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광우병파동 당시 나타난 사회현상 가운데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는 진보와 보수 양쪽이 타협없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진보 측에서는 입장을 강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주장을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하여 확산시켜 왔습니다. 이 가운데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그럴 듯하게 포장된 것도 있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극좌나 극우집단에서는 아주 치밀하게 조직된 사회적 네트워크가 동조화 압력의 도움을 받아서 정치적 반대자들에 관한 치명적인 허위사실들을 수시로 유포한다.”는 선스타인교수의 주장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2008년 광우병파동 때는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는 루머를 차단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의 허구를 밝힐 수 있는 과학적 자료들을 토대로 반론을 만들어 설명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에 하버드 법대의 캐스 선스타인교수가 쓴 <루머>를 읽으면서 당시에 이해할 수 없었던 사회적 현상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시대에 던지는 新문명비판’이라는 부제를 단 <루머>는 루머가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과정을 파헤치고 또 루머를 차단하는 방법도 요약하고 있습니다.

선스타인교수는 서문에서 “이 책은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쓰여졌다. 첫째는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서다. 왜 사람들은 거짓 루머와 파괴적인 루머, 심지어 말도 안 되게 황당한 루머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어떤 국가나 단체에서는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치부해 버리는 루머를 왜 다른 어떤 국가와 단체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걸까? 두 번째 목적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내놓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짓 루머의 악영향에 맞서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의 일부는 파괴적인 거짓 루머를 유포하는 자들에 대한 ‘위축효과’가 아주 탁월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거짓루머에 휩쓸리게 되면 그 후유증이 남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거짓루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거짓루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전파되며, 어떻게 자리잡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피지기여야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교수는 루머의 정의를 “루머는 일단 사람과 집단, 사건, 단체와 관련해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광우병의 위험을 부풀리는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 사람들은 왜 과학적 진실을 믿지 못하는가? 말입니다. “특정 루머가 자신들의 이익과 합치되고, 자신들이 사실이라고 믿는 내용과 들어맞기 때문에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과 부합되는 주장을 하기 위하여 과학적 사실 가운데 자신이 믿고 싶은 내용만 인용하는 짓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을 끌어들여 마치 자신들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포장을 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루머의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 극단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루머를 믿으면 자기도 그 루머를 믿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 ‘사회적 폭포효과’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그 전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를 ‘집단 극단화’입니다. 얼마전 촛불시위를 돌아보는 모 일간지의 기획기사에서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다는 고백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 직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 다시 이견이 없다는 결론을 유도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습니다.

사실 2008년에도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열렸던 몇 차례 토론회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충분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인용하는 매체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위험을 부풀렸습니다. 이번에도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논의하는 토론회에는 아무도 나서지 못하여 토론회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끼리만 모여 위험하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루머가 쉽게 확산되는 것처럼 진실도 쉽게 확산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잡힌 정보와 틀린 내용을 확실하게 바로 잡아주면 거짓 루머를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거짓루머가 유포될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답니다.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간혹 일어나는 견해의 차이로 인하여 시작된 갈등이 때로는 법정으로까지 비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새겨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옮겨 보겠습니다. “일반인과 관련한 사적인 사실 보도 문제를 다루는 경우 표현의 자유 원칙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블로거나 사진기자가 여러분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경우, 다시 말해 거짓은 아니지만 매우 개인적인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 헌법에 따라 법원은 손해배상 조치를 금지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익명의 필자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 그 사람들이 공적인 인물이 아닌 한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한신대 철학과의 윤평중교수는 “한국사회 ‘촛불’의 비밀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을 부제로 하여 “통렬한 루머의 사회심리학”이라는 해제를 읽고서 눈초 역시 꼭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마쳤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2008년 제2차 광우병사태를 인용하여 선스타인 교수의 루머의 이론을 증명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루머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기동 옮김
윤평중 해제
192쪽
2009년 12월 7일
도서출판 프리뷰 펴냄

목차

무엇이 문제인가
루머꾼들
기존 신념이 미치는 영향
다른 사람 따라하기
1.정보의 폭포현상 (Informational Cascades)
2.동조화 폭포현상 (Conformity Cascades)
3.집단 극단화 (Group Polarization)
편견
루머 교정의 어려움
기존의 확신과 믿음
감정
감시 사회
낙관론과 비관론
위축효과
법의 역할
프라이버시
통신품격법 230조
어떻게 할 것인가

감사의 글
참고 문헌

해제: 통렬한 루머의 사회심리학
- 한국사회 ‘촛불’의 비밀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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