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내가 전화로 참여하는 라디오 방송 중에 방송국으로 항의(?)전화가 왔다고 한다.

방송 중에 로봇 수술이 국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는 (년간 3000건) 이야기를 했다. 기계 가격 자체가 비싸고 유지비도 비싸고, 보험도 안되서 원래 전통적인 수술에 비해 2-3배 가격이 비싼 것이 흠. 안전하고 치료효과가 좋은 장점도 있지만 전통적인 방법의 수술도 안전성과 치료효과에 대해 입증된 것이니 주치의와 상의해서 어떤 방법으로 수술할지를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날 무렵, 온 전화에서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국내 수술비용이 워낙 (수가가) 싸게 잡혀있어서 그렇지 로봇 수술이 비싼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수정할 부분이 있을 경우 방송 클로징에서 정정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수정해야하는 부분이 있는지 나에게 다시 연락이 왔고, 나는 사실관계에 있어서 수정할 부분이 없다고 회신하였다.

방송에 2~3배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냥 꺼낸 말은 아니다. 객관적으로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암질환을 대상으로 국내 병원 수술 및 입원 등 치료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자료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많아 공단이 왜 이런 조사를 해서 발표하는지에 대해 할말도 많지만 아무튼!) 전립선 암이 가장 비싼 곳이 487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가장 비싼 곳의 가격이니 평균은 여기에 못미친다고 생각되지만 가장 비싼 곳의 가격만 두고 로봇 수술과 비교해도 2~3배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로봇 수술이 비급여 수술로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립선 암 수술의 경우 천만원에서 천사백만원 사이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나는 비뇨기과를 전공한 의사고,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중 하나로서 수술로 감당해야하는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수술 수가는 원가에 못미치는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가 의외의 곳(!)에서 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는 의료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사실을 보건당국도 알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 저항 및 비난을 두려워해 바로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왜곡 현상을 알면서도 눈감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다가 가끔 범죄자 잡듯 꼬투리 잡아 언론에 보도하기도 한다?!)

아마도 항의 전화를 한 사람은 로봇수술과 관계자일 것이고 아마 의료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추측이지만 이런 저수가 의료 현실 속에 병원이 생존을 위해 로봇수술을 활성화하고 전통적인 수술에 비해 비싼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 샘이다. 심정적으로 공감하지만, 로봇수술 활성화라는 것으로 답을 찾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봇 수술이 안전하고 장점이 많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의료 현실과 로봇 수술를 분리해 보자는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한 분은 갑상선 암으로 수술 받고 생긴 흉터로 나에게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흉터가 적게 남는다고 로봇 수술을 했는데 복강경으로 수술한 친구보다 흉터 크기도 더 크다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보통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나만 그런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들으면 내 일도 아닌데 변명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그분은 내가 적당히 둘러대는 말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들을 알고 있었다.

우선 갑상선 조기검진이 일반화되면서 아주 작은 갑상선암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받게 된 것 자체에 불만이 있었다. 수술을 받고 난 지금에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정도 종양 크기면 해외에서는 관찰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병원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한다.

또 친구가 복강경 수술로 수술하고 나서 흉터가 적었다는 것을 듣고 본인도 복강경 수술을 받으려고 했으나 의사가 로봇수술을 권했다는 사실에도 불만이 있었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그 대학병원에서 교수님은 '미혼인 상황이니 흉터가 적게 남는 로봇수술을 하라'고 권했고 복강경은 그 병원에서 아애 (갑상선의 경우)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로봇 수술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환자는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에 로봇 수술을 했으나 친구와 비교했을 때 수술 후 통증도 심했고 (물론 주관적이지만), 흉터도 더 컸다. 결국 지금은 로봇으로 갑상선 수술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다고...

전립선 암으로 로봇수술을 받았던 환자가 수술 후 1년이 지나 불만을 터트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아무래도 로봇수술이 고가다보니 의료진은 장점을 강하게 설명하게 될 것이라 짐작하는데, 환자는 그 이야기를 전통적인 수술에 비해 합병증 발생이 훨씬 낮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결과가 이전 고식적인 방법과 마찬가지로 부작용 (요실금, 발기부전)이 전혀 없지는 않다보니 로봇수술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

앞으로 더 발전 가능성이 높은 로봇수술이고 미래의 트랜드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나는 우리 의사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에서 수술 옵션을 제시해야한다고 믿는다. 분명 장점이 많은 수술이지만,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에게는 기존의 수술도 여전히 훌륭한 치료법이다. 우리 의료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로봇수술이 정착되어서는 그 가치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장황하게 떠들고 나니 나도 좀 헷갈린다. '우리나라 수술 가격이 워낙싸서 그렇지 로봇수술이 비싼 것이 아니다.' 이 말에 숨겨진 의도를 내가 제대로 파악 한것인지.

관련글 :

[뉴스 읽어주는 의사] 월드컵 야외 응원, 건강 조심하세요
로봇수술 제대로 알고 선택하세요
2009 미국 비뇨기과 학회(AUA) 참석 후기
 수술 로봇 다빈치! 로봇 수술이란?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