런지 말이지요.

그러니...참 어렵습니다. 검사를 권하자니 바가지 씌우는 악덕의사가 될 판이고..(의심한다고 다 급성간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분명 간기능이 정상인 환자도 생깁니다.) 검사 안 하고 두고보자니 까딱하면 "돌팔이"가 될 판이고 말이지요.

결론은....매번 같은 결론이지만....환자와 의사와의 신뢰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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